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 차 관련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오는 27일(화)까지 6일간 계속될 <티 월드 페스티벌 2003>의 막이 올랐다.
‘잎차는 그저 어려울 뿐이고, 다도(茶道)는 더더욱 범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이가 행사장을 찾는다면 그저 놀랄 것이다.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차 관련 제품과 문화 행사 등이 여러분을 맞아줄 것이기에. 이를 테면 보성이나 하동, 담양 등 차 산지에서 갓 올라온 다양한 차들 중 요즘 들어 점차 생산량이 많아지는 반발효차와 발효차, 차로 만든 쿠키와 국수, 비누 등이 소개되고 있어 관람객의 흥미를 끌고 있다.
실제로 친구와 함께 왔다는 김미연(필동. 23세)씨는 “평소 차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다”며 “특별히 돈쓸 필요 없이 시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ㅎ다도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정순자(서초동. 56세)씨는 “오늘은 차보다는 차로 만든 사탕이나 생활 용품을 살 것”이라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전시 부스들을 샅샅이 훑는 기색이었다.
이 행사가 여느 박람회들과 다른 점은 다양한 차 문화 행사도 함께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쉽게 접하기 힘든 전통 수제차(手製茶) 제작 모습이나 명사들의 손때가 묻은 다구(茶具)를 전시하고 있고, <동다송> 등 각종 공연도 볼 수 있다. 또한 함께 둘러 앉아 직접 차를 마실 수 있는 ‘들차회’가 2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23일에는 “한국의 다도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3천원만 있으면 이전에 마셔보지 못했던 각종 차를 즐길 수 있고 차 관련 문화 공연도 관람할 수 있는 <티 월드 페스티벌 2003>. 활력 넘치는 여름을 위해 비타민C 가득한 차를 만나러 가보자.
| | 차도 커피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 | | <티 월드 페스티벌 2003> 추진위원장 김정순씨 | | | |
| | | ▲ <티 월드 페스티벌 2003> 추진위원장 김정순씨 | ⓒ권기봉 |
Q. 어떻게 이 행사를 마련하게 됐나?
A. 저 자신도 10년 이상 차를 마셨지만 문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갖춰야 할 것들도 많아 다가가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그런 것만이 차는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구중궁궐에서는 그렇게(주: 엄격하게) 마셨을지 몰라도 우리는 막걸리 마시듯 쉽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막걸리처럼 쉽고 편하게 차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Q. 우리나라의 경우 대량생산이 쉽지 않고, 값싼 수입 차들이 늘어 우리 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말도 들려온다. 안으로 밖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것 같다.
A. 차를 만드는 분들이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직접 손으로 만들어 더욱 고급화 시킬 것인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것인지하는 문제가 있지만, 일단 내년에 차 시장이 개방되면 티백 20~30개들이 한 박스에 1천 원짜리가 들어온다고 한다. 우리 차는 그런 것이 3~4천 원 한다. 어떻게 싸울 거냐? 값싼 차도 필요하고 고급차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맛있는 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도 우리 차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또 지금까지 우리는 녹차 하나만을 추구해 왔는데, 다른 나라들처럼 다양한 차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차 문화는 어떻게 가야 하나?
A. 한복을 입고 다구를 다 갖추고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단은 쉽게 끓여 마실 수 있는 커피처럼 차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차 문화뿐만 아니라 차시장도 덩달아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들어와 한 문화를 만들어냈듯 우리 차 문화도 외국에 진출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Q. 이 행사를 추진하면서 느낀 점은?
A. 발효차와 반발효차 등 다양하면서도 질도 좋은 차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고, 차 자판기도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점점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기대가 크다.
/ 권기봉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