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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보수세력의 저항은 부닥쳐서 극복하고, 설득하고 극복해나기 쉬운 쪽이다.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는 쪽의, 나에 대한 저항이라고 보기보다는, 그쪽의 마찰과 갈등이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게 만든다." (4월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이 상황으로 가면 대통령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5월 21일 5·18 행사 추진위원회 간부와의 면담)


지지층의 지원으로 순항하던 노무현호가 예상치 못한 '지지층 태풍'을 맞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는 쪽의 마찰과 갈등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취임 100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맞닥뜨린 것.

노 대통령은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 대해 "대통령 제대로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털어놓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굴욕적 외교' 논쟁으로 촉발된 지지층의 '원성'이 한총련의 5·18 시위 사태, 전교조의 NEIS 관련 '연가투쟁선포' 등을 거치면서 한없이 드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는 쪽'은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지지 전략'을 '적대시전략'으로 수정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노 대통령의 시름은 더욱 깊어갈 전망이다.

더 이상의 확산을 우려한 탓일까. 지지층의 변심을 직면한 노 대통령은 당초 한총련을 '난동자'로 몰아붙이며 엄정한 법적용을 지시했지만 21일에는 다소 안정을 찾은 듯 유인태 정무수석에게 "정무수석이 융통성 있게 처리하라"며 일단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현재 학계는 이러한 위기 상황의 원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급작스런 변절'과 '지지층의 인내력 부족'을 주목하고 있다.

@ADTOP1@
진보지식인 "개혁은 뒷전 권위 내세운 게 문제"
중도성향 학자 "지지층 인내력 부족이 문제 근원"


특히 소위 개혁·진보적 학자그룹은 지지층 이탈이 노 대통령의 '자업자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약속된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위기국면 탈출을 위한 '권위 세우기'에 너무 급급해 한다는 평가다. 특히 전교조와 한총련 등에 대한 '강경기조'는 '변절한 노무현'의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개혁축을 만들어 놓고 권위를 추구해야 하는데 개혁이 뿌리내리기 전에 흔들리다 보니 혼선이 이는 것"이라며 개혁프로그램의 지체를 위기상황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개혁의 기조는 세우지 못하고 개혁과 권위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보수층의 비판에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도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강경하고 어설프고 부적절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즉자적·감정적 대응 자제를 촉구한 경실련과도 같은 견해이다. 그는 또 최근 NEIS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교조와 싸울 이유가 있는지, 그렇게 전교조가 잘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젔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반면, 중도·보수그룹의 학자들은 '참을성 없는 지지층'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쥐고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요구하는 측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며 지지층이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운영자로서 고급정보를 접한 뒤 소화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발생하니까 혼란스러워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의 자산은 돈도 공천권도 아닌 지지층밖에 없는데 그렇게 나오면 어떡하느냐"면서 지지층의 인내력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지층들이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에 답답해하면서 "나머지 반쪽(보수층)을 고려해야 하는 노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보수층의 비판에 '일희일비'하는 장관과 대통령 참모진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해구 교수는 "일부 장관이나 정책집행자가 개혁기조와 보수층의 비판에 왔다갔다하는 듯하다"며 "보수층 비판을 수용한다고 해서 그쪽이 지지자로 돌아오지 않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장관이나 실무진의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정해구 교수 "합리적 기준 마련한 강금실 본받아라"
김석준 교수 "우호세력 요구수준 및 속도조절해야"


해법에 있어서도 양 진영간의 견해는 조금씩 엇갈렸다. 개혁·진보진영은 개혁과 권위의 포괄적 기준 확립을 청와대측에 주문한 반면 중도·보수진영은 지지층의 이해와 노 대통령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정해구 교수는 "지금 정부의 결정을 보면 사안별 대처가 많고 상황추수적인 느낌이 든다"면서 정부의 권위와 개혁을 조화시킬 수 있는 포괄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권초기 검사와의 대화 등을 통해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며 "장관이나 참모진들이 개혁의 기조를 공유하고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큰 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하지만 김석준 교수는 "대통령이든 노조든 사회단체는 상호간 신뢰회복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총련이나 전교조 등은 개혁의 수준이나 속도 조절을 일정 정도 인정해야 한다 주장했다. 청와대에 갇혀 있는 참모진들의 역할 제고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측근 참모들이 노 대통령을 대신해 제 단체와의 연결망이 돼야 한다"면서 '발로 뛰는' 참모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일련 사태는 민정수석이 해결해야 하는데 이 점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빠트리지 않았다.

함성득 교수는 개혁·진보세력에게 "노무현이 무너지면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을 거듭 거론하며 지지층의 여유와 인내가 오늘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열쇠'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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