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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신문1면에서는 이라크전에 대한 내용들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이라크전을 우리가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미 각계분야에서 많은 해답과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 대구 영남대학교에서는 세계화의 흐름속에서도 문명의 상호공존을 위한 지문화학(地文化學)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 <최병두 교수 강연장면>
ⓒ 박희석
‘힘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지정학

이날 강연에 나선 최병두(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는 ‘지정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관계’라고 말한다. 중력의 틀안에서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온 인간은 땅과 자신들의 논리를 결합시켜 침략과 영토확대를 꿈꿨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지정학은 이런 역사적 현상들을 바탕으로 세계공간에서 펼쳐지는 정치주체들의 ‘힘의 관계’를 지정학적 위치와 자원의 분포, 그리고 종교 등 여러요인으로 설명해왔다.

테러전과 반테러전 역시 지정학적 경쟁에 근거한 것

그동안 구소련과 동구사회국가들의 해체와 함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공간의 한계가 극복되면서 유럽열강들의 제국주의적 식민지 쟁탈과 냉전시대의 세력경쟁을 설명하던 전통적 의미의 지정학의 의미가 축소되고 설득력을 상실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 ‘제4의 전쟁’,‘포스트모던 전쟁’이라고 불렸던 9ㆍ11 테러사건과 그 이후 미국의 보복전쟁들은 영토에 근거를 두었던 근대적 전쟁과 이를 설명하는 전통적 지정학적 틀로는 설명될 수 없는 많은 특성과 의미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지정학을 완전히 벗어나 설명될 수 는 없다. 때문에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중동지역의 전통적 지정학의 의미를 고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 교수는 강조한다.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한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들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이미 유수의 지리학자들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경계가 되는, 즉 한국, 대만에서부터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동에 이르는 소위 초승달 모양의 지대들이 앞으로 치열한 각축전의 무대가 될 것이며 이 주변지대들을 통제하는 자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런 상황에서 9ㆍ11테러와 그 후 미국의 보복전쟁의 주요 무대가 된 중동지역은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사실때문에 이미 미국은 석유자원의 기득권 확보를 위해 크고 작은 정치적 갈등에 개입, 직ㆍ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러시아와 독일등이 이번 전쟁을 반대한 이유도 이들 나라가 걸프전 이후 미국과 이라크의 적대관계를 이용, 서서히 채굴ㆍ판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여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최 교수는 9ㆍ11의 보복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선택한 이유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자체가 공격목표가 아닌 빈라덴의 근거지라는 이유로 침략근거를 제시하긴 했지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아프가니스탄에 우선적으로 친미정권을 세워 인접한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주요 강대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진정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미국 국방부 자신이 테러집단(오사마 빈 라덴)을 후원했다는 확실한 증거까지 인정하는 딜레마적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익을 위해서는 철저히 이용했다는 것이다.

▲ <강연장 밖의 전시된 사진들>
ⓒ 박희석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군사자본주의의 결합

한때 우리는 냉전체제의 붕괴와 교통,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더욱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세계화가 완수된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는 그제서야 출발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공간적으로는 전세계가 일방적인 자본주의의 세계체제로 전환되었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치밀하게 특히 미국은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전쟁국가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금융자본과 전투적 군사자본은 기대했던 세계적 번영과 평등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심각한 정치,경제적인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특히 중동지역은 거대한 오일달러가 왕족과 특정지도계층에만 돌아감으로써 이에 불만을 가진 수많은 미국의 적들을 만들어내었고 이런 배경에서 테러리즘 자체가 생성되고 표출된 것이 아닌가라고 그는 반문한다.

초테러리즘의 심리적ㆍ정신적 위협

세계화의 산물인 테러리즘은 그동안의 지정학을 새롭게 재구성하게 했다. 최 교수는 이 현상을 ‘소멸의 위기를 맞았던 모든 종류의 특수개체(개인, 문화등)들이 테러리즘이라는 방식으로 복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9ㆍ11만 봐도 그 방대함과 엄청난 피해도 충격적이지만 기존 지정학이해의 틀인 주권국가, 영토를 벗어났고 또 ‘미국=안전지대’라는 공식을 깨어 자신도 언제든지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상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또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있는 미국민들은 환상과 자기상징에 매몰되어 있는 부시정권의 행태가 초래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제, 자기반성과 지속적인 반전운동 이어져야

이제 어쨌든 이라크 전에서도 승리한 미국은 이슬람 국가들의 동조를 차단했고, 전통적인 지정학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정권을 수립함으로써 중앙아시아를 지배할 교두보를 확대했다. 게다가 내적으로도 국민의 단합된 애국심을 유도해내고 군산 복합체의 이익까지 실현시켜줘 부시는 얼마간은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셈이 되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더 이상 명분없는 대 테러 전쟁을 확대하고 자기반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자기붕괴와 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군사력을 통한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패권추구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내부의 문제점을 직접 해결하려 하지 않고 외부에 전가해온 신제국주의의 딜레마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더욱 곪아 쉽게 몰락할 수 있다’

민족자결주의를 전제, 지문화학으로의 전환이 필요

때문에 최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미국인의 자성적인 성찰과 자각을 통한 반전운동이 가장 절실하며, 그 외 유럽과 제3세계국가도 끊임없이 반전운동을 함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해 민족자결주의를 전제로 최교수가 제시하는 개념이 바로 지문화학이다. 현재모습처럼 국제적 갈등을 정치ㆍ군사학적 방식으로 풀어내며 발생시킨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의 공존을 지향하는 가치관을 말한다. 이런 새로운 개념을 기존의 영토확장과 지배권력의 전통적 지정학에서 벗어나 지역문화의 상호공존과 정체성확립을 위한 대체적 개념으로 만들어 가는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 생명아카데미 안내문
ⓒ 박희석


<생명아카데미는 ‘신자유주의’란 명목으로 자행되는 생명파괴에 대한 실천적 활동을 목적으로 영남대학교 문과대 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28일 ‘우리밥상을 어떻게 지킬것인가?’라는 주제로 천규석(대구한살림 이사)씨의 강연이 있었고, 4월 29일에는 ‘9ㆍ11,아프간 전쟁,그리고 이라크전쟁’이라는 주제로 최병두(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매달 마지막주 열리는 생명아카데미는 앞으로도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방안에 대한 폭넓은 주제와 담론을 담아낼 계획이다. 5월에는 '생명의 수레바퀴 그 아래서…‘라는 제목으로 나희덕(시인, 조선대)교수의 강연이 예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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