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크전쟁은 새로운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폭격을 당하고 있어서 지난해 여름 이후 미국정부에서도 '지금 군사목표물이란게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전쟁의 참화가 일었던 이라크 현장을 다녀 온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총무인 신성국 신부(42).
신 신부는 19일 오후7시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정전협정 50년 한반도 평화라는 공개 강좌에 지난주 김민웅 목사에 이어 두번째로 나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2시간 넘도록 강연했다. 참석자는 일반인과 학생 등 50여명.
신 신부는 지난 3월 26일부터 출국해 25일만인 4월 22일 국내로 돌아 왔다. "20일간은 요르단에, 5일간은 바그다드에 체류했다"고 밝혔다.
"미디어를 통해 보여진 것은 미국에 의해 은폐 왜곡된 것이 많았다"는 신 신부는 미리 방청객의 입장 때 나누어 준 A4용지 4장분량의 유인물로 "이라크의 진실은 이것"이라며 설명했다.
유인물과 증언에 따르면 지난 1991년 1차걸프전에서 이라크에는 6주동안 다국적군이 8만8천톤의 폭탄을 쏟아 부었는데 1991년 3월 이라크를 방문한 유엔조사단원들은 "이라크는 산업화 이전시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전쟁에서는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되어 어린이 사망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혈병과 폐암, 골수암이 많아지고, 선천성기형아가 많이 출산되어 바그다드에는 어린이 암만 치료하는 병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1998년~2002년 2차걸프전에서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방지한다는 미국과 영국군의 폭격이 있었는데, 미국정부는 "지금 군사 목표물이란게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신 신부는 유엔무기사찰단의 활동과 보고서 내용을 제시하며 "대량살상무기는 이미 파기되었었다"고 말했다.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유엔은 이라크를 대상으로 1992년 12월 미사일무장해제를 시켰고, 1995년 핵무기 무장해제(IAEA결론), 1998년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무장해제 등 유엔무기사찰단이 7년동안 이라크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파기한 것으로 제시했다.
신 신부는 미국에 대해 "세계 최대 핵무기보유국가"라며 각종 조약 거부 사례를 나열하고 "대량살상무기 지속사용국가"라고 말했다.
또 신 신부는 "지난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4일만에 유엔은 이라크를 상대로 포괄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해 13년간 경제 제재를 계속했다"면서 "이로인해 1990년부터 1998년까지 5세미만의 아동 사망자가 50만명, 5세이상 국민 사망자가 50만명이고 5세이하의 아동 약 100만명은 만성적영양실조상태라고 유니세프는 보고했다"고 밝혔다. 신 신부는 또 "농업이 몰락하고, 교육체계가 붕괴되고, 보건의료체계, 수의진단, 방역체계가 붕괴되었다"고 말했다.
경제제재의 무서움에 대해 유엔 이라크 구호담당 조정관 데니스 핼리데이가 "경제제재로 인해 매달 이라크 어린이 6천명이 굶어 죽고 있다"며 항의표시로 사임한 사실 등을 예로 들면서 "경제제재는 이라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신부는 이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데 대해 "언론의 이라크 보도가 은폐 왜곡됐다"고 꼬집었다.
"유엔의 경제 제재가 이라크 민중에게 가한 고통을 무시하거나 경시했고,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관련 보도도 무시하거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또 "후세인 개인과 이라크 전체를 동일시하고 린치일병 구하기처럼 조작된 영웅 만들기의 정부발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입맛에 맞는 전문가만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것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신부는 이러한 식의 경제제재로 인한 북한의 붕괴를 우려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며 "경제제재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에 앞서 강연을 시작하면서 신 신부는 "이라크에 다녀 온 뒤 '미국을 다시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며, "이라크를 다녀오니 여러 언론에서 '왜 갔냐'고 묻기에 미국이 이런 식으로 전쟁을 하고 협상과 대화를 하지 않고 람보식으로 질서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이라크 가서 죽자. 이런 꼴 안보고 나 하나 희생으로 미국의 탱크 막을 수 있다면 막아 보자. 심정이었다. 이게 가장 컸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요르단에서 20일 이라크에서 5일을 머물렀는데 그 25일간은 자신의 반성과 회개의 시간이었다.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내 삶이 아니었다.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한 미국은 제국주의로 갈 것"이라고 말했던 김민웅 목사의 말이 있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생활방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신부는 이슬람 신도들의 생활을 소개한 뒤 "이번 이라크 경험은 나자신을 새롭게 발견한 회개의 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노 정부도 북 문제 풀려면 경제제재 풀어야 한다"는 신 신부는 "핵 포기하라 하지 말고 불가침조약 맺고 미국도 체제를 보장해 주면 안되는가"하고 묻고 "제 입장은 경제제재 풀면 이것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제가 만난 사람들의 얘기, 그리고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겠다"고 하다가 세미나실의 빔프로젝트와 자신의 노트북이 호환되지 않자 미안해 하며 이를 취소했다.
신성국 신부는 강연을 마치면서 방청석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았다.
-미국이 이라크에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후세인 정권을 내부적 폭동으로 유도해서 공격하지 않고 자체적 붕괴를 유도했습니다. 경제제재(이라크를 대상으로한) 13년이 돼도 안되니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격한 것입니다. 선거도 다가 오고 하니 공격한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이라크에서는 400만이 떠났고, 의사의 월급이 3달러밖에 안되고, 아이들은 생계때문에 학교에 안나온답니다. 이번 전쟁으로 사회적 기반은 다 무너졌습니다. 식수 오염으로 인한 전염병이 극심합니다."
-과연 어떤 각오로 살아야 할 것인가 솔직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이 생각하면 답이 나올 거예요. 국민들의 정신, 주체성, 의지로, 혼으로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라크전 미국이 승리했다? 글쎄요. 이라크의 시아파 통해 정권 이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아파는 수니파와 단합해 '미국 떠나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민족의 생명을 위해 뭉쳐야 해요. 미국에 사대주의 하는 사람 떠나야 해요. 북한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해야 해요. 이런 때 더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북한이 어딜 공격하나요. 전쟁은 민족전체가 공멸하는 거예요.
김정일 정권 무너뜨리면 그들이 먹고 살기 위해 넘어 와요. 1년에 500명 오는 탈북자도 어쩌지 못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거예요. 북한 정권 무너지면 남한도 붕괴돼요."
| | | 신성국 신부 약력 | | | | -42세
-충북 괴산출생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청원군 청소년수련관 관장.
-전)충북 대소천주교회 주임, 전)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공동대표.
-저서 '의사 안중근(도마) 역, 지평출판.
-3월 26일~4월 22일 이라크 반전평화팀 참가, 바그다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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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국내 인권도 문제 많은데,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요. 활동 방향이 미미하지 않은가요.
"뿌리를 보고 변화와 개혁을 이야기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변화와 개혁의 죄악은 언론에 있습니다. 제2의 5.18은 언론의 개혁입니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말 안 믿어요. 그러나 활자화된 언론은 믿어요. 우리 가치관, 잘못된 이념을 언론이 전하는데 무슨 정치개혁이 돼요.
정의평화위원회 왜 이라크에 갔냐고요. 평화주의자들 이라크에 들어 갔어요. 우리 민중들이 역할을 해야 해요. 정의평화위원회 뿐 아니라 학생들도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