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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소속 노동자 등 50여명이 24일 오후 1시 (주)선명제본 앞에서 사업장 이동자유 침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소속 노동자 등 50여명이 24일 오후 1시 (주)선명제본 앞에서 사업장 이동자유 침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석희열

24일 낮 서울 성수동 (주)선명제본 앞에서 노동자와 학생 등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업장 이동의 자유침해 규탄대회'가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성수분회 주최로 열렸다.

이주노동자지부 성수분회 송수진 사무국장은 "지난 4월 26일 진상조사와 사업주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1차 단체교섭에서 선명의 사장은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벌금을 물게 될까봐'라고 둘러대다 나중에는 '코큰이 옮긴 사업장이 경쟁업체였으므로 괘씸해서 그랬다'고 실토했다"고 경과보고를 했다.

그는 또 "지난달 21일에는 선명의 공장관리자가 경찰을 대동하고 코큰이 새로 취직한 회사에 나타나 그를 불안에 떨게 했다"면서 "이에 대해 경찰은 '신고를 받았으니 출동했으며, 불법체류자 쓰지 말라고 한 게 뭐 문제가 되느냐'며 사실확인도 없이 공장까지 난입해 코큰을 위협한 사실에 대해 일말의 사과도 내비치지 않았다"며 경찰의 태도를 비난했다.

송 사무국장은 "국회에서는 고용허가제 입법안이 표류하고 있고 중기협은 연수제도 장사를 놓치지 않기 위한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고용허가제 이후를 똑똑히 목도한다. 사업장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다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입법안이 통과되면 이주노동자는 지금보다 더 함부로 부려도 되는 노예로 볼 것이 뻔하다"며 노동허가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나딤(29)은 "지금 한국땅에서는 40만 외국인 노동자가 살고 있다"고 소개하고 "그렇지만 한국인 노동자냐 외국인 노동자냐를 떠나 우리는 모두 노동자로서 하나"라며 "국적을 떠나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서울대 사회대 김진영씨는 "얼마 전에 이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는 이주노동자를 한국인 노동자와 달리 보는 차별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적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지만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며 같은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주노동자들도 노동자인데 이들의 문제가 잘 되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도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자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노동허가제 도입을, 장기적으로는 노동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이주노동자 전체 문제로 확산되면서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주)선명제본 지훈 대표이사는 관련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코큰에 대한 사과와 함께 퇴직금을 즉각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훈 대표이사는 "코큰이 새로 취업한 회사는 우리 회사와 불과 150m 떨어져 있는 동종 거래처"라며 "거래처 일로 우리 직원이 그 회사에 간 걸 두고 코큰이 오해한 것 같다. 또 그 동안 회사에서 코큰에게 얻어준 방을 1주일 안에 빼달라고 했는데, 이를 성수동을 떠나라고 한 것으로 잘 못 이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 대표이사는 이어 "6년 동안이나 장기근무를 하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둬서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주노동자 퇴직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퇴직금을 안 주는 걸로 알았는데 노무사를 통해 알아보니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다"며 "당장 법정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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