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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보는 전쟁사 101장면
한 권으로 보는 전쟁사 101장면 ⓒ 가람기획
이 책 <한 권으로 보는 전쟁사 101장면>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트로이 전쟁부터 걸프 전쟁까지를 말한다. 인류의 오랜 역사가 전쟁과 함께 하는 동안에 승자는 어떤 방식으로 정쟁을 승리로 이끌고 패자는 어떤 실수로 패하게 되는지를 개별 전쟁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승자의 활약상을 큰 줄거리로 삼기에 자칫 전쟁사는 영웅담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니발, 알렉산드로 대왕, 카이사르, 샤를마뉴, 나폴레옹, 구스타프, 넬슨 제독, 그랜트 장군, 롬멜 등의 전술과 전략을 흥미롭게만 바라본다면 이 책이 말하는 전쟁의 과정은 분명 영웅담이기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그러나 전쟁사 역시 역사의 한 분야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쟁사를 영웅의 이야기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방식의 전쟁은 할리우드가‘통쾌한’혹은‘시원한’폭격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전쟁 영화의 조작으로 차고 남는다.

역사를 기록하고 공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인류가 과거에 행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잘못을 피하고 발전을 향해 인류의 미래를 이끌려는 데 있다. 인류의 가장 잔인하고 어김없이 반복하는 과오가 전쟁이라고 보면 전쟁사는 크게 전쟁의 재발을 막고, 작게는 전쟁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개별 전쟁을 다루고 그 전쟁을 간략하게 종합 정리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인류 역사 전체에서 전쟁이 차지하는 의미를 깊이 있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글의 행간과 전혀 다른 상황과 인물들로 채운 개별 전쟁에서 발견하는 공통점으로 전쟁의 전체적인 의미 읽기가 가능하다.

전쟁은 강자에 의해 주도된다. 반대로 약자는 피해자로서 당하고 파괴당한다. 강자와 약자가 힘의 우열로 판가름난다고 볼 때 이러한 전쟁의 원인 제공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인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국가 국력의 부침이 무수하였으나 강대국과 약소국의 나뉨은 언제나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강대국 수와 당의 침략에 맞선 고구려의 항전이나 페르시아를 상대한 그리스의 중보병의 당당함은 최소한의 자주국방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일깨운다. 상대적으로 군사적 열세였던 국가와 민족은 단순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침략자를 막아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문제, 충분한 군비 확충과 전략적 선택, 보급선 확보 등을 발판으로 승리했다.

반대로 강성했던 화려한 시절만을 믿었던 러시아가 어떻게 일본에 패했으며 독일의 군사력을 과소 평가했던 프랑스가 어떻게 짓밟혔는지를 살펴봐도 실질적인 군사력 확충은 꼭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큰 전쟁을 치르고 나서 전쟁 중의 실수와 부족한 점을 검토해 충분히 자국의 군사력을 키우고 충실히 함으로써 전쟁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쉽게 놓치고 말았다.

전쟁을 억제하는 힘은 단순한 군사력만은 아니다. 현대전은 총력전이라는 말도 있듯이 국민의 정신력을 비롯한 국가 전반에 쌓인 힘의 총량이 커졌을 때 상대국이 침략할 의지를 사전에 막는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군사력 확충인 선결문제인 것은 틀림없다.

단, 1·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여실히 보여준 과오를 통해 배우듯이 강군 육성이 실질적인 전쟁 억제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치의 놀이판, 이기적인 국익을 채우는 놀잇감으로 전락하게 두어서는 곤란하다. 더불어 2차 세계대전 후에 강대국들이 보여주는 이익을 좇는 하이에나 습성을 분명히 기억한다면 다시 자국의 국력을 키우는 방향은 자주국방으로 향해야 함도 분명하다.

이 책이 전쟁의 결과를 기술하면서 승자의 행동을 두고 용감했다느니 과감했다느니 하며 추켜 올리는 듯한 표현을 잘못이라 여길 수도 있다. 전쟁 중에 죽어간 사람들을 잊는다는 게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승리한 자는 살아 남고, 패배한 자는 몰락하고 마는 게 비정한 현실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침략 전쟁을 비난한다고 해도 패자가 되고 만다면 비난은 절규와 비명이 될 뿐이다.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우리의 군대가 국력을 낭비하려는 시도를 할 때에 그것을 막고 애초에 그 시도를 봉쇄하는 것이다. 또, 단 한순간도 전쟁의 불씨를 남겨 두지 않고 철저히 없애는 일이다. 마냥 지금의 평화에 안주할 일이 아니다. 실질적인 힘은 키우되 적은 친구로 삼고 현재의 친구를 너무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전쟁사 101장면 - 가람역사 27

정토웅 지음, 가람기획(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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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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