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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청와대 앞 길거리에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들의 농성이 있어서 함께 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의 여러 가지 신상 정보를 교육부에서 아무 동의도 없이 인터넷에 올려 관리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심각하게 정보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전교조에서는 작년부터 꾸준히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고 있는 중이란다.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하면서 문득 반성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사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무슨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 학생들에게도 그들의 소중한 인권이 있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 왔을까? 아니, 그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엉겁결에 욕설을 뱉으면서 그들이 받을 상처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나? 비록 일을 저지른 후에 사과를 한다고 한들 한번 받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일인가?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정성껏 배려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 노력을 해 왔을까?
심지어 매를 대면서도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변하지는 않았나? 내가 어떤 이유로든 아무에게도 맞고 싶지 않다면 학생들도 똑같다는 것을 왜 그리 자주 잊고 살았던 것일까? 머리카락의 길이, 양말의 색깔, 치마의 길이, 운동화 색깔까지 획일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일이 과연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거나 알고 있는 행동일 수 있을까?
성적만으로 줄세우기 하고, 경쟁을 강요하면서 뒷줄에 서 있는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 그들도 무언가에서는 모두 당당히 잘하는 것이 있을 텐데 그것을 찾아 칭찬하는 일을 게을리 했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키워주고, 바르게 생활하는 태도를 갖도록 인도하는 일이 우리가 너희와 함께 해야할 사명인데 교육과정을 핑계 대고, 현실적인 입시를 두루 대면서 그 일을 게을리 했다면 세상을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스스로 체득해야할 때를 놓치게 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것이 가장 크게 너희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라는 생각도 드는구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존중해 줄 수 있는 법이지.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만 더불어 사는 사회를 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겠지. 그런데 학교에서부터 몇몇 점수 높은 아이들만 대접받고 나머지는 무시당하면서도 참고 사는 법을 몸에 익히게 했다면 이는 도저히 너희들의 인권을 지키는 선생의 태도여서는 안 되는 일이겠구나.
아, 생각해보면 별 생각 없이 몸에 밴 내 생활 하나하나가 부끄럽고 반성할 일 투성이구나. 너희들이 아침마다 차를 타 오는 모습을 오히려 흐뭇해하던 일, 교무실 내 책상 정리를 너희들에게 시키고, 교무실 청소를 너희들이 하는 것을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툭하면 심부름을 시키고 -그것도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일까지도-, 특히 컴퓨터와 친하지 못한 나는 툭하면 너희를 불러 내가 쓴 글을 타자치게 부탁했었지.
교문 앞 가게 심부름은 왜 그리 많이 시켰는지…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부끄럽다. 왜 작은 일에도 너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찬찬히 배려하지 못했는지 후회하면서 반성한다.
아이들아,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너희들의 모든 인권을 함께 지키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그 첫 번째 일로 너희들의 정보인권을 지키는 이 싸움에서 꼭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본다.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도입 저지! 이 싸움의 승리는 이 땅 모든 교사들이 너희들의 폭넓은 인권을 존중하고 지키면서 키워나가는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벌써 오월이다. 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너희들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종례 끝.
2003년 5월 2일 쓰고 7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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