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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특검팀에 재소환, 대질 조사를 받고 있는 이근영 전 산은 총재(사진 왼쪽)와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27일 특검팀에 재소환, 대질 조사를 받고 있는 이근영 전 산은 총재(사진 왼쪽)와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 오마이뉴스 유창재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지난 2000년 6월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에 관여한 것으로 의혹받고 있는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28일 소환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28일 오전 10시 이기호 전 수석에게 출석토록 변호인인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를 통해 통보했다고 27일 밝혔다.

특검팀은 이씨를 상대로 "현대상선 대출 직전인 2000년 6월 3일 '경제장관대책회의'와 수차례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대출을 요청해왔다"는 이근영씨 진술을 바탕으로 대출요청 경위와 배경 등 현대 대출 및 대북송금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특검보는 "현대의 유동성 위기 문제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며 "하지만 본인이 조사에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신분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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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특검팀은 27일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구속수감 중인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재소환, 대질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상배씨는 이날 오전 9시 55분경에 특검팀에 출두했으며, 이근영씨는 오후 2시경 특검팀에 소환됐다.

오전에 먼저 소환된 박씨를 상대로 특검팀은 지난 2000년 6월 이후 현대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이 대북송금과 연계된 특혜라는 의혹 등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현대 계열사에 거액을 지원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그 동안 참고인으로 소환했던 박상배씨를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변환하고 현대상선에 4000억원과 현대건설에 1500억원을 각각 불법 대출한 혐의 부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구속수감된 이근영 전 총재와 더불어 박 전 부총재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지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특검보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해, 현재 박씨의 신변처리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영장청구의 요건에 대해 김 특검보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경우와 도주의 우려가 있을 경우 발부할 것"이라며, "특검 소환자들의 경우 도주의 우려는 적지만 서로 말이 다른 부분이 있기에 밖에 있는 사람들과 말을 맞출 수 있는 우려, 즉 증거 인멸의 우려 때문에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검팀은 이근영씨 구속 이후 소환자들의 사법처리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소환자들이 조사에 임하는 태도 여부에 따라 긴급체포-구속영장 청구 등 언제든 사법처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특검팀은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이번 주중으로 불러 2000년 6월 대출 직전 이근영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을 언급한 배경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이며, 이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송금 `대출외압' 의혹 베일벗나
[분석]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소환 의미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28일 소환키로 한 것은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금의 대북송금 과정에 당시 청와대의 개입여부를 본격 조사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전 수석은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산은의 4천억원 대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당시 이근영 산은 총재에게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검수사 초기만 해도 이 전 수석은 특검수사 핵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근영씨가 지난 23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수석이 대출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내놓으면서 대출외압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씨는 영장심사에서 이 전 수석이 2000년 6월초 청와대 경제관계장관회의 후속 모임에서 자신에게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을 언급한 뒤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현대상선 등에 대한 대출을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

이전까지만 해도 작년 10월 엄낙용 전 산은 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출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간주됐지만 이근영씨가 새로운 진술을 내놓음에 따라 일단 이 전 수석쪽으로 표적이 다소 이동한 셈이다.

특검팀은 특히 이 전 수석 소환을 하루 앞둔 27일 "이 전 수석도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고 언급, 이 전 수석이 직무범위를 넘어 산은 대출 과정에서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상당수 포착했음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97년 `환란'과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은 강경식·김인호씨에 대한 1.2심 판결문을 입수, 이 전 수석 사법처리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당시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면서 산은 등 국책 금융기관장 등 인사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이 전 수석의 부탁은 이근영씨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지시'에 가까왔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한광옥 전 실장 외에 이 전 수석 역시 현대상선 대출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됨으로써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결정이 사전 또는 사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만약 한·이씨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대출과정 등을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특검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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