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봉사대원들이 6일 할머니들을 도곡온천으로 모시고 있다.
ⓒ 최연종

가족은 있으나 돌볼 가족 하나 없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수년째 목욕봉사를 통해 사랑을 실천해 해오고 있는 따뜻한 이웃이 있다.

화순주님의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목욕봉사팀이 그 주인공.

이들은 화순읍 일심리에 있는 '사랑과 평화의 집'에서 치매 등 각종 장애와 싸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에게 매달 한차례씩 4년째 목욕을 시켜드리고 있다.

사회봉사부 소속인 대원들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등에 업어 차에 태운 뒤 도곡온천으로 모시고 가서 목욕을 시켜드리고 있는 것이다.

담임목사인 김진호 목사는 4년 전 교회를 세운 뒤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에 주변에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목욕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개척 초창기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정치유상담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김 목사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목사는 "우리 주변에는 무관심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목욕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목욕봉사활동을 취재하겠다고 나서자 손사래를 친다. 공개적으로 드러낼 만한 일이 아니어서 부끄럽다는 것이다. 차라리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랑과 평화의 집'식구들을 소개해달라고 당부한다.

사랑과 평화의 집에는 김춘영(63) 전도사가 101살 된 치매노인에서부터 정신지체환자 등 장애우 5명과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평화의 집은 97년 화순읍 벽라리 판자촌에 둥지를 튼 뒤 오성초등학교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지난해 교회 성도님의 도움으로 이곳으로 다시 이사를 왔다.

▲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사랑과 평화의 집
ⓒ 최연종

할머니들은 국가에서 조금씩 보태주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김 전도사는 충남 등지에서 단독목회를 10년 넘게 하다 버림받은 노인들이 너무 불쌍해 여생을 오갈 데 없는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있다.

김 전도사 자신도 허리가 불편한데도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들을 볼 때면 당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장모(101)할머니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 뿐더러 기저귀를 항상 차고 있을 정도로 중증 치매환자.

자식들은 벌써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가 여든 살 돼 더 이상 할머니를 모실 수 없게 되자 이곳으로 오게 됐다. 김모(77)할머니는 스물 두 살 꽃다운 나이에 단지 아이를 못 낳은 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으면서 그 충격으로 정신지체 장애를 앓은 경우다.

이외에도 치매 때문에 밤낮으로 밥만 달라고 보채는 할머니, 어려서 뇌염에 걸려 기억력을 상실해 시집도 못간 채 정신지체와 싸우고 있는 자매 등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 때문에 이들을 섬기는 김 전도사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김 전도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자신을 버리다시피 한 가족을 그리워하며 매일 짐을 챙기는 할머니들을 대할 때다. "의지할 가족들이 있는데도 가족들이 한 번도 찾지 않을 뿐더러 전화 한 통화 없을 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피붙이도 등을 돌리고 있는 마당에 목욕봉사대원들이 사랑을 너무 많이 베풀어 주시니 너무 죄송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김 전도사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몸조차 가눌 수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몸을 씻긴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에서 대원들은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섰다. 하반신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는 할머니를 대원 세명이 부축해야만 온천탕 안까지 모실 수 있을 정도로 버거운 일이지만 자기 부모님 모시듯 힘든 기색한 번 드러내지 않은 대원들이다.

주종숙 주님의교회 사회봉사회장은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 노인들을 4년간 지켜보며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건강주신 것에 너무 감사하"며 환하게 웃었다.

목욕봉사를 통해 감사함을 느낀다는 주님의 교회 목욕봉사대원들. 그들은 세상의 무관심을 씻어내는 사랑의 전도사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