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월 9일 열린 '참교육실천 보고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지난 1월 9일 열린 '참교육실천 보고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윤근혁

[사례 1]"학교 회계제도 시범학교 교장이 무슨 일을 했을까?"

2001년 여름, 전주 E초등학교는 교육부 지정 학교회계제도 시범학교였다. 불과 수년전에 새롭게 도입된 학교회계제도는 말 그대로, 교육청에서 학교 규모 등을 따져 배정해주는 예산을 학교에서 알아서 사용하라는 제도다. 물론 예산활용에 따른 기본적인 규칙은 제시된다.

그런데, 교육부의 회계제도 시범학교이던 이 학교에서 학교장이 학교예산을 자기 맘대로 활용한 것이 드러나 학부모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샀다.

정년 퇴직 두달여를 앞두고 터진 이 사건으로 이 학교 J교장은 결국 학부모와 일부 교사가 폭로한 비리의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도교육청의 징계를 받아 훈포장을 받지 못하고 불명예 퇴직했다.

물론, 그 사건이 터지기 직전에 교육청은 이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지만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감사결과가 나왔다. 제 식구 감싸기 감사를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 교장의 비교육적인 행태는 그 일로 그친게 아니다.

퇴직하는 날, 전체 학생들을 교정에 세워 놓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몇몇 교사, 즉 학교장의 학교경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던 소위 전교조 소속 교사 3명의 뒷모습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이 교장은 일갈했다. “이런 선생은 배울 것이 없는 선생이니까, 이런 선생의 말을 듣지 말라” 고.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확성기를 통해 주변 상가에 그대로 전달됐고 이런 모습을 목격한 학교 주변의 한 주민은, “도대체 퇴직하는 교장이 학생들을 세워 놓고 할 얘기가 따로 있지, 학교에 남아서 그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을 욕하는 말을 할 수 있냐?“며 전라북도 교육청 기자실에 전화를 걸어 왔다.

학부모들도 흥분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자신의 깨끗함을 주장하는 장문의 글을 보냈던 것이다. “교장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선배교사의 충고도, 지도도 거부하고, 동료와 상사도 거부하는 일부 교사의 사주를 받은 학부모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이용당해 학교를 위해 헌신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ADTOP1@

이 교장은 퇴직한 후, 곧바로 자기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던 학부모 대표 6,7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 고소당한 학부모들은 그 후 수개월동안 경찰에 불려 다니면서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사례 2] "똥대가리들아!"

2001년 가을, 전북 완주 H중학교에 근무하던 S교장은 자칭, 교육감 1순위 자격소지자였다. 교육학에는 자신을 따라올 자가 없다는 대단한 자부심으로 학교 현장을 호령했다.너무 자신이 넘치다보니 자신의 교육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되는 학생이나 교원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욕지거리와 손찌검을 해댔다.

참다못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어느 비 오는 날, 버스를 대절해 전라북도교육청 앞에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더 이상 학생들을 학생 취급 않는 교장에게는 배울게 없다며 교장의 전보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 교육당국과 해당 지역 출신 교육위원은 그런 일로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까지 끌고 와서 시위를 벌이냐며 오히려 학부모들을 핀잔했다.

어느날 이 교장이 자신의 전보조치를 요구하던 이 학교 운영위원장 집에 밤 늦게 찾아가 욕설을 하면서 행패를 부렸다. 그 욕설이 휴대폰을 통해 어느 방송기자의 녹음기에 녹음됐고, 교장이 학교운영위원장을 향해 욕지거리를 퍼붇는 테잎이 교육감에게 증거로 제출됐다.

교육당국은 더 이상 그 교장을 감싸고 돌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를 그 학교 교장직에서 물러나게 관할 교육청 과장을 교장으로 겸임발령했다.

그런데 그 후에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S교장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교장실 문을 잠그고 보름 가까이 열어 주지 않아 겸임발령을 받은 교육청 과장이 교장실에 한 발짝도 들어 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야말로 교육청도 꼼짝 못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

이 교장은 다음해 새학기에 다른 지역 학교로 발령되면서, 한 시골학교의 수난은 끝이 났다.

[사례 3] "나는 몰라요!"

2002년 늦가을, 전주 P중학교 K교장은 초빙교장이었다. 이 교장은 일부 학교운영위원을 자신의 심복으로 새로 구성해서 학교운영위원회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교장이다. 이유가 뭘까?

자신을 초빙할 당시 학교운영위원 가운데 몇 명을, 새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데 동원했으며, 사사건건 집요하게 운영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

당해 학교 운영위원과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거래를 할 수 없는데도, 이 교장은 수년동안 특정 운영위원에게 집중적으로 학교 공사를 줬다. 이 문제는 전라북도 의회 교육복지위원회에서도 제기돼, 교장이 증언대에 섰다.

이 교장 왈, “저는 그런 조례가 있는지도 몰랐구요, 다만 학교를 위해서 한 일입니다. 그 운영위원에게 일을 맡기면 성의껏 잘해 줘서 학교를 위해서 그렇게 했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초빙을 받을 정도의 교장이라면 어느 정도 학교운영과 관련한 조례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고 봐야 하지만,그런 기본적인 조례조차 기어이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교장도 다음 학기에 다른 학교로 전출됐다.

[사례 4] "자신의 딸을 학교운영위 심의없이 특기적성 교사로 채용”

전북 정읍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003년 새해 벽두에 세 명의 여교사들이 학교장의 인권, 교권침해와 독단적인 학교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교사들은 또, 특기적성 교육 강사 채용 비리도 폭로했다.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자신의 딸을 특기적성 강사로 채용했는가 하면, 강사비도 임의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밖으로는 무척 겸손한 교장으로 보이던 이 교장은 학교 안에서는 교권 침해나 교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오죽했으면 다른 4명의 남자 교사들이 학교장의 교권탄압에 항의하는 문서에 사실임을 입증하는 서명을 했다. 학교운영위원회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등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교장의 비리와 횡포가 계속되면서 일부 여교사들은, 학교생활 자체가 무척 힘들어지자 사회적 파장과 개인적 부담을 감수하고 학교실태를 외부에 알리기로 하고 전라북도학교운영위원협의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교육단체와 도의회 교육복지위원회가 관심을 갖고 교육당국의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교육당국의 감사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문책 인사조치됐다.

앞에 거론한 사례들은 기자가 2001년 7월부터 현재까지 전라북도 교육청을 출입하면서 겪은 일들이다. 햇수로는 3년여, 실제 기간으로는 23개월 여동안 겪은 일이 된다. 이 기간동안 개별 학교에서 평교사가 저지른 문제로 학교 현장이 시끄럽거나 사회문제가 된 일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왜,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학교 문제는 학교장에서부터 비롯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여러 사례들을 겪어 보면서, 교원 승진제도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체 교원의 10%도 안되는 교원만이 교장에 이를 수 있는 승진 구조상, 교사들은 수십년동안 승진을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교장은 근무평정의 절대권력을 쥐고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소수의 자질이 부족한 교장들은 학교내에서 교사들의 절대 복종을 강요하면서, 군주와도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승진을 앞둔 교사들은 승진점수 때문에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장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마냥, 죽어 지내는 것이 학교현장의 비리와 모순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모든 교장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렇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교장은 가는 곳마다 말썽을 부린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돼 있다. 따라서, 그로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교사 대다수가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고 있는 현행 교원 승진제도에 대한 분명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새 정부는 모든 공직 인사에서 다면평가제도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있다. 교육분야는 왜 제외되는가?

교육은 우리의 2세를 가르치는 소중한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교장직을 맡길 수 없어서인가? 그렇다면, 교원승진제도는 검증된 제도인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최근에 드러난 경기도교육청의 교장 승진인사 조작 비리 사례를 보라.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했고, 다만 그것이 교직의 특성상,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수십년 관행에 젖어 그 행태를 답습하고, 독선을 일삼고 교사와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권위를 누리려는 교장이 있는 한, 우리의 교육은 변하지 않고 옛것을 답습하면서, 제 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왜, 교육만 남다른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가?

최근 모 은행에서는 30대 초반 지점장이 탄생했다해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금융권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이제는 예삿일이 돼 가고 있다.

모든 사회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교육만이 수십년전 관행에 젖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능력만 있다면 30대 교장이 무엇이 문제인가? 정말 소신을 갖고 학교 현장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해 정열을 바칠 수 있는 그런 교장, 그런 교장이 탄생될 수 있을 때만이, 지금의 혼란스런 교육현장이 바로 잡혀 나갈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가을과 어우러진 전주천 억새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