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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국
지금 시골에선 한창 고추 모종을 옮겨 심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도 꽤 많은 고추를 심으셨고, 덕분에 지지대를 만들 대나무를 베어 오느라 주말을 대나무 숲에서 보냈습니다.

어렸을 때는 죽순을 자르기 위해 곧잘 가곤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어쩌다 한번 가볼까 발길이 영 닿지 않았던 곳입니다.

"딱~딱~딱~" 낫 등으로 대나무 가지를 추려 냅니다. 그 장단에 맞춰 대나무 숲이 "쏴~" 소리를 내며 바람에 춤을 춥니다. 금방 비가 그쳐서인지 잎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며 손등을 때립니다.

대나무를 마당에 옮겨다 놓고 부리나케 꽃구경하러 다시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꽃 만발한 봄도 철이 지났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대나무 숲 근처에 어여쁜 야생화들이 옹기종기 피어 있는 걸 보고 얼씨구나 기쁜 마음으로 숲 속을 쏘다녔습니다.

ⓒ 조경국
애기똥풀, 씀바귀, 자운영,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까지…. 꽃들이 만발한 시골집 뒷산을 거닐며 느낀 감정은 어딘가 숨겨두고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것 같습니다.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느낌이랄까요.

시골에 살던 때는 지천으로 보았던 것이지만 지금은 막상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되고 보니 반갑기만 합니다. 그래도 주말마다 자의든 타의든 시골에 오니 한해 꽃구경은 걱정을 아니해도 되겠습니다.

별 수고를 기울이지 않고 산과 들에 핀 꽃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흙과 멀리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콘크리트 사이에 묻혀 꽃이 피고 지는 것조차 TV와 신문으로 소식을 들어야 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해 구경을 가야 합니다. 하지만 꽃구경 갔다가 사람과 차에 치여 더 피곤한 것이 현실입니다.

ⓒ 조경국
그러니 저로선 이만한 발견을 두고 행운이랄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주말에는 어릴 적 학교를 마치면 소꼴 먹이러 다녔던 동구 밖 황토재까지 올라가볼 생각입니다. 그곳에는 또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지 모릅니다.

참, 대나무 숲에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워낙 선명하게 들러 집에서 녹음기를 가져와 바위 위에 두었더니 제법 듣는 재미를 느낄 정도로 소리가 담겼습니다. 하지만 대나무 숲에서 소리를 담던 모 영화 수준까지 생각하신다면 실망이 크실 겁니다.

잡음(?)처럼 들리는 것은 대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고, "딱~딱~"하는 소리는 제가 대나무 가지치는 소리입니다. 워낙 숲이 조용해서 인지 조금만 집중을 해도 평상시에 들리지 않던 작은 소리들까지 들립니다.

새가 바로 어깨 너머에서 무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대나무는 자기들 것이니 함부로 베어가지 말라는 것 같습니다. "쓸 만큼 베어간다"해도 저희들 보기엔 사람들은 모두 욕심쟁이로 보이겠지요. 하긴 대나무 베어가고, 꽃구경에 자기들 목소리까지 담아가니 욕심쟁이란 말이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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