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거론됐던 두루넷 인수는 (시장과 정부의)여러 가지 반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단지 다른 곳에서 인수할 곳이 없어 두루넷에 대한 존폐 문제가 거론된다면 KT가 고려를 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로통신이나 온세통신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자본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한 경쟁을 하다가 스스로 나가떨어진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통신관련 사업권을 풀어놓은 것이 문제이며, 정통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 시장 사이즈에 비해 (통신)경쟁이 너무 컸다"고 정통부 정책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또 '통신공룡'이라고 불리는 KT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이 사장은 "KT의 모습 속에는 아직까지 절차나 합법성을 강조했던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있다"면서 "일방적인 배급위주의 마케팅을 고객중심으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 주총을 통해 정관에서 삭제된 '보편적 서비스 삭제 문제'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지배적 사업자는 보편적 서비스를 하게끔 되어 있다"면서 "민영기업 정관의 공익성 조항 규정에 대해 해외투자자 및 지배구조 평가기관 등에서 부정적 의견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굳이 존치시키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어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루넷, 온세통신 문제 잘못된 통신정책이 만들어낸 '사생아'(?)"
- KT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그같은 시장지배력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신규 시장 진입을 제한되는 등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통신산업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기존에 깔아놓은 인프라 때문에 대응을 빨리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ADSL이 나올 때도 우리는 ISDN을 고집하고 있었다. 또 인터넷 전화를 상용화시키려면 기존의 유선 가입자를 다 죽여야 한다. 게다가 기존에 많은 돈을 들여 깔아 놓은 망은 필요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회사는 수익성이 나는 곳에 신규 기술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거다. 크다는 것이 장점만은 아니다.
또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후발사업자들에게 시장진입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상호접속 의무화라든지 회계분리 제도화 그리고 가입자선로 공동활용제도(LLU)가 마련되어 있다. 오히려 그간의 인위적 후발사업자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의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하나로통신이나 온세통신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자본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한 경쟁을 하다가 스스로 나가떨어진 것 아닌가. (정부가)별다른 대책 없이 통신관련 사업권을 풀어놓은 것이 문제다. 미국 통신시장도 풀어놨다가 한국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의) 통신정책이 유효하게 환경을 만들고 어떻게 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유선시장의 방향도 설정 될 것이다."
- 그러면 한마디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두루넷, 온세통신은 정부의 잘못된 통신정책이 만들어낸 '사생아'라는 건가.
"정통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 시장 사이즈에 비해 경쟁이 너무 컸다고 본다."
- 그렇다면 두루넷, 온세통신이 법정관리 들어가는 것은 왜곡됐던 시장이 재편된다고 볼 수 있는 건가.
"그렇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특수서비스가 많이 생겼지만 이제는 그러한 것들이 융합되는 과정이다. 더 이상 시외사업자, 국제전화사업자, 무선사업자 유선사업자, 인터넷 사업자가 세분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 통신 시장은 이제 하나로 융합되어 가는 추세인데 아직도 한국에는 통신사업자가 너무 많다."
"두루넷 인수할 곳 없으면 KT가 인수 고려할 수도"
- KT는 최근 두루넷 인수를 검토한다는 내용을 공시를 하기도 했는데 이를 시장 재편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도 되나.
"KT는 현재 두루넷 인수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만약 KT가 두루넷을 인수한다면 시장 과점 문제가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루넷 인수 문제는 KT가 얘기할 것이 아니고, 단지 다른 곳에서 인수할 곳이 없어 두루넷에 대한 존폐 문제가 거론 된다면 KT가 고려를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거다. 현재 두루넷 인수는 (시장과 정부의)여러 가지 반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 가장 이상적인 한국의 통신 시장의 모습은 어떤 상황이라고 보나. 정부는 '삼발이 원칙(3강구도 원칙)'을 강조하는데.
"어려운 질문이다. 정통부에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지 (하하). 일반적인 시장원리로 보면 3강 밸런스가 맞고 또 그렇게 되리라 본다. 3강 구도가 가장 적당한 그림이라고 본다."
- 통신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쉽게 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보화 촉진기금은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일반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정보화촉진기금은 성공한 사례다. 그 덕분에 통신에서 번 돈은 통신 발전을 위해 쓰게 됐다. 외국에서도 우리 나라 사례 공부하면서 이 부분에 제일 감탄한다. 하지만 무선 쪽으로 오면서 사업권이 SKT로 가서서 그 체인이 끊어졌다. 공익성이 훼손된 것이다. 한국의 정보화촉진기금 사례는 성공한 모델로 외국에 전파하고 있다. 주위에서 바쁘게 보고 있어 안타깝다."
"KT 공기업 잔재 남아 있어, 개선 시급"
- '통신공룡'이라고 불리는 KT는 15년 동안 민영화를 준비했다고 하지만 과거 공기업이 가지고 비효율성 등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할 곳은.
"기업문화가 바뀌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공기업 때는 절차나 합법성 위주로 일했는데, 이제는 결과나 합목적성 위주로 일해야 한다. 그러나 KT의 모습 속에는 아직까지 그런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있다. 남에게 지적 받지 않기 위해 일했지 효과적이고 또 빨리 성과를 내는 식으로는 일을 하지 안았기 때문이다. 서비스 구조도 이제까지 전화를 배급하는 형태의 단순한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마케팅 세일즈 형태를 강화해야 한다. KT는 고객마인드가 약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배급위주의 마케팅을 고객중심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 사장께서 지적했듯이 민영화된 KT가 성과나 결과위주의 마케팅을 사용하다보니 많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최근 KT의 대구 본부에서는 비영업직 직원들에게 불법마케팅을 강요했다며 KT노조가 공정위에 고발을 하기도 했는데.
"비영업직 직원들의 판매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출을 올리려다 보니 지역본부에서 그런 부정적인 사례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회사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부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또 영업 부서를 강화하기 위한 내부 인력의 재배치 등 현재 체제 가기 위해 열심히 스터디 중이다."
- 회사 쪽의 의지와 달리 지금도 지역에서는 이러한 불법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확실한 대책이 없나.
"지역간부들에게 불법마케팅을 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31일 바뀐 인사규정 때문에 노조 측의 반발이 심하다. 특히 직급이 올라도 직위를 주지 않아도 되고 직위를 받지 못하면 기준 연봉의 80%만 지급하게 한 항목 등에 대해 노조 측은 사실상 인력감축을 위한 '사측의 도구'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노조 대표들과 회사의 경영자들이 합의에 의해 결정한 것을 가지고 왜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 노조 쪽에서는 바뀐 인사규정은 전임 노조위원장과 사무처장만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노조의 정당한 동의를 얻지 않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노조에서 선출한 대표들하고 협의하고 결정한 사항을 불법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노조가 노조위원장 믿지 않으면 누굴 믿어야 하는 건지. 그 주장 납득할 수 없다."
"보편적 서비스 관련 규정 삭제는 오해"
- 지난 4월 1일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추진해왔던 하나로통신과의 `신사협정'이 합의문 서명 직전에 무산됐는데. 이유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포화기에 진입함에 따라 일부 사업자간 가입자 유치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나, 이용약관에 근거하지 않은 설치비, 이용요금 면제 및 위약금 대납을 통한 부당 고객유인 행위가 이루어져 수 차례에 걸쳐 규제기관으로부터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합의문 형식으로 서명을 하면 담합의 형태가 돼 법에 저촉을 받게 됐다. 결국 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공정경쟁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 KT CEO 8개월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가.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통신사업은 전체적으로 어렵다. KT는 현재 매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익은 유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업의 성장엔진이 없다는 거다. 기업이 성장이 없다면 죽은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초고속인터넷을 대체할 차세대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규제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간 후발사업자를 인위적으로 지원해 온 유선시장의 비대칭규제는 성장이 정체된 유선시장의 전반적 토대약화를 불러왔다. 따라서 후발사업자는 합의적인 의사결정과 경영전략 수립보다는 정부 정책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유무선통합 서비스가 사용 가능한 현 시점에서 지배적 사업자라고 해서 유무선통합서비스 제공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정부 규제정책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해 안타깝다."
- KT가 당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매출액대비 인건비 비율이 23%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SKT가 3.5%, 하나로통신 6%인 것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확실한 해답은 없고 점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내가 사장이 되면서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 바꾼 인사규정도 그러한 문제의식의 일환이다."
- 지난 주총에서 KT는 정관에서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관한 규정을 삭제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KT가 보편적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해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지배적 사업자는 보편적 서비스를 하게끔 되어 있다. 개별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제공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거다. 다만 정관에서 삭제한 이유는 민영기업 정관의 공익성 조항 규정에 대해 해외투자자 및 지배구조 평가기관 등에서 부정적 의견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굳이 존치시키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KT는 현재 시내부문 144개 통화권 중 25개를 제외한 모든 통화권에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LM(유선과 무선간 전화)를 통한 수익보전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따라서 후발 시외전화 사업자들의 주장하는 LM시장의 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KT는 시내전화에서 기본료, 통화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후발사업자 생존을 위한 시장분할정책 보다는 유무선 통합 등 신규시장 육성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