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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세석평전 철쭉
5월 18일 세석평전 철쭉 ⓒ 강석인
세석고원의 철쭉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말이 절정을 이룰 듯 하다.

장터목산장은 우리 일행 6명을 제외하고 20여명 남짓하다. 몇 차례 이곳에서 숙박을 한 경험으로 항상 만원이었고, 추운 겨울에도 칼잠을 자야 했는데 조용한 게 왠지 이상하다. 일요일 밤이라서 그런가? 구름이 점점 두텁게 하얀 달을 가려 빛을 잃어가는 걸 보아 내일 아침 일출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올라 온 길인데... 그래도 천왕봉에 올라 보자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1.7킬로 구간에는 일출 시간(05:20)에 맞춰 오르는 등산객들의 랜턴 불빛이 줄을 잇는다. 상봉식을 마치며 오늘도 일출은 못볼 것 같다며 천왕봉 표지석을 들러싸고 기념 촬영을 하는데 동녘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동전잎 크기의 발그란 해가 운평선을 뚫고 서서히 솟는다.

5월19일 지리산 일출
5월19일 지리산 일출 ⓒ 강석인
구름 속에 숨기를 몇 번 거듭하더니 이내 햇살을 뿜는다. 천왕봉 표지석을 비추고 지리산 능선을 비추고 다시 우리들의 얼굴을 비춘다. 삼대가 적선을 해야 볼 수 있다던 지리산 일출을 맞는 순간이다.

천왕봉에는 지리산을 상징하는 성모석상이 70년대까지 천년의 세월을 지켜왔으나 무슨 곡절인지 모르지만 현재는 중산리 천왕사란 암자 뒤뜰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수많은 민중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성모석상이 있던 자리에 서서 건강을 지켜 달라며 소망 한 가지를 빈다.

지리산 고사목
지리산 고사목 ⓒ 강석인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고사목이 지리산의 역사를 말해주고 털진달래는 계절도 잊은 채 피고 지고 촛대봉을 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주능 끝에는 반야봉이 희미하다.

연하선경의 초원
연하선경의 초원 ⓒ 강석인
장터목에서 연하선경을 거쳐 세석평전까지 능선 곳곳에 녹색 풀들을 비집고 핀 야생화가 유난히 곱다.

장터목 오름
장터목 오름 ⓒ 강석인
귀룽나무의 하얀 꽃 향은 여인의 기분 좋은 향기로 코끝에 와 닿는다.

백무동 폭포수
백무동 폭포수 ⓒ 강석인
계곡이 깊고 험난하며 물이 차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한신 계곡. 세석고원에서 시작되어 졸졸거리던 물줄기는 아래로 갈수록 콸콸거리더니 싸-아 하며 물안개를 뿜으며 시퍼런 폭포수를 이룬다.

백무동 야생화
백무동 야생화 ⓒ 강석인
폭포 옆 벼랑에 가지 끝에 매달린 진분홍의 이름 모를 야생화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 흐르는 땀을 씻으며 일상에서 얻은 시름과 욕망을 던져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점심때를 훌쩍 넘긴 후에야 어제 차를 주차한 백무산장에 도착했다.

함양이 고향인 일행의 안내로 함양읍에 있는 00횟집을 찾았다. “어탕국수”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즐기며 맛내는 비법을 은근슬쩍 물어 보았다.

“산자락에서 흘러내린 냇가에서 시동생이 잡아주는 피리, 땡아리 등 민물고기로 국물을 내고 국수 넣고 산나물, 양념 넣으면 되지 별끼 아이라요”라며 20년 넘게 이 장사했는데 남는 게 없다면서도 곱빼기 그릇에 어탕국수를 듬뿍 내 놓는다.

한 그릇 3천원인데 덤으로 주고 남는 게 뭐 있느냐고 하니 남는 것 보다 손님이 맛있게 먹는 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곳에는 지리산이 있기에 훈훈한 정도 남아있는 듯하다.

땀 흘린 만큼 건강을 지켜주고 마음의 고요를 찾게 하는 지리산을 언제 또 찾을려나.

천왕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멀리 반야봉이...
천왕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멀리 반야봉이... ⓒ 강석인
지리산 야생화 1
지리산 야생화 1 ⓒ 강석인
백무동 계곡
백무동 계곡 ⓒ 강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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