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한미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방미 관련 테스크포스팀장인 반 보좌관은 "이전까지는 주로 언론보도문이 발표됐다면 이번에는 격을 높여서 △더욱 성숙하고 완전한 동맹관계 형성 △북핵 평화적 해결 △경제협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미 정상간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일 발행된 <청와대 브리핑>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반 보좌관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지금까지 청와대 및 정부측으로부터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공동성명 발표 가능성이 종종 흘러나왔으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공동성명 발표에 대해 양국 사이 조율이 거의 마무리 단계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북미1과 관계자는 "미국 측과 계속 협의중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합의된 문건을 공동으로 발표하자는 데는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이 마음대로 적어서 언론에 발표하는 단순한 보도문이 아니라, 내용도 있고 양국 관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철학도 있고 격식도 있는 문건이 될 것"이라며 "문건의 명칭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 외교보좌관은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네차례 '전화 정상외교'를 했다, 직접 만나진 않았으나 개인적인 우호관계를 돈독하게 다져왔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의견이 어긋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미로 (양 정상이) 직접 만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양국 정상의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반 외교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방미 중에 벡텔사 CEO를 접견하는 이유에 대해 "벡텔사가 이라크 재건사업에 주기업으로 선정되었는데 한국 기업의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며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 | | 이건희·정몽구·구본무·이재웅 등… | | | 노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 누가 가나 | | | |
한국 정부에서 이번 노 대통령 방미에 중점을 찍고 있는 분야는 크게 세가지다. (1)북한 핵 문제 (2)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 (3)경제 문제이다. 이중 경제문제는 북핵문제에 가려져 다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청와대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인들도 '경제사절단'으로 노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다. 명단을 살펴보면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이 모두 동행한다.
또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자홍 LG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경우 각각 이학수 삼성전자 사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이 동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경제사절단에 참석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과 김형순 로커스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등 벤처 기업인도 샌프란시스코 방문에 동행한다. 또한 주한 미상공회의소의 윌리암 오버린 회장과 타미 오버비 수석부회장도 이번 방미를 수행한다. 청와대측은 방미수행 경제사절단이 3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미 중 뉴욕 증권거래소, 실리콘 밸리 인텔사 등을 방문하고 뉴욕 금융계 주요인사 초청 오천간담회, 서부지역 미 경제인과의 간담회, 라일리 벡텔회장 접견, 미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 연설 등 '세일즈 정상외교'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 이병한 기자 | | | | |
다음은 <청와대 브리핑>이 보도한 반 보좌관 인터뷰 전문이다.
- 방미 의미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순방 정상외교이자 우방인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한·미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토대 위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확실하게 다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울러 한·미 통상문제등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해 대미경제협력 기반을 강화는 목적도 크다."
-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네 차례 '전화 정상외교'를 했다. 직접 만나진 않았으나 개인적인 우호 관계를 돈독하게 다져왔다. 이번 방미로 직접 만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양국 정상의 합의를 이룰 것이다. 또한 올해가 한·미 동맹 50주년이자 미국 이민 100주년이 되는 해다. 향후 한·미 50∼100년을 내다보는 양국 정부의 '한·미 미래동맹 구상'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우호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드러날 가능성은?
"두 정상의 의견이 어긋날 가능성은 없다. 부시 대통령은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해았고, 파월 국무장관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모두 부시 대통령의 뜻을 잘 따르고 있지 않은가. 북한과 이라크는 전혀 다르다는 게 미국의 입장임을 명백하게 밝혀왔고 재확인했다."
-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의 의미는?
"이번 방문은 실무방문(working visit)이나 실제론 국빈방문(state visit)에 준하는 예우를 받아 회담이 끝나고 곧바로 만찬행사로 이어져 두 정상이 참석하는 공동기자회견은 없다. 그러나 한미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다. 이전까지 주로 언론보도문이 발표됐다면, 이번에는 격을 높여서 △더욱 성숙하고 완전한 동맹관계 형성 △북핵 평화적 해결 △경제협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미 정상간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외교노력도 펼치나.
"대통령은 테마를 중시한다. 성과 있는 경제회담이 되기 위해 방미 일정을 이 주제에 맞춰 짰다. 특히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중점을 뒀다.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국제금융계 인사, 월스트리트의 경제지도자, 실리콘밸리의 IT관계자 등을 집중적으로 만난다. 대한투자를 유치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가능성을 자신있게 설명하는 세일즈 외교의 자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방미수행 경제사절단도 31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다."
- 벡텔사 CEO를 접견하는 이유는?
"벡텔사가 이라크 재건 사업에 주기업으로 선정되었는데 한국 기업의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 노 대통령의 방미 준비는?
"방미에 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워낙 에너제틱(활기차고 원기왕성)하다. 대통령이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준비하고 일을 추진하는 편이라 실무진들이 따라가는데 숨이 찰 정도다. 과거의 정상외교가 실질보다 형식에 치우친 면이 적잖아 다소 무겁게 진행됐다면, 지금은 전혀 다르다.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며 빠른 행보로 경쾌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마치 서방정상끼리 교류하는 것을 보며 느꼈던 경쾌한 움직임을 대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