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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도소를 방문한 순례단
전주교도소를 방문한 순례단 ⓒ 참소리
"걷는 데는 이제 이골이 났어요. 처음엔 걷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걷는 것보다 쉬는 것이 더 힘들어요."
'양심수 전원 석방', '정치수배해제'를 내걸고 전국 교도소 순례를 하고 있는 '고난의 행진 순례단' 중 한 단원의 이야기다.

'고난의 행진'은 양심수의 고난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 4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정부의 특사 방침에서 전국의 양심수들이 모두 석방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된 '양심수 전원 석방을 위한 전국교도소순례'는 지난달 3월 22일 서울 구치소부터 시작돼 서울, 경기, 강원, 충북, 충남을 거쳐 16일 전주 도착까지 25일째에 이른다.

고난의 행진에 충남 논산부터 결합해 60km를 걸은 반미청년회 이영원씨는 "오랫동안 걷는 일에 익숙치 않아 이틀을 걸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육체적인 피로를 호소한다.

그래도 오랜 순례로 발에 생긴 물집을 깨끗이 치료하는데는 이력이 났다는 순례단원들 덕분에 별탈없이 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이씨.

"무려 25일동안 양심수 석방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서 묵묵히 걷고 있는 이들에게 감동을 느꼈고, 순례단의 취지에 공감하는만큼 이후 더 많은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라며 굳은 의지의 표현도 잊지 않는다.

힘겨운 일정이지만 순례단원들의 활기찬 율동이 서로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
힘겨운 일정이지만 순례단원들의 활기찬 율동이 서로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 ⓒ 참소리
전주 교도소의 양심수를 만나다

16일 오후 2시 전주 교도소 앞에 발을 딛은 순례단은 전북지역의 사회단체 회원 30여명과 함께 양심수 석방을 위한 집회를 열고 양심수 면회를 진행했다.

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양심수는 임태열씨와 김대원씨이다. 이들은 각각 민혁당사건과 한총련 방북사건으로 수감됐다. 순례단은 면회를 통해 임태열씨의 건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지만, 김대원씨는 만나지 못했다. 김대원씨 본인이 순례단의 면회를 거부한 것이다.

순례단이 각 지역의 교도소를 방문하면서 모든 양심수를 면회해왔지만 양심수 면회가 성사되지 못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원씨는 현재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가족과 김대원대책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한 치료를 요구해 왔고, 전문의의 진료 결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도 있었지만, 치료를 전혀 받고 있지 못한 상황. 이런 김씨의 면회 거부는 순례단을 비롯해 자리에 함께 한 박용진, 임태열, 김대원씨 등 양심수 가족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순례단 단장 최진수씨는 "공안 당국이 재소자에게 치료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는 이런 치욕스러운 처사는 언젠가 반드시 갚아 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순례단은 16일 전주교도소 앞에 마련한 천막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17일 다시 광주를 향해 걷는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모든 양심수들은 반드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1500리 길을 걸으면서 이들이 가슴에 뚜렷하게 새겨 넣고 있는 구호다. 이 구호가 신념이 된 이들에게 '양심수 석방'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들의 '고난의 행진'이 반드시 '모든 양심수 석방과 수배해제'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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