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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복숭아 나무를 심을 때도 엄니와 동네 사람들과 엄청 싸웠다. 왜 복숭아 밭에 복숭아 나무를 심으려면 밭을 갈아업고 깨끗하게 해놓고 심어야지 산같이 버려진 땅에 나무만 심어놓으면 먹는 줄 아느냐고 몰아붙였다.
나는 원래 밭을 갈면 미생물들이 다치고 굳이 밭을 갈지 않아도 미생물들이 알아서 밭을 간다고 주장했다. 물론 동네 사람들과 엄니한테는 미친놈, 궤변론자 취급만 받은 게 사실이었다.
속으로는 귀농하면서 본 책 후꾸오까의 <생명의 농업>에 대해서 신봉을 하고 있어서 자신감이 있었다. 이 책은 기존의 관행농법과 비료, 농약 중심의 농법을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 두는 자연농법을 주창했다.
"왜요? 안해도 된다니께요."
"아니 복상 낭구에 황소독을 안하믄 복상을 어뜩키 따먹을랴구 혀."
"글쎄요. 농사는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제발 좀 냅더유."
엄니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남들 다 하는 황소독을 안해. 다른 사람들은 몇 십년 동안 농사진 사람덜여. 니가 뭘 안다고 그렇고롬 고집을 부려. 고집은..."
"아 엄니두. 그 사람들은 몰러서 그렇다니께요. 황이 얼마나 독한 것인데. 나무에다 황을 발라대면 나무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나무는 자생력이 생겨야 해요. 소독한 나무들은 병이 없어지는 것 같지만 스스로 병을 이기지 못해 맨날 소독이 반복돼야 한다고요..."
얼마 전에는 밭에 거름을 주지 않는다고 또 난리를 치셨다. 그때도 나의 논리는 지금과 똑같았다. 거름을 주지 않아도 된다. 여기 땅은 땅이 살아 있어 굳이 비료나 거름을 주지 않아도 나무가 잘 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을 했지만 엄니는 막무가내였다.
"미친놈, 꼭 저기 웃골 병태 같은 놈이구먼. 동네 사람들이 다 숭 봐. 제 2의 병태가 생겼다고. 왜키 게으른 거여. 그럴려면 왜 농사짓겠다고 덤벼들어 들기는..."
그때도 끝내는 엄니와 난리를 치르고 엄니가 보따리를 싸고 집을 나가셨다. 속이 터져 딸네 집으로 간다고. 대전에 남겨두고 온 여동생들한테 가서 산다고 휑하니 나가셨다.
"나 진짜 못 살겄어. 동네 챙피해서. 왜 남들 따라 농사 지믄 되지. 니가 뭐가 잘났다고 고집여 고집은. 그러다 복상 잘도 따먹겄다. 남들은 일등 상품 맨들어 내다 파는데 잘도 허겄다..."
사실 작년에 처음 복숭아 몇 개가 달렸는데 상품이 될 만한 작품은 안되었다. 그나마 몇 개 달린 건 거의 다 썩었고, 낮게 달린 복숭아는 토끼가 갉아먹고 까치가 쑤셔놓아 제대로 따먹은 게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아직도 자연농법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인간이 만든 농약과 비료는 계속 되는 악순환이라고 생각이 든다. 농약을 하기 때문에 미생물들까지 다 죽이고 해충들을 작아먹는 먹이사슬인 거미 같은 거나 천적들이 없어져 농약은 좀더 강하게 악순환되어 간다.
엊그제는 농협에서 흙비료를 무상으로 농가에 나누어주고 자기네가 논에 알아서 뿌려주었다. 땅이 산성화 되어 땅의 성질을 바꾸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가? 농약과 비료 때문에 땅이 죽어간다고 자기네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농약과 비료를 또 팔아 먹을려면 산성화된 땅에 이렇게 흙비료를 뿌려줘야 기존의 관행농법을 계속해나갈 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