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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행 전철에 탑승하는 장애인들(상)과 롯데월드에서의 기념사진(중, 하)
롯데월드행 전철에 탑승하는 장애인들(상)과 롯데월드에서의 기념사진(중, 하) ⓒ 김재경
조장을 따라 벤치 앞에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폈다. 다수가 덜렁 은박지에 둘둘 말린 김밥을 폈지만, 한 청년은 "누나가 싸 줬다"며 정갈한 유부초밥을 꺼냈다.

점심은 옹색하고 조촐했지만, 서로 더 먹으라고 권하는 화기애애한 마음만으로도 허기진 배를 풍성히 채울 수 있었다.

철퍼덕 앉았던 엉덩이를 털며 일행은 놀이기구로 향했다. 안내서를 요모조모 꼼꼼히 살피던 조장은 "공중에서 서행하는 '풍선여행'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공 공포증이 있어 무섭다"는 이구동성의 반대에 직면했다.
기구마다 길게 늘어선 행렬은 한 시간 이상을 족히 기다려야 할 지경이었다.

정글탐험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기 또한 길게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 우선권 제도로 간신히 보트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무서워 안타겠다는 이(여 38)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정신착란으로 이혼 후 부친과 함께 비산동에서 살고 있다는 그녀는 티없이 밝고 청순해 보였다.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안았다.

보트는 어두컴컴한 바위터널을 지나 역류하는 급 물살을 타고 빙빙 돌며, 좌충우돌 소용돌이 쳤다. 물이 보트 안까지 튀어 비명이 터져나왔다.

보트에서 내리며 무서웠냐고 묻자, 모두들 그저 재미있었다고 대답한다. 놀이기구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치료 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는데 곤두박질 치는 열차에서 아이들의 비명이 선로 따라 빠르게 지나간다.

일행은 각 나라 나비가 전시되어 있는 조용한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뭇잎인지 나비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나비의 위장술에 놀라고 있을 때, 정신지체장애아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깨를 토닥거려줬다.

옛 향수를 만끽하며 뎐당포를 지나 진열된 망석 위에 잠시 앉았다.
부흥동에 산다는 유*영씨는 "우리들은 피곤하거나 힘들면 각자 증상이 나타나요. 선생님(간호사)들은 우리의 눈빛만 봐도 증상을 다 알아요"라며 자신보다 어린 (여 25) 동료를 끔찍이 챙기며 음료수를 권한다.

조명선 팀장은 "여기 오신 분들의 대다수가 정신분열증이지요. 정신 분열증은 100명 중 한 명 꼴로 걸릴 수 있는 흔한 뇌의 질환으로 유전병이 아니에요. 약물과 재활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요"라며 정신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편견을 아쉬워한다.

센타에 정신장애인으로 등록된 400여명 회원들은 상담을 통한 기능재활 훈련과 직업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정신장애인들은 '미술치료와 레크레이션, 요리치료, 신문 읽기, 영어회화, 발맛사지 및 요가' 등 보건센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동참하며 보다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신장애를 숨기며 등록조차 회피하는 사례가 많은 현실이다.

장애인들의 다수는 병원측의 의뢰나 기관의 광고를 보고 찾아온다.
때로는 일반인들의 폐쇄적이고 무분별한 편견과 무지가 정신장애인과 가족들에게는 장애의 고통보다 더 큰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정신보건센타의 사례집에는 '정신장애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절도 폭행 강도 살인 등 범죄율이 낮은데 일부 매체에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격리 수용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관심과 환경조성' 임을 강조한다.

회원들의 글 '작은 이야기' 속에서 김*규씨는 "처음부터 난 병이란 걸 몰랐다. 내 나이 19세까지 저녁에 안 자고 아침에 잠을 잤다. 여자 친구와 비디오를 보며 놀러 다녔다.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 나는 미국의 유학생이었다. 한국에 온 후 현역으로 군대에 가게 되었다. 예전엔 잘 몰랐지만, 난 끝내 군대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2개월만에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되었다"라고 술회했다.

정신장애인들은 앙케이트 조사에서 제일 슬펐던 일은 '정신병원에 입원' 했을 때고 꼭 해 보고 싶은 일은 '결혼'이라고 다수가 대답했다.

장기간 정신병원의 치료는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최근에는 지역별로 정신보건센터가 생겨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신보건센타는 재활뿐만 아니라 취업으로 연계하며 주변 사람들과 잘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안양시 정신보건센타는 1998년 개원하여 매년 봄가을로 나들이 행사를 이어오며 회원들의 느낌이나 생각을 '작은 이야기'속에 담고 있다.

정신장애인들과 동행취재하며 편견을 넘어 희망과 관심으로 이들을 지켜볼 안목이 절실히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듯이 정신장애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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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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