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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일 뿐인 중랑천 둔치 체육공원 안내판
안내판일 뿐인 중랑천 둔치 체육공원 안내판 ⓒ 김명신
작년 겨울 중랑천에 공사 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지나가며 한강고수부지처럼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겠구나 여기며 한 계절을 기다렸다. 시간은 벌써 반년이 넘었고, 이용자는 매우 많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공원 이용에 관한 위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집이 가까워 시간 나면 인라인을 가지고 나가는데, 지난 일요일의 일이다.

평일에는 오후 5시쯤이면 그리 많지 않은 이용자들 덕에 편하게 인라인을 즐길 수 있다. 맑은 물은 아니지만 중랑천으로 넘나드는 바람을 맞으며 운동을 하는 기분은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 그런데 일요일엔 사정이 다르다. 요즘처럼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때엔 한강고수부지 못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틈에서 속도를 내는 자전거나 인라인, 전동보드는 사고의 위험을 매우 크게 안고 있다.

오토바이 진입 금지 표지판
오토바이 진입 금지 표지판 ⓒ 김명신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많아 그냥 돌아갈까하다 날이 너무 좋아 타기로 했다. 아이들이 삐뚤빼뚤 자전거를 타고, 어른들도 균형 잡히지 않은 몸으로 인라인을 빌려 타고 있는 경우를 보면서 못내 걱정인데, 나보다도 더 키가 큰 남자와 부딪치는 상황이 생겼다. 다행히 가방을 메고 있었고, 보호장비를 갖춘지라 눈 밑에 작은 흠이 생기는 정도였다.

꼭 이 작은 사고 때문에 이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 전에 턱밑이 찢어진 동료가 있었는데 빠르게 응급처치 할 수 없어 애먹은 적이 있다 - 내내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어제는 사진기를 들고나섰다. 물론 인라인 장비를 들고 말이다.

버젓이 다니는 오토바이
버젓이 다니는 오토바이 ⓒ 김명신
오후 5시 30분 경일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은 오고가는 길을 표시하는 화살표를 무시한 채 마치 일방통행처럼 행동을 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아예 길에서 오래도록 서있다. 물론 도로의 폭은 매우 좁다. 하지만 질서를 지켜간다면 속도를 내는 자전거나 인라인도, 그냥 걷기를 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전동보드를 타는 사람과 오토바이, 오고가는 길 표시를 아예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종종 접촉사고를 내고 큰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어제는 어린이 둘을 데리고 나온 초등학교 아이에게 길을 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얼른 내 말을 듣는 걸 보니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한 바퀴를 돌며 나와 마주하며 오는 두 아줌마에게 바른 길은 반대편이라는 것을 알려드렸더니 내 엉덩이를 치며 "알았어"하고 가신다. 달갑지 않다는 투였다.

길을 둘로 나눠놨다면 '한 길은 가고, 한 길은 오는 길이구나'라는 생각, 위험하게 속력을 내지 않고 타는 일 등은 가르치지 않아도 다 알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아이나 어른이나 안전불감증인 듯 싶다.

바른 길의 반대편으로 가는 자전거
바른 길의 반대편으로 가는 자전거 ⓒ 김명신
이젠 중랑천에 사람이 많이 없을 때 나가려고 한다. 단순히 작은 사고로 인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질서의식이 남다른 민족이라고 알려진 우리가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지 보는 것도 낯뜨거운 일이다.

7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이 많아진다. 여기저기 인공불빛이 반짝이고 부유물이 둥둥 떠있는 중랑천도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보호의 문구대신 자신이 다님을 알리는 인공불빛을 어깨와 가방에 달고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 평화 속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은 채.

인라인을 타는 사람도 바른길의 반대편으로 가고 있다
인라인을 타는 사람도 바른길의 반대편으로 가고 있다 ⓒ 김명신
돌아오는 길에 육교 밑에 서있는 "중랑천 둔치 체육공원 이용안내"에 잠시 눈이 갔다. 이 가운데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다니는 내 생각엔 80%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에 비해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다행이라 말할 수 있을까. 되새겨본다는 생각에 안내문을 적어본다.

---- 중랑천 둔치 체육공원 이용 안내 ----

1.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지나친 행위(음주, 가무, 취사)를 하지 맙시다.
2. 오토바이 및 자동차를 타거나 주차를 하지 맙시다.
3. 애완 동물 (개, 고양이)등을 데리고 오지 맙시다.
4.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 수거함(휴지통)에 분리하여 버립시다.
5. 비가 올 때는 이용을 삼가 합시다.
6. 물건을 파는 행위를 절대 금합니다.(노점상인 및 잡상인 출입금지)

이 항목들에 말을 붙여보자면, 1항은 아직 여름이 돌아오지 않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늘상 있는 일이다. 2항은 사진에서와 같이 종종 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바닥이 상하는 것은 물론 그 소리 때문에 길을 가는 사람들이 멈칫 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 곳의 경비를 하려는 듯 다니는 경찰차량도 보았다. 이용 안내에는 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경찰이 도보로 경비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3항은 인라인이나 운동을 시킬 목적으로 종종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 경우 끈을 매달아 오고, 오물이 생길 것을 대비하여 비닐 봉지를 가져오는 일은 당연하다고 본다. 간혹 그냥 가는 경우를 보게 되면 눈살이 찌뿌려질 정도다.

4항은 그런대로 잘 되는 듯 보이나, 비닐 봉지(플라스틱 병들)와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풀 섶에 숨겨있다. 5항은 스스로가 잘 지키는 것 같다.

6항은 필요하다. 구청에서는 관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라인을 빌려주는 곳이 있는 데 이 곳에서는 보호장비와 함께 인라인을 빌려줬으면 한다. 단순히 신발만 빌려주는 곳이 대여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에 대한 안전사고 대책을 있는 것일까.

세 아이가 도로 중앙에 오래도록 있다
세 아이가 도로 중앙에 오래도록 있다 ⓒ 김명신
덧 글을 붙이고 나니 마치 너는 얼마나 잘 지키느냐고 되묻는 듯 하다. 하지만 그 말을 묻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나는 어린아이 손목을 잡고 위험한 곳에 오래도록 서있지 않았는가, 보호장비도 없이 아이를 내놓지 않았는가. 바른 길이 아닌 곳으로 버젓이 다니지는 않았는지. 행정당국에도 촉구할 일이지만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바탕이 되어야하겠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프랑스의 도시 거리에서 빵빵 소리도 별로 나지 않는다. 차라리 신호등이 필요 없는 듯, 차는 속력을 내 달리지도 않을뿐더러, 사람이 차보다 먼저다. 우리나라와는 상반되지 않은가. 초록 불일 때 엉거주춤하다 못 건넌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인가.

보호대는 없는 인라인 대여소
보호대는 없는 인라인 대여소 ⓒ 김명신
질서는 자신의 마음을 곧추 세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느 곳이든 질서가 없으면 오합지졸이 된다. 아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고는 늘 안전 속에 숨어있다.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질서에 남녀노소가 있지 않다는 것도 새길 일이다.

그리고 이 공원 관리를 책임지는 행정당국도 주민을 위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기 바란다. 어차피 주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가. 이왕 공원으로 조성했다면 시설만 관리하지 말고 주민의 세금을 더 투자해서 사람관리까지도 해주면 어떨는지. 오후에 온다던 담당자(자전거 도로 및 체육공원 유지관리)는 출장가고 없단다. 씁쓸한 마음이 커지면서 차라리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라도 자구책을 마련해야하는가 싶다.

중랑구청에 바라는 일

중랑구청 하수과에 이용에 대한 문의를 하라고 표지판에서 보았다. 세 가지 것을 건의하고 싶다.

첫째, 바닥에 놓인 화살표를 많이 그려놓고, 방향표시 및 문구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해주었으면 한다.

둘째, 길 바닥을 손상시키고 안전을 위협하는 오토바이와 전동보드의 출입을 제한시켜주시기 바란다. (자전거나 걷기 이용)

셋째, 급하게 사고가 생겼을 때 어리둥절하게 되는데, 최소한의 구급장비를 갖춘 구급소가 생겨났으면 한다. (하수과 일이 아니라고 하니, 중랑구청 해당과에서 했으면 한다.)

중랑구청 하수과 관계자와의 전화통화 내용

중랑구청 하수과 박영호(공공근로담당)씨 말을 요약하자면, 이 공원은 정식공원이 아니어서 가설 콘테이너 등 고정 시설물을 둘 수 없다고 한다. 하천 부지에 남은 땅에 주민을 위해 공원을 조성한 것일 뿐이란다. 시설물은 관리하지만 그 곳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관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에 대한 관리는 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럼 어디에 물어야할까요 했더니 보건행정과에 물어볼 일이라고 한다. 결론은 이렇다. 사고는 나서도 안 되고, 공원을 이용할 때는 이용자 스스로가 안전을 책임지고 - 보험은 꼭 - 최소한의 구급약은 가지고 다녀야한다.

나뿐만 아니라, 행여나 있을 다른 사람의 사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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