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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마이뉴스에서 ‘무엇이 노무현을 우울하게 만드는가’ 라는 유창선씨의 글과 이 글에 대한 반론인 김욱씨의 ‘무엇이 지지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가’ 라는 두 글을 읽고, 진정 한국 정치를 무엇이 우울하게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단상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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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노무현을 우울하게 만드는가

유창선씨는 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우울함'의 원인, 즉 인사문제에 관한 편중과 난맥, 개혁에 대한 평가의 대립, 측근에 대한 불미한 조사 등의 문제는 현상일 뿐이며, “국정의제의 우선 순위가 제대로 조정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통제 불능의 상태로 방치’되었다는 것과 ‘국정이 지나치게 대통령 개인의 생각 혹은 즉흥적 대응에 따라 좌지우지되었다는 점”이 근원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문제의 근원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던 작금의 상황이 전개된 책임을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개혁이 없는 통합은 과거의 것을 지키는데 머무를 것이고, 통합이 없는 개혁은 실패하게 되어 있으므로 개혁과 통합의 병행만이 활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욱씨는 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국정의제의 우선순위”문제나 “대통령 개인의 즉흥적 대응”(설령 있다 할지라도)과 같은 부차적이고 형식적인 차원 또는 이로 인한 언론과의 말씨름이 아니라, 개혁을 열망하는 기존의 지지층을 잃어가는 정책(또는 정책부재)을 시행하면서 개혁에 소극적인 새로운 지지층의 확산을 위하여 (지역구도적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으며 이는 개혁이 실패해가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김욱씨는 따라서, 유창선씨의 “개혁과 통합의 병행만이 활로”라는 주장은 사실상 개혁의 무장해제를 촉구하는 구호로 반개혁세력이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노대통령을 옭아매는 것과 같은 수구적 입장이며, 확고한 개혁의지가 '외연확장'을 가져오는 것이지 기회주의적인 외연확장이 개혁의 성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즉, “개혁만이 (지역구도를 깨고) 통합을 여는 활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논쟁에 있어 핵심적 화두는, 노대통령이 집권 이전부터 강조해온 바로 ‘국민통합’이라는 문제에 있다. 즉, 유창선씨는 통합없는 개혁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김욱씨는 통합을 앞세운 기회주의적인 외연확장은 개혁의 실패로 귀결된다고 보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국민통합’이라는 화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국민통합’의 과제는 노무현 정부에게만 부여된 정치과제는 아니다. 이전의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제반 정치세력은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집권세력에게 있어 ‘국민통합’은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였던 것이다.

문제는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국민통합’을 이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현 시기 한국정치에 있어서, 이데올로기 조작에 의한 통합이나 억압기제를 통한 동원과 같은 ‘국민통합’을 상정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줄 알지만, 사회적 갈등구조가 중층적으로 복합되어 현상화 하고 있는 한국정치에 있어서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는 단순히 선언적 의미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으며, 그 것이 바로 한국정치를 진짜로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대립 및 갈등구조는 한국사회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왜곡되어 현상화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에 의한 대립구도라기 보다는 친북이냐 반미냐, 경상도냐 전라도냐 이런 식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자본주의사회 고유의 계급계층간 대립구도 이외에 분단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대립구도, 여기에 더불어서 세대간 갈등 양상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와는 일정 유리된 채 중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왜곡된 대립 및 갈등구조를 바로잡지 않은 채, 선언적 의미로만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왜곡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며 일종의 ‘허구적 개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문제는 왜곡된 갈등구조를 바로잡지 않고 통합만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통합된 국민’이란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통합’이 아닌 ‘봉합’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노무현정부의 정치적 과제는 ‘국민통합’이라기 보다는 왜곡된 대립구조・갈등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분단 이데올로기・레드 콤플렉스에 의해 왜곡된 대립구조, 지역주의에 의해 왜곡된 대립구조를 바로잡아, 허구적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개혁’ 대 ‘수구’와 같은 제대로 된 대립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절실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지역주의문제의 해결 역시, DJ정권 당시의 ‘동진정책’과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인 ‘수도권 + 일부 이탈한 호남 + PK 일부’와 같은 전략으로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으며, 그것보다는 개혁과 보수의 양당체제 정착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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