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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놀이방' 앞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진 월곡공원이 있다.
'어깨동무 놀이방' 앞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진 월곡공원이 있다. ⓒ 이국언
'어깨동무 놀이방'은 광주시 월곡동 그만그만한 주택들이 길게 이어진 골목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따사로운 햇볕이 부서지는 사월.

놀이방 앞 공원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봄볕을 즐기며 게이트 볼 경기에 열중이고 몇 발치 소나무 숲에서는 바람을 쐬러 온 동네 주민들의 걸음이 마냥 한가롭다. 놀이방 앞 공원은 온통 아이들 차지다. 바람에 실려오는 솔 향기와 맨 살처럼 부드러운 흙까지 온통 아이들 것이다.

"언제든지 아이들과 나들이를 할 수 있어 제일 좋습니다. 매일 다녀도 아이들이 발견하는 것은 그때마다 늘 새로운 것입니다."

엄윤숙(33) 원장은 새록새록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른 욕심 없이 주변의 자연이나 마음껏 보여주고 좋은 책이나 많이 읽어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도 결국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환경과 어울려 자란다고 할 때, 이들이 세상과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가꿔주자는 것이 '어깨동무'의 출발이라는 것.

지난해 여름 공동육아에 대한 공감은 모아졌지만 출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전세 집을 전전하는 이들에게 200만원은 목돈이었다. 결국 누구 네는 세를 낮춰 이사를 가고, 누구 네는 빚에 다시 빚을 얹어 마음을 담았다. 공동육아는 그런 절실함이 있지 않고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 이국언
이렇게 모아진 조합원 출자금에 후원회원들의 후원금까지 더해 이들은 올해 초 외져서 더 넉넉해진 이곳에 주택 한 채를 구입했다. 이 놀이방을 따라 난데없이 이사를 하게 된 집도 여덟 가족이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만들어진 놀이방이니 만큼 운영도 조합원의 몫이다. 육아에 한 발 빼기 쉬운 아빠들이라도 적어도 분기별 한 차례 실시되는 대청소에는 품을 내야 한다. 고사리같은 20여명의 '우리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런 기대에 넉넉히 보답하고 있다. 인사를 잘해 귀여움을 받는 기현(4)이는 늘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 내 인기다. 처음엔 늘 만나기만 하면 싸웠던 초련(4)이와 민아(4)는 어느새 서로가 없으면 못사는 사이가 됐다. 생후 6개월부터 맡겨져 조심스러웠던 수영(14개월)이는 그 사이 낯가림도 없어지고 누구보다 많은 언니 오빠가 생겼다.

"아무리 집에서 잘 키운다고 하더라도 또래집단에 같이 어울려 커 가는 것만큼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싸우는 것도 친밀감을 형성해 가는 한 과정이라는 원장선생님의 독특한 육아 해법이다.

학부모 이미옥(38)씨는 몇 번의 고심 끝에 최근 이사를 오게 된 경우이다.

"4살이면 얼마나 좋은 시기입니까. 1년이 가도 바깥구경 한 번 시켜주지 못하는데 12달 내내 한 곳에 가둬두는 일은 차마 못하겠더군요. 아이한테 자기 마당처럼 생각하는 공원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합니다."

그는 아이를 전혀 돌봐 줄 형편에 있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덜어진 것 같아 더 없이 요즘 흐뭇하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
티 없이 맑은 아이들 ⓒ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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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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