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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와 온조가 기절한 월군녀를 잡고 흔들어 깨우자 월군녀는 금세 깨어나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몽에게로 다가갔다.

"폐하, 그렇게 태자 책봉을 미루시더니 이렇게 급히 정하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주몽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담긴 것을 쏟아 놓듯 말했다.

"바로 태후의 소생이자 내 아들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오!"

월군녀는 태후라는 말에 다시 한번 낯빛이 창백해졌다. 행여 또 다시 쓰러질까 두려웠던 시녀들이 월군녀에게로 다가왔지만 그는 손을 한번 내저으며 시녀들을 물리쳤다.

"태후라니요. 이 나라의 태후가 대체 누구란 말씀입니까?"

"그야 바로 이 자리에 있지 않소. 오래 전의 일을 잊었단 말이오? 애초부터 왕비로 인정된 이는 다름 아닌 여기 있는 예주이외다! 그대는 단지 후비(后妃)일 뿐이오!"

월군녀는 왕비라는 체통도 잊고 주몽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내 폐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했건만 돌아오는 건 후비라는 무심한 말 한마디가 다란 말이오? 이십 여년간 연을 끊고 지내온 이가 어찌 왕비란 말이오 이십 여년간 한 사람을 바라보며 섬겨온 사람을 이렇게 내쳐도 되는 것이오?"

주몽은 코웃음을 치며 월군녀에게 대답했다.

"내 어찌 그대를 내친단 말이오! 그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오! 여봐라! 대형 해위를 이리로 불러라."

근처에 있던 해위는 시종의 말을 전해들을 것도 없이 바로 주몽의 앞에 부복했다.

"그대는 후비가 그간 어떤 일을 꾸몄는지 소상히 말하라!"

해위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눈에 가시였던 태대형 묵거에게 약을 올린다는 핑계로 독을 먹여 급기야는 목숨을 잃게 만들었고 태후마마께서 돌아오시지 못하도록 수를 쓰려고 하셨습니다. 또한 행인국의 왕 주자아를 몰래 죽인 후 이를 위조하여 자신의 뜻대로 고구려에서 군사를 움직이도록 하였고 최근에는 동부여와 전쟁이 일어나도록 일을 꾸미다가 뜻대로 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월군녀는 정신이 아득해져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만 얼굴만은 노기로 가득차 손을 벌벌 떨며 해위를 가리켜 호통을 쳤다.

"너 이놈! 내, 비류국의 하찮은 관리를 중히 여겼건만 네 놈이 감히 이럴 수가 있는 거냐!"

주몽은 월군녀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자, 들으셨소! 이런 일을 벌여 놓고서 어찌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했다고 큰 소리를 칠 수가 있는 것이오! 그 죄를 묻는다면 당장 이 나라를 떠나게도 할 수 있으나 고구려 건국에 이바지한 바가 크고 한때나마 국모 노릇을 했다는 점이 상쇄되므로 넘어가겠노라! 하지만 그 전에 후비는 죽은 묵거의 묘에 가서 잘못을 빌고 참회할 것을 명하노라!"

월군녀는 마지막 독기를 짜내듯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주몽은 크게 화를 내며 의자 뒤에 걸려 있던 칼을 집어 뽑으려 했다. 예주가 이를 말리며 간곡히 고했다.

"폐하,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왕비를 베려시면 저부터 베십시오. 폐하께서 그러시면 제가 무슨 낯으로 이 자리에 있겠습니까?

주몽은 칼을 쥔 채 월군녀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가만히 의자에 앉았다. 월군녀는 시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주몽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비류와 온조는 행여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나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월군녀를 따라나서지도 못한 채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주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재사가 주몽에게로 와 슬며시 물어보았다.

"폐하...... 묵거는 독으로 인해 죽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궁녀가 차마 독약을 갖다 줄 수 없어 진짜 탕약을 다려왔다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기억하고 있소. 허나 그런 일을 실행했다는 것 자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일 아니겠소."

주몽의 마음속은 어느덧 월군녀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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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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