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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 현장.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 ⓒ 환경운동연합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새만금 개발사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5월 27일 교통방송의 엄길청의 ‘지금 서울은’에서는 새만금사업을 찬성하는 인사와 반대하는 인사 사이에 대한 전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진행자가 경제학자인 이유 때문인지 이 인터뷰는 경제적인 것들에 다소 집중되어 있었지만 만약 3자가 동시에 대화를 한다고 할지라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양쪽의 경제적 이해는 상반되어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의 명호 부장은 갯벌이 농지보다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 것은 이제 학계에서 더 이상 과학적 논란이 필요없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1등 전라북도만들기운동본부'쪽은 농토가 갯벌보다 100배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하였다. 맥락 그대로 받아들이면, 양쪽의 주장은 최소한 백 배만큼의 지평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잘못된 것일까?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숫자를 다루더라도 경제성 잃은 새만금 사업

새만금 사업에서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변수는 이미 투입된 사업비 1조 4천억과 총공사비로 발표된 6조, 그리고 향후 조성될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개선을 위해서 사용하기로 정부가 약속한 1조 4천억의 비용이 전부이다.

이 비용외에 실제 중앙정부에서 교부금으로 집행되는 연간 1700억원 정도가 실제 전북이 직접 정부로부터 받는 비용이다. 대부분의 경제성 평가는 이러한 기초 변수를 중심으로 몇 가지의 ‘가상변수’를 만들어내면서 진행된다. 사업집행측의 ‘안보미가’(남북대처상황을 고려해 국제 미곡가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책정한 쌀값)나 ‘갯벌가치’는 이러한 기초변수와 현재 시장에서의 가격을 전제로 추정하거나 통계적으로 합산해서 가공된 수치이다.

물론 이러한 통계적 처리 과정이 전부 비논리적이라거나 의미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과연 무엇으로부터 100배의 차이가 도출되는 것일까? 한국 생태경제연구회는 현재와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의 비용편익비율(편익/비용)이 0.52라고 발표한 바 있다. 들인 돈의 절반 밖에는 사회적인 편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간 비율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경제학자는 누가 하더라도 이 비율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사업을 현재 상태에서 중단하는 경우의 비용편익비율은 1.98로 계산되었다. 방조제를 현재 상태에서 정지할 때의 마감공사의 비용에 따라 이 비율은 다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현재 사태에서 사회적으로 이미 발표된 숫자를 중심으로 한 경제성 평가는 누가 하더라도 이 비율에서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

현재 경제적인 측면의 분석에 대한 평가작업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새로운 발표가 나오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숫자를 다루더라도 더 이상 새만금사업을 경제성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농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앞으로 쌀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보편적인 이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에서의 평균 쌀값을 평가에 이미 적용하였고, 수질개선 비용도 현재보다는 더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정부의 원안대로 평가하는 ‘보수적’인 시각을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인 차원, 즉 전체 사회적인 차원에서 새만금이 경제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농부들은 환영할까? 전농, "새만금 간척사업 아무런 이익없다”

새만금간척사업 조감도.
새만금간척사업 조감도.
그렇다면 농업측에서의 경제성 평가는? 지난 5월 23일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는 성명서를 통하여 새만금 간척사업이 농민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이로 인하여 발생할 신자유주의적 농정에 대해서 반대한 바가 있다.

전농 입장에서는 새만금의 대형간척지 공급은 소규모 영농을 대형기업농과 경쟁시키는, 이른바 시장에 의한 가격결정 그리고 경쟁력에 의한 각자 살아남기의 새로운 농업정책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국가적인 경제성 평가와 농업측에서의 경제적 고려는 이미 새만금사업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이해하여도 좋을 것이다.

이제 남아있는 경제성 평가는 과연 그렇다면 새만금 1차적 이해당사자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는 전라북도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의 견해와 전라북도 도민의 정서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서 솔직히 경제적 측면의 분석이 이미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일종의 지역적 믿음이 된 ‘신화’의 영역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지금 전라북도는 농지를 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잠깐 되짚어보자. 2000년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이 발표되면서 이에 맞추어 전라북도에서도 제3차 전라북도 종합발전계획(2000~2020)이라는 법정계획이 수립된 바 있다. 이 당시의 전라북도의 의견을 잠깐 살펴보자.

2020년 전라북도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31.6%가 첨단산업 중심지역을, 28.1%가 문화예술 중심지역을 선호한다고 답변하였으며, 영농중심 전원지역에 7.2%가 답하였다.

한편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되는 부안군에 대해서는 33.4%가 산촌휴양도시를, 9.3%가 관광도시를 선호한 바 있다. 또 ‘환경보존과 새만금지구의 개발방향’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은 48.9%가 ‘자연생태계 유지 및 복원’을, 25.4%가 수질개선 및 하천정비를 각각 답변하였다.

2년 전의 전라북도가 법정 종합대책을 수립할 당시 차분하던 전라북도의 의견은 대통령선거와 물박이공사를 앞두고 급격하게 변화한 듯하다. 여기에 어떠한 경제적 합리성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새만금 간척지는 소위 ‘전북의 꿈’이 되어버렸으며, 여기에서의 경제성 평가나 경제적 타당성은 의미를 잃은 상태이다. 그러나 모든 경제적 편익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뒤따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소외되어온 전북 지역의 경제적 낙후성은 새만금 문제를 풀어가는데 어려운 여건을 형성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업추진자와 전라북도는 딴 꿈을 꾸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새만금의 담수호를 지키기 위해서 새만금으로 흘러드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상류지역의 그린벨트는 풀리지 않는다. 해안을 농지로 만들기 위하여 내륙개발의 가능성을 전라북도가 일부 포기하는 것이 경제적 법칙이다.

새만금 지구 위성사진.
새만금 지구 위성사진.
또 다른 측면의 포기는 시간의 포기이다. 새만금의 간척지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일부 사용이 가능할 것이고, 그 기간 중에 전북에 남는 것은 약간의 고용효과와 사업자가 전라북도에 납부할 약간의 지방세이다.

이 10년이면 중국 경제와의 교류와 새로운 동북아 시장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평택항과 인천항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을 것이고,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위 ‘남진 경제정책’은 광양과 중추항구인 부산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을 것이다.

전북이 새만금의 새로운 땅을 기다리면서 10년 이상을 보내는 동안에 10여년 전에 예측한 국내 경제구조와 세계 경제구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현재 전북에 유치하기로 논의가 진행되어 있는 자동차 산업 클러스트의 중심시장인 자동차는 3~5년을 주기로 파라다임이 교체한다.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첨단 정보산업은 1년을 주기로 파라다임이 교체한다.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전북이 잃어버리는 것이다. 새만금의 간척지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의 대가가 그렇다는 것을 경제학이 얘기해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는 일방적인 이익과 손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시장은 냉정하고 냉철하다.

국가적 이익의 경제성 평가와 전라북도의 경제성 평가는 일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업추진자와 전라북도의 경제성 평가 역시 일치하지 않는다.

5년이 지나가면 현 정부도 사라질 것이고, 현재의 전라북도 도지사와 고위 결정자들도 상당 부분 현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소금기가 빠지지 않아 계속해서 소금기를 씻어내고 있는 땅에 대한 복토작업과 ‘끊임없는’ 기다림은 계속될 것이다.

신구상기획단은 현 참여정부가 주어진 5년 동안의 개발과 다음 정부로 지역개발의 부담을 넘길 것인가에 대해서 전라북도에 대해 던진 질문 같은 것이다. 이미 지역이 낙후되어 있다면 ‘시간’을 선택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전북은 현재로서는 신구상 기획 단계에서 보다 유리한 상태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내륙지역에서의 발전기회와 시간을 선택하라고 현재 환경운동단체의 지도자들이 전북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셈이고, 정부도 그러한 선택의 기회를 전북에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경제학적 맥락에서의 ‘신구상’의 의미이다.

새만금에 도래한 철새. 자료사진
새만금에 도래한 철새.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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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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