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미정상 공동성명은 한반도 문제의 남북 당사자 해결 원칙을 훼손한 실망스런 회담으로 자주성·주체성을 포기한 선언"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한 비전과 건설적 대안을 담는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한반도에서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실패한 정상회담'으로 평가했다. 그는 부시 미 행정부의 군사적 힘에 의한 일방주의적 외교를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민족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까지 했다.
김 의원은 또 햇볕정책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대화를 통한 긴장완화가 아니라 남북갈등을 통한 민족대결을 조장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주체성을 포기한 '굴욕적 외교'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특히 북핵 문제와 남북교류협력을 연계시키겠다는 양국간 합의 내용에 대해 "앞으로 한반도 문제 전반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성호 의원은 보도자료 전문이다.
한미정상 공동성명은 한반도 문제의 남북 당사자 해결 원칙을 훼손한 실망스런 회담으로 자주성, 주체성을 포기한 선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첫 한미정상간의 만남일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와 한미동맹 등 첨예한 문제들이 걸려 있어 우리민족의 통일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긴장이 장기화 되면서 날로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에 대해 한미간 의견 및 정책 조율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정상회담 이후 예정되어 있는 미일, 미중 정상회담과 더불어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위기 해결을 위한 비전과 건설적 대안을 담는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한반도에서의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라크 침공에 뒤이은 부시 미 행정부의 군사적 힘에 의한 일방주의적 외교를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민족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노무현-부시’ 정상회담 내용은 그동안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한이 당사자로서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민족끼리 대화원칙’을 부인하고 있다. 자주성과 주체성을 포기한 굴욕적 외교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민족의 운명을 남북한이 아닌 미국의 손에 맡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북정책의 일관된 원칙이었던 대북포용정책(햇볕정책)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한반도문제에 있어 ‘남북대화’를 통한 긴장완화가 아니라 ‘남북갈등'을 통한 민족대결을 조장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마저 포기하고 있어 대북정책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정상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에는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 부분이다.
그동안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이외의 어떠한 경제제재나 군사적 공격 등 봉쇄정책에 반대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경제제재와 군사적 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전면 수용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북미 협상용으로 사용할 경우 제재와 봉쇄, 그리고 고립, 나아가 군사적 공격까지도 사용하겠다는 미국 입장이 그대로 관철된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한미 모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경제제재와 봉쇄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부시 행정부는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 검토’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포기하고 ‘무력사용’까지 고려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한 무책임한 결정으로 한반도에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원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심각한 문제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는 내용과 미국이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의 대북한 제재와 봉쇄 및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담은 내용에 합의함으로써, 남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미국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치 않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제재할 수 있는 명분을 상실한 것이다.
북핵문제에 있어서의 남한의 역할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를 위한 한국정부의 억지력을 포기하거나 급격히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
○또한 공동성명에서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과 북한 핵문제의 병행추진’이라는 대원칙을 부정한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남북교류와 북핵문제의 ‘병행’이 ‘연계’로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 바뀌어버렸다.
이 뿐 아니라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과 북핵문제 해결의 연계에 대해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한?미 정부간 긴밀한 공조유지”라고 말한 부분은 미국의 개입까지도 인정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사실상 남북교류라는 내정간섭적 영역에 대해 한국정부가 굴욕한 셈이다.
○남북한이 주도적이며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남북교류문제를 북핵문제와 연계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미국과 ‘공조’하는 것은 말이 좋아 ‘공조’ 이지 내정간섭을 용인하는 굴욕적 외교의 전형이다.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분야까지도 미국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자주성과 주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은 남북이 당사자로서 자주적으로 해결될 전적으로 민족문제이지, 미국과 일본이 간여할 국제문제가 아니다. 지난 92년 2월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는 국가간 문제가 아니라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한의 관계가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국제무역기구(WTO)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민족내부의 거래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은 바로 이런 민족내부거래로서 이뤄져온 최소한의 민족자주와 자존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런 민족내부거래행위마저 미국의 개입을 인정한 것은 반민족적 행위로 수용할 수 없다.
그동안 미국은 부시 행정부의 출범 이후 끊임없이 남북교류와 북핵문제를 연계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대중 정부 이후 단호히 거절해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 정부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물꼬를 튼 남북한 교류협력은 북핵 및 미사일 문제 등으로 한반도가 긴장 관계에 처할 때마다, 남북한을 연결시켜주는 대화의 고리였으며,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지금 북한의 상황은 신의주경제특구, 개성공단 건설 및, 금강산 관광특구 건설 등으로 활발한 남북교류협력이 추진되고 있으며,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은 남북한 관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남북교류 협력과 북한 핵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그동안 일관되게 지속되어 온 햇볕정책과 그 성과를 뒤엎고, 한반도에 위기를 가져올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노무현 정부가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남북교류와 북핵문제를 ‘연계’가 아닌 ‘병행’을 추진해온 것은 두가지를 병행 추진할 때만이 남한의 역할이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남북교류와 북핵문제가 ‘연계’됨으로써 남한의 독자적 역할은 사라지고, 한반도 문제 전반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 이는 지난 국민의 정부시절에 고수해온 남북문제해결에서 남북당사자간 자주적 역할을 훼손하는 굴욕적인 합의로써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노-부시 정상회담’은 굴욕적인 외교로서 민족문제에 있어 자주성과 주체성을 상실한 외교일 뿐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도 모색하지 못한 실패한 외교이다. 남북한 화해협력시대의 외교로 보기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내용으로 60, 70년대 냉전시대의 한미정상회담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번 ‘노-부시’ 정상회담이 얼마나 굴욕적인 외교인가는 2년전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내용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당시 ‘김-부시’ 회담도 부시 대통령이 홀대했다는 평이 있었으나 실제 2001년 3월 공동발표문을 보면 “부시 대통령은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와 함께 남북 문제해결에 있어서 김 대통령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와 남북문제에 있어서의 남북한 당사자 우선원칙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당시 김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의 강경대북정책에 대해 최소한 남북문제에 대해 한민족이 그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대원칙은 지켜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부시’ 회담은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양 정상은 주한미군을 주요 축을 중심으로 통합하는 계획을 마련하고’라고 합의함으로써 주한 미군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상 미국이 한반도의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북한핵 등 한반도문제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지켜냈던 최소한의 민족자주원칙도 고수하지 못하고, 완전히 굴복한 회담이다.
김대중 정부가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고 비교적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했던 것은, 부시의 대한반도 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안되며, 부시에 동조하고 나서면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전체에 엄청난 위기가 올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미정상 회담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남북한 7천만 한민족을 부끄럽게 만들고, 한민족의 운명에 대한 주체적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한다.
노 대통령은 이번 부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반미’를 하지 않아 실패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누구도 노 대통령에게 반미하라는 사람은 없다. 반미를 통해 북한핵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노 대통령은 ‘민족공조’를 포기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북한핵 등 한반도문제는 ‘한미공조’와 함께 ‘민족공조’를 동시에 추구할 때 대화를 통한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핵문제에 있어 ‘한미공조’만을 강조할 때는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 전쟁이라는 민족적 참화가 일어날 수가 있고, 거꾸로 ‘민족공조’만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한미관계의 파탄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과 햇볕정책의 핵심은 바로 ‘한미공조’와 ‘민족공조’의 병행이었다는 점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한반도 문제는 ‘한미공조’와 ‘민족공조’의 두 수레바퀴를 동시에 굴려야만 해결가능하다는 대원칙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