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이 아직 다자 회담으로 확정된 틀이 아니라 '예비회담'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이후 남한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 또한 언론 보도처럼 북한이 반대하기 때문에 남한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16일자 신문에서 북한이 다자 회담을 수용한 배경에는 중국의 설득이 주효했고, 중국이 초기에는 비밀 회담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본격적인 다자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직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당사자로 참여해줄 것을 요구받은 중국이 우선 예비 회담을 갖고, 이 회담에서 다자 회담 틀을 짜는 것을 우선적인 의제로 삼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미국 역시 중국은 물론이고, 남한, 일본, 러시아 등 나머지 동북아 국가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다자 회담 틀은 6자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다자회담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을 가능성 역시 높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16일 국회 답변에서 한국이 배제되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발언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참여 국가가 늘어나면,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자칫 대북 압박 구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고, 반면에 남한은 설사 다자 회담에서 배제되더라도 한반도 전쟁 방지 및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남북한의 이런 입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민족자주'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는 반대로 남한을 배제하려고 한다면 스스로 그 허구성을 드러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비록 핵문제가 직접적으로 미국과 관련된 사안이고,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대북 송금 특검제 공포, 강화된 형태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 이라크전 파병 등으로 북한의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더라도 북한은 이런 식으로 남한을 푸대접해서는 안 된다.
최근 잘 나타나고 있듯이 북미간의 대결로 조성된 위기 상황에서 남한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일관된 대북화해협력정책과 무력 사용 및 제재를 반대해온 단호한 대미 입장은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 환경 조성에 큰 기여를 해왔다.
노무현 정부 역시 다자 회담에서 배제될 경우 북핵 문제 3원칙의 하나로 내세워온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이를 대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자 회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야는 북한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는 특검제 문제와 관련해 법안 재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해 특검 수사가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일부의 우려처럼 남한이 다자 회담에서 배제될 경우 이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국내 보수파들을 중심으로 대북 불신과 비난이 고조될 것이고, 이는 남북관계 전반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94년 제네바 합의처럼 협상은 미국이 하고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협상 결과에 대해 우리가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밝힌 것처럼, 지금은 다자 회담의 틀을 모색하는 단계이고 다음주에 열릴 북-중-미 3자 회담 역시 준비 회담의 성격이다. 남북한이 신뢰를 회복해 10년전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방지할 수 있는 시간은 있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