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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륜장 건립과 관련, 지난해 대전시가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안내문
대전경륜장 건립과 관련, 지난해 대전시가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안내문 ⓒ 오마이뉴스
과연 경륜장이 인간의 본성인 사행심리를 공개적으로 표출해, 부작용을 없애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인가?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이 쓴 '도박산업의 현주소와 지방정부의 과제'에 따르면 경륜장 고객 1인당 하루 평균 베팅비용이 55만9천원이며, 이 가운데 150만원 이하 소득자가 전체 고객의 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5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13.5%에 불과했다. 이는 경륜장이 소시민이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라기보다는 중독 가능성이 높은 도박시설이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

또 경마, 경륜, 경정장 입장시 동반자에 대한 질문에 가족이나 친지와 가는 경우는 5.9%에 그친 반면 '혼자 내지 친구와 간다'는 응답이 83.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륜고객 가운데 월 평균 입장횟수 비중은 1회에서 12회 가운데, 10회 이상이 55.2%에 이르렀다.

이는 경륜을 가족과 함께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그나마 경륜장을 찾는 사람들은 경륜장에 상주하면서 전문적으로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륜, 경마, 경정장 이용자 유형이 이러한데도 과연 가족과 함께 즐기는 레저스포츠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대전 도박중독자 5년간 10만명 이를 것"

지난 11일 대전시민사회단체의 대전경륜장 건립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지난 11일 대전시민사회단체의 대전경륜장 건립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도박이란 적은 돈으로 베팅을 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경마, 경륜, 카지노, 경정, 그리고 복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도박산업이 번창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행복인 '요행'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

현행법은 도박을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도박을 일상적인 오락의 한 형태로 즐기는 현상이 만연해 도박의 사회적 정신적 폐해와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도박은 경마나 카지노와 같은 합법적인 도박사업에서부터 친구나 친지들간의 오락성 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그 한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가벼운 오락에서 시작해 심각한 범죄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년간 도박참여인구는 2320만여명으로 2001년 대비 21.4%나 늘어났다. 시민단체는 2001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2006년까지 대전에는 최소 10만 이상의 도박중독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전에는 월평동 장외경마장과 유성 장외경륜장, 지난달 기습 개장한 유성 장외경정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장외경마장이 위치한 월평동 계룡사옥 근처는 주차 문제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 "경륜장은 건전한 레저시설... 여론수렴 충분"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대전경륜장 건립사업을 추진할 것을 공표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대전경륜장 건립사업을 추진할 것을 공표했다. ⓒ 오마이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경륜장이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건전한 레저시설이라고 주장하며 경륜장 건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전시는 2001년 경륜장 건설사업계획 수립 이후 타당성용역과 간담회, 시민대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대전경륜장 건립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말 경륜장 건립을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다 급기야는 지방재정확충을 명분으로 지난 15일 경륜장 건립 추진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륜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에 의견을 물었더니 '(경륜장이)지자체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적극 추진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륜장 건립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주민의 의견은 들어봤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염 시장은 "일반시민의 의견보다는 전문가 중심의 여론수렴을 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여론수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인터넷조사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주로 체육인 등 소위 전문가를 상대로 한 여론수렴에 그쳤다.

이날 기자간담회 시작 전 대전시문화체육국 한 관계자는 "창원이나 다른 곳은 하자고 하는데 유독 대전만 하지 말자고 난리냐"며 "더이상 어떻게 의견을 수렴하냐"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는 경륜장 사업을 추진하는 대전시가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자세가 되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부분이다.

어쨌든 염 시장은 "나도 솔직히 경륜장 유치하기 싫었다. 그러나 간부 공무원들이 강력하게 추진을 요구하고 또 시민을 위해 경륜장 결정하는 것으로 했다"는 말로 대전경륜장 건립 추진을 공표 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 건립저지범대위 결성 "끝까지 책임 물을 것"

대전시민사회단체는 17일 '경륜장 건립 저지 범대위'를  결성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는 17일 '경륜장 건립 저지 범대위'를 결성했다. ⓒ 오마이뉴스
줄곧 경륜장 건립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들은 17일 '대전경륜장 건립 저지 범충청지역 공동대책위’ 결성회의를 갖고,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는 경륜장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노동, 시민, 교육, 종교단체 등 30여개 단체가 함께 한 범대위는 앞으로 도박산업의 실태 및 개선방안 토론회, 경륜장 추진중단 및 주민투표 촉구 1인시위, 문화관광부 정책제안 및 장관항의방문 등 경륜장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시민사업국장은 "대전경륜장은 대전시의 예산불리기와 경륜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몇몇 업체 등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시민들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도박산업이 틀림없다"며 "대전시가 대전경륜장 건설 추진을 백지화하지 않는다면 대전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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