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왼쪽)와 정균환 민주당 총무는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총무회담을 갖고 특검법 재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왼쪽)와 정균환 민주당 총무는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총무회담을 갖고 특검법 재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2신 : 14일 낮 12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무총장간의 3가지 '합의사항'은 합의라기보다 정치적 약속사항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나라당은 3가지 사항의 개정을 약속하며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막아달라고 민주당 지도부에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상수 총장의 협상력과 특검법 수정 관련 합의수준을 둘러싸고 민주당 신·구류간의 극한 대립이 또다시 첨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은 14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검법 수정 합의사항과 관련해 "엄밀히 말하면 합의된 것은 없다. 그 정도의 공감이 돼 있었고 대통령이 믿어보자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저쪽(한나라당)에서 볼 때 합의된 바 없다고 할 수 있다"고도 인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 수준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이 총장은 특검법 공포 직전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 피의사실 공표시 처벌조항 삽입 △ 명칭 변경 △ 북측 인사 거명시 익명 처리 등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감을 했다"고 말했고 수사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합의가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한화갑 "이 문제로 의총 여는 것 자체가 정치미숙" 질타

하지만 조건부 거부권 행사 요청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전화를 걸어와 "기간을 100일로 하자, 처벌조항을 넣고, 대상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했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총장은 전했다. 5가지의 협의사항 중 기간단축과 처벌조항 삽입, 수사 대상 제한 등 3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정치적 약속을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구주류 의원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특검법 공포를 막지 못한 신주류 지도부에 불신의 눈빛을 보냈다. 일부 구주류 의원은 이들 지도부의 무능한 협상력을 문제삼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발언시간을 요청한 한화갑 의원은 "말을 자제하려 했는데 해야겠다"고 운을 뗀 뒤 "이 문제로 의총을 여는 게 한 마디로 정치미숙이다. 이런 사태가 올줄 알았다"고 특검법을 공포한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 의원은 이어 "우리는 3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나는 국익, 정치도의, 그리고 힘의 논리"라면서 "우리는 힘의 논리는 지게 돼 있고 정치도의도 힘을 바탕으로 하므로 우리는 약자이다. 그나마 우리가 지켰어야 할 국익도 우리가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을 범죄자 취급하는데 왜 대화를 안 하느냐고 말할 수 있나"며 노 대통령의 모순적 대북관을 질타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그렇다고 이번 협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공포 직전 대표와 총장의 합의를 한 만큼 협상 주체를 합의한 당사자들끼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용태 의원 "그럴 바에 뭐하러 협상하나"

정균환 총무는 "오늘 11시 총무·법사위 간사 연석회의에서 만나 협상은 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만약 오늘 되지 않으면 총장끼리 하도록 얘기하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수정안을 준비하도록 하겠으나 제출 문제는 좀더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 이상 특검법 수정협상과 관련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부담을 떠안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상수 총장의 해명발언으로 인해 신구주류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신구간 잠재된 갈등이 다시 노골화하기도 했다. 유용태 민주당 의원은 "무슨 협상이 그래, 그럴 바에 뭐하러 협상하나"라며 고성을 질러댔고 구주류 의원들도 웅성거리며 이 총장의 무능력을 탓했다. 이에 김경재 의원이 "할 말이 있으면 앉아서 말하지 말고 나와서 발언하라"고 자제를 요청하자 유 의원은 "김 의원이 총무냐"고 응수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검법 수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여야 총무 및 노무현 대통령의 삼자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특검법 수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여야 총무 및 노무현 대통령의 삼자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1신 : 13일 오후 5시30분>
대북송금 '특검법' 협상, 물 건너 가나


"양측이 합의한 부분 이외에는 특검법을 손댈 이유가 없다, 내달 임시국회가 있는 만큼 신의를 가지고 개정협상에 나설 것"(3월 16일,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

"협의하겠다는 것이었지 합의된 건 아니지 않느냐"(4월 11일,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

대북송금 특검법 수정 협상이 양당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겉돌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양당 사무총장간 협상을 통해 잠정'합의'했던 부분을 '협의하기로'했던 부분이라며 '말바꾸기'에 나서고 있고 민주당은 합의사항에도 없던 특검법안 명칭변경 요구를 들고 나와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11일 본회의 통과 계획이 무산된 것은 물론 특검이 본격 수사에 돌입하는 17일까지 수정된 특검법이 처리될 지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은 오는 14일 총무회담을 열어 극적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가 도출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ADTOP5@
'잠정 합의'를 '협의'로 번복한 한나라당이 1차적 책임

지난 3월 양당 사무총장 라인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사실상의 합의에 이른 부분은 △ 북측인사 실명 비공개 및 북측 계좌 비공개 △ 수사기간 최장 100일로 단축 △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 등에 대한 적극 협조 등 3가지.

이중 북측 인사 실명 비공개 부분은 양당 법사위 간사의 협상을 통해 일단 합의된 바 있다. 하지만 수사기간 단축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 등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특검법 수정 협상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는 이유는 협상라인 변경에 따른 한나라당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지난 11일 "특검 활동 기한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지난 3월 이상수·김영일 양당 사무총장간의 합의 사항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지난 3월 16일 양당 총무간 협상 결과와 관련 "양측이 합의한 부분"이라며 합의수준임을 인정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이다.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도 "우리당은 대통령의 특검 공포 이전에 협의키로 했던 3개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합의가 아닌 '협의'의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특검법 수정을 '의무이행' 범위 밖으로 몰아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심지어 "당시 총장간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상수 민주당 총무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박 대변인은 13일 "송 특검이 수사기간이 짧아서 수사를 못한다는 의사를 우리 당에 간접적으로 전해왔다"며 수사기간 단축마저 난색을 표했다.

정균환 총무 돌연 특검법 '명칭변경' 요구

반면 민주당은 정반대의 반응이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특검수사가 시작되는 17일 전, 특검법 수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당초 대북송금 특검법을 선공포하면 후개정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면서 "협의하겠다는 것이었지 합의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도 지난 11일 총무·법사위 간사 연석회의가 끝난 뒤 "답답하다"는 말을 몇차례씩 연발한 뒤 "이는 정치 신의의 문제"라며 한나라당의 말바꾸기를 겨냥했다. 아울러 그는 "이래서 내가 협상 창구를 안 맡으려고 한 것"이라며 사무총장간 협상으로 주체를 변경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측도 협상 결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총장간 세가지 합의사항 외에도 특검법안 명칭 변경을 갑작스레 다시 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균환 총무는 지난 11일 총무·법사위 간사에 연석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 송금의혹사건 특별검사법'이라는 명칭 중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현대그룹'으로 대체하자는 협상거리를 다시 추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순탄치 않은 과정임을 감안할 때 도리어 양당 총장간 합의사항 이외의 문제로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정 총무의 협상 태도를 문제삼아 "협상의지가 없다"고 반박하며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증장치 없이 특검법 공포한 노 대통령 책임론도

아울러 특검법 협상을 둘러싼 국회 공전을 자초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욕과잉'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단지 사무총장간 구두합의만을 믿고 '신뢰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특검법을 공포한 것은 현실정치판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접근한 순진할 발상이라는 주장.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에 당시 거부권을 주장했던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1차적 책임은 약속을 저버린 한나라당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장정치가 자리잡지 않은 현실정치를 전제로 공포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여야간 합의만 되면 공포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노 대통령의 선택이 결코 국익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경재 민주당 의원도 "이번 특검건은 대통령이 핸들링을 잘못한 것"이라며 비난의 활시위를 노 대통령에 겨눴다.

김 의원은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것은 한나라당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안에 따른 특검수사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합의한 것을 확인하고 공포를 하거나 거부권 후에 수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시 협상을 주도했던 이상수 총장을 향해서도 "내일 의원총회장에서 이 총장을 공격할 것"이라며 신주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할 태세임을 내비쳤다.

"송두환 특검 '양심'에 맡길 수밖에…" 비관적 대안도

고심하는 송두환 특별검사. ⓒ 오마이뉴스 황방열
고심하는 송두환 특별검사. ⓒ 오마이뉴스 황방열
결국 특검 수정 협상의 공은 한나라당과 송두환 특별검사에 넘어갔다. 만약 17일 특검수사 개시 때까지 한나라당이 '버티기 작전'을 구사할 경우 특검법 원안에 따른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특검 수사와 수정협상이 병행되는 비정상적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는 있으나 수사상황의 추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협상 의지가 오히려 반감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대북송금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한나라당이 역공세를 취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김성호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으로 인한 남북관계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특검 자체 역할론을 주장했다. 즉 송두환 특검으로 하여금 특검법과 관련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사를 유보토록 할 것을 설득한다거나 수사 개시전 수사 범위를 한정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진상의 철저한 규명이라는 특검 본래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현실성은 희박해 보인다.

양당이 14일 특검법 수정 협상을 위한 총무회담을 통해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국민에 선사할 지 '혐오의 정치' 되풀이할 지 결과가 주목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