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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현행 건설감리제도와 관련하여 건설교통부(건교부) 출신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해 당시 건교부 기술정책과장은 KBS 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자가 민주당 김덕배 국회의원이 입수한 <300억 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감리단장 현황> 자료를 입수하여 확인한 결과, 이같은 지적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 자료에 따르면, 감리단장직의 경우 건교부 등 공무원 출신들이 산하 지방청은 49%를, 산하 공사는 무려 64%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역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까지 대상범위를 확대할 경우 그 비율이 낮아지긴 하나 그래도 공무원 출신 비율은 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도 표면적인 비율일 뿐 매년 건설관련학과를 졸업하는 신규 기술자 4만여 명 중(건설산업연구원 이의석 박사 제공) 3% 미만(약 1200명)만 공무원이 되고, 97% 이상(약 3만8800명)은 사기업체에 취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기업체 출신에 비해 공무원 출신이 감리단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492개 업체 중 감리단장이 사기업체 출신인 업체가 300개, 공공기관 출신인 업체가 192개로, 감리단장이 될 수 있는 확률이 공무원의 경우 16%인 반면, 사기업 출신의 경우 0.77%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이 건교부나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을 하다 사기업체로 직업을 바꾼 사람들이 공공기관출신이 아닌 사기업체 출신으로 분류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공사 감리단장 자리'를 건교부 등 공무원출신들이 90%이상 차지하고 있을 개연성마저도 있다
일례로 기자가 이번에 MBC 카메라출동팀과 함께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남동~행목 구간 공사의 입찰서류를 취재한 결과, 입찰에 응시한 41개 감리업체 중 '감리단장 평점'에서 최고점수인 '수'를 받은 업체는 낙찰 받은 업체를 포함하여 5개 업체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수'를 받은 업체 가운데 4개 업체의 감리단장이 건교부 출신이고, 나머지 1개 업체 감리단장마저도 서울특별시 출신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는 건교부ㆍ광역자치단체 공무원 출신에게는 그 경력을 100% 인정해 주는 반면 사기업체 출신에게는 경력의 60~80% 밖에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행 불공정 '건설감리제도' 때문에 건설회사, 설계회사, 기초 자치단체(또는 시청 군청공무원) 출신들은 감리회사로 진출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교부 공무원들은 직접 공사현장에서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청사 사무실에 근무를 하면서 공사와 관련된 행정지원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건교부 출신들은 현장근무도 하지 않으면서 그 경력을 100% 인정받고 있다는 기술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한편 임금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실정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시공사 출신 감리단장 대부분이 연봉 40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반면, 건교부 출신 감리단장들은 무자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연봉으로 7000만원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에서는 건교부 출신을 모셔오기 위해 감리회사가 사전에 1~2억 정도의 스카웃 비용을 지불한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건교부 등 공무원 출신 감리단장들의 기술자격 보유여부를 취재한 결과, 조사가 가능했던 서울 국토청과 대전 국토청의 경우 건교부 등 공무원 출신 38명 가운데 무려 74%에 해당하는 28명이 '기술사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건교부 등 공무원 출신 38명 중 무려 45%에 해당하는 17명은 전문대 졸업자 수준의 기술자격인 산업기사 자격증조차 없는 무자격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감리단장이 현장소장을 지도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소장을 지냈다는 기술사 이모(53세)씨는 "이공계의 꽃, 이공계의 변호사라고 불리는 기술사는 기술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라 며 "이러한 기술사를 감리단장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실공사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특히 현장소장들을 기술지도 해야 할 감리단장들이 기술사 현장소장만 만나면 거꾸로 기술지도를 받는 등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사회 관계자 서모(51세)씨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에서는 기술사가 아니면 감리단장을 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건교부는 거꾸로 무자격자도 감리단장을 할 수 있도록 기술능력을 크게 후퇴시켜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재 '기술사 과잉공급시대'를 맞아 기술사가 남아돌고 있는데도 무자격자를 끝까지 고수하면서 외국처럼 기술자격 위주가 아닌 공무원 경력우대 등 경력 위주로 감리단장을 선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이는 기술 자격증이 없는 건교부 공무원들에게 퇴직 후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해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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