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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100분 토론 시작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언론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청와대 제공)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100분 토론 시작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언론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청와대 제공)
5월 1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사이에 언론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다소 격앙된 노 대통령이 "(조중동이) 대통령 대접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 기자가 노 대통령이 '조·중·동 길들이기'에 매몰돼 있다며 먼저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김 기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신문만 자율규제라는 예외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역공을 취했다.

이어 김 기자는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강한 언론 질타를 하고 그에 따라서 장관이 추진하고 이런 나라는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번 국정연설에서 언론부분을 들으면서 등에 식은땀이 났다"면서 "언론들이 무슨 김대중 대통령을 박해를 했다, 나도 고통을 받고 있고 그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그러면 지금 어떤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과 공조를 파기했다는 신문을 무가지로 어마어마하게 찍어서 온… <조선일보>가 그랬지 않았나, 이것은 진실"이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반박, 순간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노 대통령은 "정정보도, 당연한 권리이고 그 주어진 원칙대로만 하고 그 이상 안할 테니 염려하지 마라. 식은땀까지 전혀 날 것이 아니"라며 날선 답변으로 반론을 이어갔다.

이같은 팽팽한 설전은 결국 감정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신문고시 문제와 방송편애에 대한 공방전이 끝난 뒤 김 기자는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어보였고, 노 대통령은 "어느 정권에 대해서 언론이 지금처럼 이렇게 적대적인 기사를 쓴 적이 있는가. 솔직히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 대접을 하신 적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그 말은 지나치다"며 웃었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 김 기자가 벌인 설전 전문.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대통령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데, 지난번 국정연설에서 언론부분을 들으면서 등에 식은땀이 났다. '언론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박해를 하고, 나도 고통을 받고 있고 그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지금 어떤 고통을 받고 계신다는 말씀인지.

그리고 특히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방송 대 신문, 또 신문 안에서도 일부 신문과 일부 신문, 이런 식으로 적대를 하고 결국은 대통령께서 <조·중·동> 길들이기를 위한 어떤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신문고시 개정도 마찬가지고 취재 시스템 개혁도 마찬가지인데,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강한 언론 질타를 하고 그에 따라서 장관이 추진하는, 이런 나라는 없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 "질문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이 다 다르다. 우선 내가 언론을 박해할만한 아무런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점을 이해해 주시고. 신문고시 문제는 공정거래법에 유일하게 신문만 예외적 대접을 받고 있다. 특권을 누리고 있다. 불공정 거래행위를 하면서 어느 업체도 어느 업종도 신문처럼 예외적 대우를 받는 데가 없는데, 딱 신문만 자율규제라는 예외적 대우를 받고 있다. 근거가 없다. 나는 그것은 언론개혁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한국사회에 특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법 앞에 평등하게 하자, 이런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다음에 어느 나라에서 정부가 나서서 언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느냐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않았는데, 오늘 <한국일보>에 나온 주동황 교수님의 글을 읽어보면 세계 각국이 언론의 독점적, 편향적 독점에 관해서 심각한 골머리를 앓고 정부가 나서서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 같은 나라에도 언론 평의회 같은 것을 두고 있지 않은가. 언론이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지금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고통을 받고 박해를 받았는가.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과 공조를 파기했다는 그 신문을 무가지로 어마어마하게 찍어서 온…. <조선일보>가 그랬지 않았나. 이것은 진실이다. 그 다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 흔히들 '밀월'을 이야기하는데, 대통령 당선돼 그날부터 나에게 최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그 안에는 합리적인 비판도 물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그냥, 원칙대로만 가겠다.

예를 들어 반론, 당연히 해야한다. 정정보도, 당연한 권리이고 그 주워진 원칙대로만 하고 그 이상 안할 테니 염려하지 마라. 식은땀까지 전혀 날 것이 아니다."

김 기자 "그러나 영향력을 보면 방송이 신문보다 훨씬 압도적이다. 그런데 방송은 상당히 편애를 하시는 것 같다. 지난번에 그렇게 말씀하셨지 않나. 방송이 아니었으면 내가 대통령이 안 되었을 거라고."

노 대통령 "거참 질문 잘 주셨다. KBS 방송이 아니었다면, 그동안 우호적인 보도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당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내가 청문회 때 국민들에게 한꺼번에 알려졌던 그 사건은 영상매체의 위력이다. 이 영상매체의 위력이 없었더라면 노무현의 오늘이 없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지, 나에게 우호적으로 보도해줘서 그렇다고,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우리 선거 캠프에서는 KBS가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오히려 편파적이다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급적이면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가려고 해왔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대응하지 않았다. 여하튼 공정하게 하겠다. 공정하게 하는데, 한국의 신문이 이상 더 국민 위에 군림하고 법위에 군림하고 특권을 누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김 기자 "특권을 누리는 것이 없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라고 하지만 시민단체, 또 독자들로부터 항상 부단히 검증 받고 견제 받고 그렇다."

노 대통령 "잘못 보도하면 정정보도 청구 받아야 하고…."

김 기자 "당연하다."

노 대통령 "반론보도 청구 받아야 한다. 그러면 된다. 그게 불편해서 나를 지금 괴롭히고 하고 있지 않나."

김 기자 "하하."

노 대통령 "어느 정권에 대해서 언론이 지금처럼 이렇게 적대적인 기사를 쓴 적이 있는가. 솔직히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 대접을 하신 적이 있는가."

김 기자 "아, 그것은 조금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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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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