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될 것이 유력한 송철호 변호사는 요즘 들떠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로 92년 정치에 입문 이후 청와대 공식 직함을 받아보기는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비록 임명이 유보된 대통령 정치특보 내정자이긴 하지만.
송 변호사는 오는 6월 4일 울산 정개추 발족식을 열어 본격적인 신당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그는 "울산 시민들도 새로운 정치질서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며 "울산이 부산보다 더 큰 동남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수석 등과 함께 부산·울산 지역에서 인권 변호사 활동을 해 왔던 송 변호사는 반부패, 색깔시비의 청산, 권위주의의 청산, 전국정당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본격적인 신당 붐을 일으켜 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울산고속철도 유치 사업 등 지역현안 문제해결로 여론의 지지를 확보한 뒤 울산 정개추의 활동반경을 점차 넓혀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최근 신당 논의와 관련 "세력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원인이 인위적 인적청산론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는 중요하지만 인적청산처럼 인위적인 것은 안된다면서 인적청산 보다는 과거청산 개념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민주노동당의 탈당 등을 고려한 듯 정개추 참여 정치인의 '고해성사 이벤트'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송철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울산에서 신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나.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질서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개혁신당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고 높은 지지도 얻고 있다. 신당에 대한 지지도는 한나라당보다 높다. 비록 식민지형 도시발전의 형태로 기형적으로 발전해 온 점이 있지만 잘 될 것이라고 본다."
- 예를 들자면 어떤 징표로서 나타나는가.
"과거 한나라당 외에는 정치 입문의 창구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개혁신당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 울산은 개혁적 인사가 상당히 부족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이고 노동운동이 활발한 곳이다. 때문인지 시민단체 활동도 많은 편이다. 시민단체 내 서로 다른 단위가 의견을 조율해서 추구해 나가는 관행이 있다."
- 시민단체의 반응은 어떤가.
"개혁적 인사들이 정치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양분된 측면이 있다. 개혁신당과 같은 중산층·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오지 못해 정치질서가 전환되지 못했다. 부산과 분위기는 비슷하다고 본다."
- 대학이 적어 개혁적 인재풀의 재생산이 어렵다는 말도 있다.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지식인 그룹의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 최근 민주당의 신당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당이 너무 사람중심, 인적청산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세력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경향이 있다. 신당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
- 인적청산에 반대한다는 뜻인가.
"인적청산보다는 그러한 작업은 국민이 유권자가 하도록 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신당이 왜 필요한가.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새 정치에 대한 요구, 반부패, 색깔시비의 청산, 권위주의의 청산, 전국정당화 때문 아닌가. 그래서 기존 정당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5년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영남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해 호남의원을 청산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호남과 영남이 결합하는 형태여야 한다."
- 그렇다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에는 동의하나.
"우선 기존 정당은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민주당이 반성하고 새틀을 짜기 위해서라도 반성하고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 울산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 중의 한 곳이다. 한나라당쪽 인사의 영입도 고려하나.
"광범위한 인재풀을 만들어 인재를 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인사가 참여하려면 우선 대국민사과를 하고 부패와 지역주의, 색깔시비, 권위주의에 물들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서약을 하고 국민서약이행감시단을 통해 감시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서약을 거친 사람이라면 같이 가야 한다. 한나라당도 시민단체도 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국민경선에 맡기는 것이다."
- 민노당 강세인 지역인 만큼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할 듯 한데.
"그 논의는 필수적인 만큼 진행될 것이다. 일부 시작되기도 했다."
- 민노당을 탈당하지 않았나. 관계가 껄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관행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선거공조 과정도 어느 정도 검토하고 있다."
- 민노당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핵심적 지도자와 개인적으로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나는 그냥 탈당하지 않고 후배들에게 당 원로로서 뭔가 밖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나왔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민노당을 설득했다. 그래서 경부고속철도 문제에 천착한 것이고, 이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시민운동을 하기 위해서 탈당한 것으로 민노당의 양해를 구했다."
- 신당을 추진하려면 민주당 울산시지부와의 관계도 정리를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다 함께 해야 한다. 기존 당원들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생한 분들이다. 다만 잘못이 있다면 함께 반성하고 고해성사하며 보속(補贖)의 개념으로 함께 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청산의 개념이 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신당운동을 국민앞에 펼쳐보이는 작업에 동참하는 개념이다."
- 울산에서도 민주당은 DJ당이란 이미지가 남아있지 않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보이는데.
"영호남 문제를 너무 인위적으로 접근한 탓이다. 또다른 지역주의 요소를 배태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더 많은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한다."
- 대통령 특보 내정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통령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그리고 인권변호사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그리고 92년 내가 정치에 진출하도록 이끈 인연도 있다. 나는 울산,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우리는 당시 정치 의병운동을 하는 기분으로 했다. 아직 그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나라도 버텨야 고질적 지역주의를 무너뜨리고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봤다. 노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이를 높게 평가한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생각을 다른 채널을 통해 들었다."
- 한나라당은 '명함특보'라며 비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특보가 가질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이 있다. 숲 속에서 보지 못한 것을 숲 밖에서 봐달라는 것 아니겠나.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수행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지금 청와대 인사 중에서는 누구와 가장 가깝나. 자주 교류하는 장관이 있다면.
"문재인 수석과 노무현 대통령과 오랜 세월 동안 교류도 잦았다. 민변활동도 함께 했다. 요즘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종종 통화를 한다."
- 울산 정개추에 들어오기를 어려워 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
"신당의 전망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 그분들은 어느 정도 지분을 보장받으려는 분들이다. 하지만 보장의 불가능성을 말씀드리며 설득해 볼 예정이다."
- 지분 보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신당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바람이 강하다면 휩쓸릴 것이다."
- 그런 바람이 불 것이라고 보나.
"울산 바람이 강할 수 있다는 게 뭐냐면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영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을 무너뜨린 유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만 해도 35%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구체적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지는 않나.
"6월 4일 울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가 발족하게 되면 정책개발과 홍보에 주력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정치인의 고해성사를 이벤트화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 전국모임과의 결합도 준비중이라고 하던데.
"전국모임에 참여해서 신당 운동의 방향을 잡고 싶다. 이른바 인적청산 중심에서 과거청산 중심으로 설득할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 리모델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은 결코 안 된다."
- 부산 정개추는 민생문제를 통해 신당의 지지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 정개추의 활동방향도 그렇다고 짐작해도 되나.
"울산 정개추는 정치가 직접 챙기지 못하는 시민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고속철도나 국립대학 유치, 산업재해의료원 건립, 신항만 문제 등 울산 시민들이 걱정스러워 하는 부분들을 챙길 것이다."
- 지역 현안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쪽 인사인 박맹우 시장과는 자주 교류하는 편인가.
"박 시장과는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주 대화하고 있다. 대화의 의지를 보내오는 것에 대해 마음으로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 대통령 정치특보 직함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지역주의 극복에 기여하고 국민의 요구를 중앙에 접수시키도록 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다. 사실 울산의 발전이 전국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나. 균형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다른 분들과 동일한 출발점에 설 것이다. 나는 이 지역에서 개혁세력의 선배 그룹에 속한다. 인지도와 지지도가 있으므로 나를 카드로 활용한다는 요구가 있으면 이 지역 승리의 도구가 되고 싶다. 물론 양보할 생각도 있다."
- 내년 총선을 전망한다면.
"한나라당, 민노당과 삼각 구도를 이뤄내야 한다.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부분이 많다. 특히 민주노동당 강세지역인 북구·동구도 있고…. 최종적 승산으로 따지면 불리한 것은 없다. 다만 민노당과의 선거공조는 필요하다. 당 대 당 경선도 생각 중이다."
-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는 사정이 어떤가.
"내년은 예측하기가 힘들 것이다."
- 혹시 본인이 정치철새라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정의를 찾아 정의를 추구하는 배고픈 철새라고 본다.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배부른 하이에나가 돼서는 안 된다. 나는 철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잇속을 챙기기 위해 옮긴 적이 없다. 올바른 것을 위해 옮기는 용기가 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자신있게 나는 정치적 영달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거대한 지역주의의 벽을 깨기 위해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