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결국 대세는 '개혁과 통합'을 기치로 한 통합개혁신당 창당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개혁바람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4·24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민주당 안에서는 이를 거부할 만한 명분도, 세력도 존재하지 않는 형국에 다다른 듯 하다.
정대철 대표 등 신주류 지도부도 1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원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 가는 신당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적극 동참할 뜻을 내비칠 정도다.
이른바 신주류 의원들의 '세규합'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일찌감치 탄력을 받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신기남 의원이 지난달 30일 "중요한 것은 이틀만에 대세를 형성했다는 것"이라며 자평할 정도다. 수적으로도 대세론에 합승한 의원들은 구주류 모임의 머릿수를 훨씬 웃돌고 있다.
30일 열린개혁포럼이 채택한 성명에 서명한 의원만도 44명. 민주당 소속 의원 과반 가까이를 확보한 셈이다. 신기남 의원은 60명을 넘나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김상현, 김근태 고문 등 중도파 중진의 '포섭'에도 성공해 마침내 날개를 단 격이 됐다.
반면 구주류는 힘에 부친 듯 맥없이 무너지며 분열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구주류와 중도파로 분류되는 20여명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모임을 갖고 4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하며 신주류 중심의 신당 논의에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날 모임에 대해 '신당 반대' 뉘앙스보다는 중도파의 '양다리 걸치기', '몸값 높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월 중순 신당추진위 뜨고, 늦어도 8월말 '출범'
[신당 출범의 시기와 절차] 장영달 열린개혁포럼 총괄간사에 따르면 신당 창당 주도세력이 구상하고 있는 신당의 공식 출범 시기는 늦어도 8월말. 9월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마무리지어야 '신당'의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를 위해 늦어도 2주 안에 당무회의를 소집해 5월 중순 전에 의결을 완료하고 신당추진위원회를 본격 구성한 뒤, 6월 하순이나 7월초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수순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1차 당내 신당추진기구 구성, 2차 당외 세력 결합을 위한 신당추진기구 구성 등의 절차도 함께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신당추진기구의 인선과 관련 신주류 측은 "일부 구주류의 참여는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왕 신당에 참여할 계획이라면 '제발 조용히 숨죽이고 따라와 달라'는 것. 다만 당무위원회의에서 신당추진위원회 위원장 선임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장영달 열린개혁포럼 총괄간사는 "신당추진위원회의 구성에 좀더 논의를 해 봐야 하겠지만 위원장은 당무회의에서 지명할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신당추진위 인선과 관련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뽑혀야 한다"면서도 '구주류쪽도 참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콘센서스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구주류 참여 배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개혁', '국민통합' 기치…'개혁신당' 아니냐 의혹 눈길도
[신당의 기조와 참여세력] 현재 신주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당의 중심 기조는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이다. 하지만 개혁은 뺄셈을, 통합은 덧셈을 전제로 하고 있어 상호 모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원기 고문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신당은 '개혁적 통합신당'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에 관련 이상수 의원은 "평화적이면서도 국민통합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이라며 신당의 노선을 규정했다. 그는 "냉전·수구에 대한 반대급부로 평화적·개혁적 세력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주류측은 이같은 신당의 노선에 동참한다면 구주류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30일 오후 '신당 취지에 공감하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주류라는 말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올 수 있다. 다만 기득권이 없다"고 못박았다. 노선에 동조하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되 어떠한 우월적 지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거 수구세력들이 통합하자고 해서 나온다면 받아들일 수 없지 않느냐"며 일부 배제원칙을 밝힌 뒤 "우리당 사람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면 그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손짓을 보냈다.
이같은 신당 창당 움직임에는 개혁당을 비롯해 호남권 소장파 세력들도 동조의 뜻을 보내고 있다. '전북 희망과 행동' 김경민 공동대표를 비롯 김현종 강익현 이돈승 함운경씨 등은 신당 입당 혹은 개혁당 입당 뒤 신당 합류 등의 방식을 통해 결합할 계획이라고 김현종 '전북 희망과 행동' 총괄간사는 밝혔다.
하지만 이른바 개혁신당으로 가기 위한 '위장전술'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일부 구주류 의원들은 '통합'을 미끼로 던져 구주류를 낚겠다는 전략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일부는 도대체 '개혁신당'을 말하는 것인지 '통합신당'을 말하는 것인 도통 감을 잡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탓에 일부 구주류 의원들은 민주당 법통을 계승하는 것인지, 통합을 위한 신당인지 고개를 갸우뚱 저으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1일 오전 바른정치모임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기존의 지역분열적 구도를 기반으로 한나라당 지역기반은 포기하고 반한나라당 지역을 통합하는 의미라면 국민통합과 배치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계파통합이 아니라 지역통합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런 까닭에 쉽게 신당 반대의 깃발을 들지도, 그렇다고 이미 대세로 굳어진 신당호에 동승하지도 못하고 이곳 저곳에 명함을 내밀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배기선, 정철기, 남궁석 의원 등은 신당 출범을 주도하고 있는 열린개혁포럼과 신당에 제동을 걸고 있는 구주류·중도파 모임 두 곳 모두에 참석 또는 결정사항을 위임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기남 '개혁', 천정배 '통합' 강조 '역할분담'
강경기류 죽이고 '중도파' 끌어안기 전략 구사
[신주류의 계산은 뭔가] 최근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 강경개혁파 내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2차례의 신당 창당 작업을 경험으로 볼 때 중도파를 끌어안지 못할 경우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계산 하에 강경기류를 누그러뜨리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다만 일종의 역할 분담을 통해 '개혁빛'과 '통합빛'을 동시에 발산함으로써 일종의 산란효과를 기대하는 듯 보인다.
예를 들면 신기남 의원은 '개혁' 목소리를 크게 냄으로써 영남 지역의 호감을 얻고, 천정배 의원은 '통합' 목소리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구주류의 거부감을 최소화시키는 전략. 30일 하루 동안만 하더라도 신기남 의원은 "무분별하게 받지는 않겠다"며 선별 참여론을 폈고, 천정배 의원은 "우리당 사람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참여확대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신주류측은 내심 이른바 후단협 출신과 정균환, 박상천으로 상징되는 강경 구주류파들의 참여는 어떤 식으로든 배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 전북희망과 행동 총괄간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민주당 의원을 만났을 때 당내 1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더라"며 일부 배제원칙을 신주류 내부에서 이미 세워놓고 있음을 시사했다.
즉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노선에 동조하지 않는 일부 인사를 1단계로 걸러내고 2단계로 상향식 공천을 통해 필터링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미 후단협 10여명은 신당 창당 자체가 반기를 듦으로써 이미 자발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상황.
이어 2단계로 '자유롭고 공정한 민주적 상향식 공천'을 거치면 결국 호남파 구주류 일부가 떨어져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2단계 작업으로 인해 일부 신주류 인사들도 공천과정 중 탈락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부담을 동일하게 지는 셈.
일부 구주류 '동조의사' 확인…한화갑 전 대표 결심이 좌우할 듯
[구주류와 중도파의 움직임] 아직 구주류의 중심적 흐름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한화갑 전 대표의 '결정적 선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를 역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힘을 얻으면서 신당 참여에 좀더 비중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한화갑계로 분류되는 조성준, 배기운, 조한천, 고진부 의원 등은 "모든 세력이 참여하는 신당 창당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방미 중인 한 전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화갑 전 대표가 '참여'쪽으로 가닥을 잡은 경우 구주류와 중도파를 중심으로 한 반대·유보 세력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신당으로 옮겨 탈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지난 대선 당시 '신당 불가피론'을 설파했던 박상천 의원도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며 흐름을 관망하고 있다. 반면 이협 의원이 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박병석 의원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신당 참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다만 최명헌, 이윤수, 김명섭, 유용태, 설송웅 박종우, 장태완, 송영진, 최선영, 박상희 의원과 김영배 전 의원 등 과거 후단협 소속 11명만이 지난 30일 모임을 통해 신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을 뿐이다. 아직 정균환 원내총무도 반대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망] 일단 '낙관적'이라고 볼만하다. 이미 동참자만 과반을 넘어섰고 조만간 신주류의 예상대로 70∼80명 선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암초가 없지는 않다.
우선 한화갑 전 대표의 설득을 유도하는데 성공해야 하고, 반대파들이 과반을 넘는 당무회의에서 의결을 받아내야 한다. 신기남·천정배 의원은 "당무회의 통과를 확신한다. 부결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지난 당 개혁안 원안 통과가 사실상 '좌초'된 것에서 보듯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이어 신당추진위 구성에 있어 구주류 배제에 따른 반발을 무마시키고 명분도 찾아야 한다.
또한 개혁당쪽의 결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개혁당은 민주당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무분별한 세확산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다 선명한 색깔을 주문하고 나섰다. 아직 '결합반대'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주류의 무원칙한 합승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개혁당 내에 반발기류가 형성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