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00번지 일대 지구단위 도시개발을 놓고 지주들과 대법원간 갈등이 일고 있다. 지주들은 대법원이 '권위주의적' 태도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00번지 일대 지구단위 도시개발을 놓고 지주들과 대법원간 갈등이 일고 있다. 지주들은 대법원이 '권위주의적' 태도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 조합추진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00번지 일대 서초 꽃마을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를 둘러싸고 대법원과 지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초 꽃마을 지주들로 구성된 '(가)서초꽃마을도시개발조합추진위원회(이하 조합추진위)'가 이 일대에 추진해 왔던 20층 아파트사업에 대해 대법원이 조망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재산권 침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조합추진위 소속 주민들은 현재 대법원이 "권위적이고 초법적 발상"으로 국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개발을 하더라도 좀더 아름답게 했으면 한다는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안전과 교통체증, 과밀화 등의 이유를 들어 고층아파트를 반대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ADTOP3@
25층 계획 아파트가 20층으로, 다시 12층으로…지주들, "대법원이 압력"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서초 꽃마을지구는 총 1만2928평(4만2760㎡)으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법원과 약 78m 정도 떨어져 있다.

당초 이곳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불법 무허가 건물과 비닐하우스들 때문에 원래의 지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가 99년 3월 아시아 대법원장회의를 유치하면서 대법원의 요청으로 철거됐다. 철거요청은 대법원이 했지만, 60억원에 이르는 철거비용은 지주들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 꽃마을 일대의 땅을 소유한 지주들은 불법 건축물이 철거된 이 땅에 지구단위 도시개발사업으로 아파트지구를 건설키로 하고 서울시, 서초구와 협의에 들어갔다. 조합추진위측은 당시 계획이 "본래 25∼30층에 이르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추진위의 계획은 곧 대법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법원은 교통체증이나 과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조합추진위의 사업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도시계획심의 소위원회는 조합추진위의 희망사항보다 조금 낮은 층수인 20층 높이의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자문 결과를 내놨다. 조합추진위측은 "이같은 자문 결과가 대법원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합추진위가 소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20층 높이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던 중, 이번에는 도시계획심의 본위원회가 건물 층수를 평균 12층(최하 10층∼최고 15층)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서초 꽃동네 부지 이내에 폭 7∼8미터에 이르는 기존 도로 2개를 존치하도록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추진위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의 주장은 대법원이 권위주의적인 발상으로 도시계획 행정에 간섭해 시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추진위 개발이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고층 아파트 건물을 못 짓게 하고 있다"며 "대법원이 '조망권'을 이유로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추진위, "우면산 조망' 위해 건물층수 낮추라고? 지금이 독재정권 시대냐"

서초 꽃마을 일대 아파트가 설립됐을 때의 조감도. 뒤로 보이는 곳이 우면산이다. 대법원은 아파트가 우면산 조망을 가린다며 층수를 낮출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 꽃마을 일대 아파트가 설립됐을 때의 조감도. 뒤로 보이는 곳이 우면산이다. 대법원은 아파트가 우면산 조망을 가린다며 층수를 낮출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합추진위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대법원은 20층 이상 고층아파트의 반대 이유로 대법원장실 전방 창문으로 보이는 '우면산 조망권'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법원 건물에서 보이는 탁트인 시야를 가린다는 것이 고층아파트에 대한 반대 이유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장실이나 대법원이 반드시 전망좋은 곳에서, 일반 서민들의 건물을 아래로 내려다봐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독재정권 때나 있던 발상"이라며 "대법원 건물이 높은 데 있으면 대법원의 권위가 올라가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또 "대법원이 이처럼 '권위주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장소에 직원들을 보내 압력을 행사했다"며 "지주들이 마침 그 자리에 있어 대법원 직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엘리트집단이자 최고 법률기관인 대법원이 어떻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합추진위는 서울시뿐 아니라 서초구청에도 대법원이 똑같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추진위는 그 예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서초구청에 보낸 공문을 들고 있다. 이 공문에는 대법원이 서초 꽃마을 부지를 현재 대법원 소유의 양재동 일대 땅과 맞바꿔 꽃마을 부지에는 가정법원과 행정법원을 짓는 방안이 나와 있다.

조합추진위 관계자는 "대법원이 서초구청에 보낸 공문은 지주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며 "이해당사자인 지주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토지를 맞바꾸고 법원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서울시청, "이해당사자의 정당한 의견…압력 없었다"

한편 이에 대해 대법원측은 도시개발에 얽힌 이해당사자의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오형선 관재과장은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대법원 정면에 고층아파트를 짓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법원은 학생들이나 외교사절 등 방문자들이 많은데, 고층아파트를 짓는다면 이에 따른 과밀화와 교통체증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오 관재과장은 또 "도시개발계획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돼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대법원 이광범 건설국장 역시 서초 꽃마을을 둘러싼 압력설에 대해 부인했다. 이 국장은 지구단위계획 심의과정에서 대법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인근 지역에 있는 이해당사자로서 정당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 누가 누구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서초구 대법원 청사.
서초구 대법원 청사. ⓒ 대법원
이 국장은 또 "대법원의 입장은 가능하면 높은 층의 아파트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도시개발을 좀더 아름답게 하자는 것"이라며 "지난해 서울시에서 결정된 지구단위 계획대로 도로 2개를 존치하고 평균 12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건설국장은 서초구청에 보낸 공문도 '압력용'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지주들 몰래 서초구청에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서 지주들과 타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대법원이 공문을 몰래 보낸 것도 아니고, 공문을 보내면서 분명히 '지주들이 원한다면 주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대법원의 모든 계획은 지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며 첫째 전제조건은 '지주들이 원한다면'이다"라고 밝혔다.

사건 검토한 변호사, "명백한 대법원의 재산권 침해"

서울시 관계자도 '압력설'을 부인했다. 도시계획국 김종해 주임은 "도시개발 문제는 시청의 특정과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개발심의위원회에서 한다"며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위원회에 로비가 통할리도 없고, 아파트 층수도 이해당사자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평균 12층'과 '도로 2개 존치' 결정은 도시개발심위위원회가 독자적으로 내린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서초 꽃마을 지주들의 법률 관련 상담을 해온 법무법인 덕수(대표 변호사 이돈명, 최병모)는 "이번 사례는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권한을 넘어서 명백히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덕수의 한 변호사는 "지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초구청에 압력을 넣은 정황이 분명하다"며 "이는 대법원이 일부 권한이 있어서 '월권'이나 '권력남용'을 한 것이 아니며 서초 꽃마을 토지 이용에 대법원이 아무런 권한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선 것이어서, 100%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 앞에 고층아파트가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오형선 관재과장의 주장에 대해 이 변호사는 "어불성설"이라며 "가까운 나라 일본에도 대법원 바로 인근에 업무용 고층빌딩이 있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대법원의 '권위주의적 발상에도 일부 원인이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조합추진위는 "대법원을 상대로 법률적 소송을 제기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혀 대법원과 지주간의 갈등이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