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대 정운찬 총장
서울대 정운찬 총장 ⓒ 박신용철
정 총장 외에도 이민아(사범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학생부처장, 김우철(자연과학대 통계학 교수)교무처장, 황준연(음대 국악학과 교수)학생처장, 노경수(행정대학원 교수)대외협력본부장, 문시현 시설관리국장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총장과의 대화'는 총학생회장의 인사말과 정운찬 총장의 서울대 발전 포부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했다.

'총장과의 대화'에서 패널로 참석한 서울대 장애인권연대사업팀 김진영씨는 "작년 2000년부터 장애인 특별전형이 실시되었고 그 이전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포함해 장애인 학생 약 57명이 서울대에 재학중이지만 이들을 고려한 교육환경은 전혀 갖춰지지 않아 교육권 침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동등한 교육 주체임에도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방치하거나 묵과한 서울대 당국의 책임방기에 원인이 있다"고 비난했다.

김진영씨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실시되었던 작년조차 어떤 장애인이 재학중이며 어떤 요구를 지니고 있는지 실태조사나 현황조사조차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2001학년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편의시설 조사를 해야만 했고 작년에는 파악 가능한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질의에 앞서 김진영씨는 정운찬 총장에게 2002년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벌인 실태조사 자료, 장애유형별 요구사항 그리고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한 서명용지를 전달했다.

'계단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 내년부터는 접근이 용이한 곳에서 했으면 한다'고 말문을 연 장애인권연대사업팀 김원영(03학번·지체장애인)씨도 "현재 학교측에서 본부 건물 구 입찰실 자리에 설립하려고 하는 장애인지원센터의 위상이나 역할을 볼 때 상당히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장애인지원제도 특히 학업시스템은 유연하고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기에 단과대학의 교무처와 접촉이 잦을 수 밖에 없으며 조교의 사전 교육과 협조, 지침 마련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총장실 산하의 장애인지원센터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실제로 특수교육 BK21로 선정된 대구대에서는 학생처 산하에 장애인지원센터를 두고 있는데 센터 소장이 의욕을 갖고 장애인정책을 시행하려 해도 학교당국이 무산시키는 경우가 빈번했다.

김원영씨는 정운찬 총장에게 "장애인 정책이 강제력을 발휘하고 책임감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총장산하의 장애인지원센터를 요구한다"면서 "장애인지원센터를 총장 산하 부설기관으로 설립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서울대 장애인권연대사업팀 김진영씨(왼쪽)와 김원영씨(오른쪽)
서울대 장애인권연대사업팀 김진영씨(왼쪽)와 김원영씨(오른쪽) ⓒ 박신용철
답변에 앞서 정운찬 총장은 "지금까지 장애인을 위해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적은 없다"면서도 "장애인 문제에는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학교 시절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인 친구에게 도움을 준 일, 어릴 적 자신을 키우다시피 한 분이 지체장애인이라며 자신과 장애인과의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운찬 총장은 "총장이 된 후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불편하지 않도록 장애유형에 따라 학습여건을 개선하도록 했다"며 "2000년 8월에는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애로점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장애학생 지정좌석제 등 시급히 할 수 있는 것은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장기적으로는 장애학생 도우미제, 장애학생 지원차량, 장애인지원센터를 추진 중이며 현재 대필, 세탁보조 등 장애학생 도우미 30명이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오는 5월말에 장애인지원센터의 문을 열고 6월달에는 지원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또 "앞으로 장애학생들을 위한 예산과 인력은 앞으로 중요하게 해 나갈 생각"이라며 "장애인지원센터는 당연히 본부 학생처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장애인지원센터는 본부에서 직접 운영하지만 각 부처에서의 협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해 총장 부설 장애인지원센터를 설립해달라는 장애학생들의 요구를 비껴갔다.

그동안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은 대학본부 앞에서 33일간의 1인 단식릴레이 시위를 벌이며 △총장실 산하 장애인지원센터 설립 △전문인력 확충 등을 요구해왔다.

이들의 요구는 국내 대학들 중 장애학생을 최고로 배려한다는 대구대에서 조차 학생과 산하의 장애인지원센터가 강제력을 갖지 못해 장애인정책을 펼치는데 많은 한계를 보여왔던 점과 장애인정책은 전문인력을 통한 장기적 연구와 계획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만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김원영씨는 "장애인정책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서 각각의 요구사항이 다르고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타대학을 보더라도 막상 시행율이나 설치율이 높은 반면 장애인 학생 당사자들의 이용율이나 만족들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장애인지원제도가 전문적 식견을 갖추지 못한 인력에 의해 졸속적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원영씨는 "편의시설 하나를 설치할 때도 대필 등 학습서비스를 시행할 때도 전문적인 인력이 배치되어야 졸속적인 정책과 비효율적인 예산 낭비를 방지 할 수 있다"면서 "적어도 10년간의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입학에서부터 대학생활, 편의시설, 학습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연구, 계획, 평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확충이 장애인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필수적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에서 추진중인 복지과 산하 '장애인지원센터' 인력은 특수교육과 대학원생 2명, 운전기사 1명, 공익근무요원 1명 등 총 4명이며 특수교육과 대학원생도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에 장애인 정책 일반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하다고 스스로 털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총장과의 대화'는 정운찬 총장 외에도 학교 당국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총장과의 대화'는 정운찬 총장 외에도 학교 당국자들이 참여했다. ⓒ 박신용철
따라서 김원영씨는 "특수교육학과나 사회복지학과 박사학위 이상의 교수 1인, 석사학위 이상 조교 3명(장애유형별 1인씩)을 요구한다"며 장애인지원센터에 전문인력 4명을 확충해줄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장애인지원센터 전문인력 확충 요구에 대해 정운찬 총장은 "사범대 특수교육대학원 석사과정 조교 2명과 운전원 1명, 공익근무요원 1명이 장애학생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6월경 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과 진로지도를 할 특수교육관련 교수를 영입해 상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다시 김원영씨는 "장애인지원센터가 연구소 기능을 수행해야 만 서울대뿐만 아니라 서울대보다 더 열악한 학교들이 서울대를 벤치마킹해 발전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 지속적인 연구, 계획,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운찬 총장은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 실제로 장애학생 예산을 투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소할 수 없다, 지켜봐 달라"면서 "서울대의 내실있는 지원과 전국 장애학생들이 도움받도록 하면 좋겠으나 우선 서울대부터 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정운찬 총장의 답변에 대해 장애인권연대사업팀 김진영씨는 "전문인력 확보를 통한 강제력있는 총장 산하의 장애인지원센터가 되야 한다"고 다시 한번 요구하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휴학, 자퇴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상황에서 국립대인 서울대가 사회적 역할을 마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진영씨는 "특수교육대학원 조교들은 고정형 리프트와 경사형 리프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장애인편의증진법도 제대로 모른다"며 "장애인교육권 보장은 몇몇 선한 의지만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총장 산하의 장애인지원센터 설립과 전문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그 상태로 가면 10년후에도 기숙사에서 감금고립생활하고 있는 장애학생들의 생활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이에 정운찬 총장은 "모든 것에는 돈이 필요하다. 사실은 정부의 일에 속하는데도 그동안 정부지원이 없었다"면서 "지난 4월 24일 국립대총장협의회에서 '장애학생 교육환경 개선 예산'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총장은 "장애학생의 편의시설과 교육환경개선사업을 위해 2004년 일반회계예산에 책정되도록 교육인적자원부에 요청했다"면서 "전문인력은 사람을 바꿔서라도 노력할테니 지켜봐달라"고 정리했다.

정운찬 총장에게 질의한 패널들이 맨 앞자석에 앉아있다.
정운찬 총장에게 질의한 패널들이 맨 앞자석에 앉아있다. ⓒ 박신용철
장애인지원센터 전문인력에 대해 보충 설명한 이민아 학생부처장은 "장애인지원센터 교수님은 실제 특수교육전공 교수를 컨텍해 일해주기로 했다"면서 "2002년 11월 18일 서울대장애인동문회 최 민 공동대표가 '(가칭)장애학생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실제 사회대 교수가 추진 중에 있다"고 부연설명도 했다.

정운찬 총장 취임후 두 번째로 열린 '총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온 김진영씨는 "2주일 전에 질문지를 미리 취합해 총장에게 보냈었다"며 "총장의 답변에 건설적 노력이 없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진영씨는 "시간이 짧아 아쉬웠고 학교의 장애인 정책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장애인정책의 필요성에 공감도 못하고 무리하게 벌이는 사업들 중 장애학생을 교육주체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답답하다"고 했다.

김진영씨는 또 지금 본부에 요구하는 안이 안되면 다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요구하고 외부의 '(가칭)장애인의무교육권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에서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와 고등교육파트를 맡아 같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은 이외에도 △총장 혹은 부총장 산하에 '장애인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고 요구를 수렴, 집행할 의사소통 기구 마련 △교수, 교직원, 비장애학생들로부터 차별적 발언을 종종 듣는 것에 대한 장애 학생 차별금지 및 인권보호, 학습권 보장을 위한 처벌조항이나 지침 마련 △장애인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마인드 형성을 위한 강좌 개설 △장애인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적정 예산 책정 등을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시간상 제약으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운창 총장 취임 후 두 번째로 갖는 '총장과의 대화'에서 장애학생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은 첫 '총장과의 대화'에서도 이번처럼 형식적으로 답하고 장애학생들의 교육권확보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운찬 총장은 장애인지원센터를 총장실 부설기관으로 설치해 강제력을 갖고 장애인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도 아니고 총장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문제인데도 예산 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했고 정작 장애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다면서도 장애인의 유형별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