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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감척으로 한산해진 여수항구. 불황기어서 조업을 포기하고 정박해있는 안강망 어선들
어선감척으로 한산해진 여수항구. 불황기어서 조업을 포기하고 정박해있는 안강망 어선들 ⓒ 이상율
북위 30도∼34도 동경 124도∼126도. 동지나 어장엔 중국이 몰려오고 있다. 이곳은 한. 중. 일 세 나라가 공동으로 조업하는 어장. 그러나 일본 어선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사라지고 우리 어선과 중국 어선이 공동으로 조업하는 어장인데 마치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처럼 대형선단을 이루어 떼로 몰려드는 바람에 우리 어선들은 그물을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개량화, 대형화는 물론 현대식 장비마저 고루 갖춘 중국어선들이어서 고기잡이에서도 밀리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는 제주, 거문도 등 가까운 해역에까지 월선하여 조업을 하는 바람에 우리 어선들은 정말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 중 어업 협정이 발효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어 감척 사업으로 선단의 규모가 소형화된 우리로서는 중국의 대형선단의 횡포를 막을 길이 없다. 감척 사업은 팽창한 어선세력을 줄여 적정 어획량을 유지함으로써 자원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수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한때 우리 어선세력은 팽창했다. 75년경부터 어선세력이 늘기 시작, 동지나 해역을 주 어장으로 삼고 있는 여수항의 안강망 어선을 기준으로 150여척에 이르렀고 95년도에는 186척이나 됐다.

그러나 어선세력의 확장은 자원 고갈로 인한 척당 어획고의 대폭 감소를 부추겼고 선원 부족 현상은 고용질서를 붕괴시켰다.

우선 능력 있는 선장을 고용하기 위하여 거액의 전도금을 지불해야 했고 선원과 선주간의 이익배당은 4대 6이던 것이 3.5대 6.5로 바뀌면서 소위 부대 경비(속칭 시꼬미) 전액을 선주가 부담함으로써 경영압박은 가중되었다.

텅빈 여수수협공판장. 풍어를 이룬 어선들이 들어오지 않아 공판장도 한산하기만 하다
텅빈 여수수협공판장. 풍어를 이룬 어선들이 들어오지 않아 공판장도 한산하기만 하다 ⓒ 이상율
이 때문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한 선주들은 도리어 정부에 감척을 건의하게 된다. 감척 사업은 한 . 중 . 일 어업협정 발효에 따른 자원의 보호를 위한 적정어획량 확보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앞서 농어촌 특별법에 의한 감척사업을 실시했고 이어 협정발효에 따른 국제규제에 의한 감척 사업도 병행했다.
감척사업은 폐선 신청을 받아 폐업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남해안 여수의 경우 감척사업으로 한때는 186척에 이르던 안강망어선이 37척으로 줄었고 2002년에 24척이 감척 신청을 내 금년 중 13척만 남게 된다.

감척 보상 과정에서 폐업보상비와 보상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액이 해마다 달라 해당 어민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감척사업으로 한국의 어선세력이 줄자 동지나 해역의 조업주도권은 중국이 독점하기에 이르렀고 동지나 어장의 고기를 중국어선이 모두 휩쓸어가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시적 조업에 머물러 있던 중국어선들이 수온대 측정에 의한 조업으로 척당 어획량도 우리 선박보다 월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3 금우호 선장 박길자씨는 중국 어선들이 항상 수온대로 보이는 곳을 선점하여 조업하는 것으로 증언하고 있다.

수온대 측정은 위성으로 실시간 수온을 측정, 조업어선에 통보, 어종별 서식분포를 인지하여 조업함으로써 갈치, 조기, 병어, 부서 등 다량의 고급 어종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 되어있다.

우리 어선들도 약 2-3년 전부터 수온대 정보를 받고 있지만 1주일 치를 한꺼번에 통보하는 방법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 어선들은 고급 어종은 잡지 못하고 가격이 낮은 사료용인 잡어만을 잡는 형편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잡어는 고급 어종의 먹이로 결국 고급 어종의 자원만을 축내는 조업을 하는 셈이다.

2000년 6월 30일로 한중 어업협정이 발효되었다. 상호간 쿼터확정도 되었을 것이고 국제규제에 의한 구조조정도 합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중국 어선의 세력이 늘어 우리 나라 근해에까지 침입하고 있는 것은 공동 조업구역 내에서 양국간 상호 감시 체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어선을 보호해야할 경비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당국은 감척만을 능사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감척 후에 올 사태를 짐작 장 . 단기 대책을 수립 우리어선들이 제대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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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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