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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마들근린공원'에서는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가 주관한 '제16회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전국에서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등 6000(주최측 발표)여 명이 참가했다.

▲ 무더위에 지친 참가 장애인들
ⓒ 이철용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문화관광부, KBS 등이 후원한 행사로 행사장에는 보건복지부 차관과 현직 국회의원들이 참가했으며 35분간 개회식이 있은 후 염광정보고등학교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이날 종합예술제는 미술, 글짓기, 음악, 웅변 4가지 종목으로 미술과 글짓기는 행사장인 마들근린공원 내에서, 음악은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 웅변은 서울시립상이군경복지관 강당에서 있었다.

이날 진행된 4개 종목의 예술제는 한주간 심사를 거쳐오는 18일 전체 대상과 각부분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금상, 특별상 등을 발표할 것이며 수상자에게는 삼부요인 상장과 부상 등 총 520여 만원의 장학금도 주어질 예정이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장애인 행사

▲ 그늘진 단상의 정치인과 내빈들
ⓒ 이철용
이날 행사는 발표와는 달리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행사장의 배치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햇빛 가리개를 한 연단과 장애인 참가자의 간격이 무려 30여 미터 거리가 있었다. 중간에 아무런 시설물이 없이 공간을 둔 이유를 모르겠다.

참가 장애인들의 위치에서는 연단의 연사의 얼굴은 물론 전체 진행 윤곽도 제대로 확인 할 수 없었다. 요즘 행사장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액정화면 등 보조장치들도 전혀 없어서 정작 참가 장애인들은 무더위 가운데 짜증스러운 하루였다.

장애인 예술제임에도 불구하고 연단의 순서자들 가운데도 장애인 당사자들의 말은 들을 수 없었다. 이날 행사에서 순서를 맡은 이들은 강윤구 보건복지부 차관, 김원길 한나라당 의원, 함승희 민주당 의원과 주관 단체장이었다. 그야말로 정치인들의 장이었지 장애인 당사자가 주인이 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회자의 단체장을 소개하는 소갯말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모습을 방불케 해 씁쓸하기만 했다.

주최측의 발표와 다른 "초라한 예술제"

ⓒ 이철용
주최측은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최고의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라고 말하며 "지난 15년 동안 총 28만여 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등 명실공히 장애관련 예술제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는 주위의 평이다"라고 행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날 참가한 각 부문은 사전 예선없이 음악부문 36명, 웅변부문 23명, 미술부문 340명, 글짓기부문 130명에 불과하다.

장애인종합예술제로서의 수준에 관하여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대학교수 중심의 전문 심사위원들이 판단을 할 것이지만 글짓기의 경우 사전에 주제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글짓기 참가자들이 이미 자신의 원고를 작성해 와서 현장에서 나눠준 원고지에 옮겨 적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장관상과 더불어 상당액의 상금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행사에서 이러한 형태에서 제대로 심사가 이루어질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심사위원이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심사를 하고 장애인의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최대의 권위를 자랑한다고 하면 이런 모습은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이날 행사는 4개 정부부처와 KBS가 후원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후원을 한다는 KBS는 방송에서 전혀 이 행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 점에 관하여 지장협의 한 관계자는 "이름만 사용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후원단체가 관심도 없이 이름만 빌려주고 주관단체는 행사를 거창하게 보이려는 관행은 청산해야할 내용이다.

▲ 그림 부문에 참가한 참가자
ⓒ 이철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장애인종합예술제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장애를 딛고 노력하고 있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미술가도 있었고 음악 경연장에서는 듣는 이를 놀라게 할만큼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장애인도 있었다.

한 정신지체 장애인은 연주에 몰두한 나머지 종료 종이 울리는 것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웅변대회에서는 어린 학생부터 50대 참가자까지 장애로 살아온 역경의 삶과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눈물어린 고통에 참석자 모두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18세 청주맹학교의 권남균군은 선생님과 함께 참가해서 사고로 인해 실명을 한 자신의 수기 "아름다운 희망을 갖고"라는 글짓기를 현장에서 점자로 작성하기도 했다.

야유회인가? 종합예술제인가?

이날 행사는 장애인종합예술제 형식과 달리 야유회 같은 인상이 짙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예술제는 몰라요, 그냥 하루 놀다 가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뒷받침 해주듯 점심 식사 후 많은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장애인의 특별한 여가 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즐겁게 하루를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리라 본다. 그러나 어떤 행사이든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예술제면 예술제가 우선 되어야하고, 야유회라면 야유회에 맞는 이름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국내 최고의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며 "15년 동안 총 28만여 명의 직·간접적으로 참여"를 자랑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주최측이 말하는 자랑과 큰 거리가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장애인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종합예술제로 거듭나야

16년간 지속된 장애인종합예술제는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있다고 보여진다. 명실상부한 종합예술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종합예술제에 참가한 장애인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이름에 걸맞는 행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주최측의 말처럼 "장애인들의 소질과 능력·예술적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여 전통적 편견과 차별의식 및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고 예술창달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신이 요구된다. 그러할 때 일부의 장애인이 아닌 모든 장애인들로부터 환영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종합예술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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