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상득, 현 서울시장 이명박, 전 농림부 장관 이효계 등 명사들을 비롯해 모두 합쳐 100여 개에 이르는 별을 단 군장성들이 출석하는 소망교회(담임목사 곽선희.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4).
유력 인사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는 이 소망교회가 담임목사의 장남이 변칙적으로 교회를 세습하려 한다는 의혹 속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소망교회는 경기도 분당에 2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예수소망교회를 건축하고 있으며, 이 교회를 곽선희(70) 목사의 장남 곽요셉 목사에게 담임목사를 맡기는 것으로 결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현직 장로 약 90여 명 가운데 개혁파 혹은 서명파로 불리는 장로 13명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 개혁단체까지 가세해 소망교회와 곽선희 목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13명의 서명파 장로들은 전 농림부 장관 이효계, 전 건국대 부총장 류태영, 전 코리아 타임즈 편집국장이자 현 아리랑TV 이사장 김명식, 서강대 경영학 교수 박대위 등을 비롯해 양성진 이상정 김원배 김택정 박남규 심승호 김양환 장로 등이 바로 그들.
이들은 올 1월 곽선희 목사(70)의 사생활 문제와 불법적인 재정운용 및 변칙적 세습 등을 문제 삼아 조기은퇴를 촉구한 바 있다. 전체 장로 중 소수에 해당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곽 목사가 감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30년 가까이 절대적 권위를 누리는 곽 목사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이들은 2월 6일 곽 목사로부터 몇 가지 사안에 대한 친필 동의서를 얻어냈다. 일종의 각서 형태인 이 동의서는 주로 소망교회가 분당에 짓는 예수소망교회 건축과 관련된 내용이다.
곽 목사는 동의서에 서명함에 따라 자신이 직접 주도했던 예수소망교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결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중 하나가 2001년 6월 결정된 예수소망교회의 소망교회 지교회 지위의 포기. 곽 목사는 2001년 6월 자신의 생일에 예정에 없던 당회를 즉석에서 열고, 자신의 기념교회이던 예수소망교회를 소망교회 지교회로 성격을 변경하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서명파 장로들은 "당시 당회는 소집 절차를 밟지도 않았으며, 단지 생일축하 모임 자리에서 곽 목사가 전격적으로 제안하여 이뤄졌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곽 목사를 공격했다. 또 소망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헌법이 총회산하의 모든 개별교회를 지교회로 규정해 놓고 있어, '지교회'가 따로 '지교회'를 갖는 것은 불법적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곽 목사는 예수소망교회 건축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소망교회로부터 쉽게 타내기 위해 '지교회'라는 돌파구를 찾았으나, 서명파 장로의 반발을 초래해 결국 좌절을 맛보고 말았다.
서명파 장로들의 가장 큰 우려는 곽 목사가 교회운영 일체를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의 초월적 지위를 이용해 장남 곽요셉 목사에게 맡긴 예수소망교회에 교회 재정을 물 붓듯이 쏟아붓는 것이었다. 실제로 곽 목사의 생일당회 이후 예수소망교회에 투입된 재원은 135억원.
이런 상황인데도 곽 목사는 지난해 12월 17일 당회에서 매우 엉뚱한 제안을 해 결국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찢고 말았다.
당시 곽 목사는 "예수소망교회 건축비는 총 200억 원인데 2년간 매년 40억씩 도합 80억 원을 소망교회 예산에서 지출하고 120억 원은 금융기관에서 빌려 예수소망교회 출석교인들이 갚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마치 135억 원의 건축비가 이미 지출된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는 것처럼 당회원들을 호도한 것이다.
서명파 장로들은 이 상황을 "곽 목사의 착오이거나 아니면 공사비가 과도히 지출된 것을 감추고 향후 내부시설 등에 소요될 막대한 비용을 확보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 목사는 전직 비서들과의 염문설 및 여성 교인과의 불륜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과 관련된 석연찮은 주장 때문에 서명파 장로를 비롯한 당회원들의 깊은 불신을 스스로 불러들였다.
곽 목사의 평소 불투명한 교회 재정운용 행태는 이 같은 불신의 싹을 더욱 확산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곽선희 목사는 지난해 연말 당회에서 컴퓨터 화면 투사를 통한 개략적 설명만으로 2002년 결산과 2003년 예산에 대한 당회의 동의를 요구하고, 사전 유인물 등 아무런 자료도 받지 못한 장로들에게 질문의 기회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결산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명파 장로들에 따르면 소망교회는 창립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연말 당회에서 예산, 결산을 승인하면 1년 동안 (전교인 특별헌금을 위한 결의 외에는) 개별지출에 관한 당회의 승인이나 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 교회는 법인의 정관과 같은 내부규약도, 예산편성 규칙도 없다. 더구나 수입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40-50%를 예비비로 책정, 담임목사가 자의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곽 목사의 이 같은 무한질주는 수년간의 재정장부가 소각되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당회원인 L장로가 내용증명 우편으로 재정장부 열람을 요청한지 3일 만에 많은 양의 재정장부가 소각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곽 목사에게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서명파 13인 중 류태영 장로가 2월 6일 곽 목사로부터 모두 4개항에 대한 동의를 직접 얻어냈다.
동의서의 내용은 △소망교회는 예수소망교회 건축비 중 당회에서 결의한 80억 원(기지출 금액포함)만을 지원하고 곽선희 목사는 본 교회에 추가부담을 요청하지 않는다 △건립 중인 예수소망교회는 소망교회의 지교회가 아니라 곽선희 목사가 개척하는 “곽선희기념교회”로 성격과 명칭을 변경하고 소망교회와는 공식적 관계를 갖지 않는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당회를 개최하여 위 사실을 확인하고 그간 의결한 지교회 관련 의결사항을 모두 철회한다 △기 지출된 금액(135억 원)중 동의한 금액 (80억 원)을 초과한 금액(55억 원)은 예수소망교회가 준공된 후 1년 이내에 본 교회에 상환한다 등이다.
동의서는 1항부터 3항까지 타이핑된 것이고, 55억 원 상환 내용이 담긴 4번째 항목은 곽 목사에게 사인을 받기 전 류태영 장로가 모 서명파 장로와 논의를 거쳐 직접 써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명파 장로들은 이 동의서 내용이 2월 26일 당회에서 모두 공식적으로 관철됐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4월 9일 당회서 서명파 장로들의 믿음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당회서기 안용민 장로가 낭독한 2월 26일 당회록에는 '55억 원 건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식으로 기록된 것. 결국 서명파 장로들은 변조 의혹을 제기하며 동의서를 가져오라는 등 한바탕 법석을 떨었으나 곽 목사는 재빨리 동의 재청을 묻고 전 회의록을 통과시켜 버렸다.
당초 서명파 장로들은 4월 9일 당회에서 혹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약 3000명의 교인들에게 13명의 실명을 첨부해 '2월 26일 당회 결과보고'라는 유인물을 발송한바 있다.
이 유인물은 26일 당회에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 매우 상세하게 적고 있다. 또 소망교회 교역자 일동(교역자 대표 김천수 목사) 명의로 유포된 <곽선희 목사님 은퇴에 즈음한 소망교회의 입장>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한 것인지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곽선희 목사는 일부 장로들이 변조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당회록을 통과시킨 후 자신의 원로목사 추대 및 김지철 목사(장신대 교수)를 위임목사로 청빙하는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김지철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 건은 이미 공지된 안건이었지만 곽 목사 원로목사 추대 건은 최초로 제기된 내용이다.
모 장로는 '애초에 없는 안건을 어떻게 상정할 수 있느냐'고 따졌으나 곽 목사는 이미 전화로 통보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변하고,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로 미리 대기하고 있던 홍순화 목사(서울강남노회 서기, 주신교회)에게 사회를 넘기고 퇴장해 버렸다.
홍 목사가 속한 서울강남노회는 소망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측에 '소망교회에 대한 비방 및 시위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정도로 소망교회를 적극 두둔하는 곳이다.
서울강남노회는 공문에서 "소망교회는 창립 이래로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온 교회"이며 "소망교회의 모든 조직들은 정상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어 왔다"고 밝힌바 있다.
홍 목사는 곽 목사가 사라진 후 대리인으로 나서 곽 목사 원로목사 추대 및 김지철 목사 위임목사 청빙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한 동의 제청을 묻고 재빨리 망치를 세 번 두드렸다. 소망교회는 4월 9일 통과된 안건을 놓고 오는 16일(수요일) 공동의회를 열어 전체 교인들의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한편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는 4월 13일 소망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3차례 집회를 개최하며, 소망교회의 변칙적 세습 및 불투명한 재정운영에 대한 곽선희 목사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매번 소망교회 교인들이 피켓을 뺏거나 부수는 등 집회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어, 개혁연대의 뜻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있다.
서명파 장로와 교회개혁실천연대의 활동이 과연 한국교회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고 있는 세습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