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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메일 개발을 위해서 결혼도 미룬 심동호씨는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했다.
마음메일 개발을 위해서 결혼도 미룬 심동호씨는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했다. ⓒ 장 크리스토퍼
이번에 이 스팸메일을 100% 방지하는 방법을 개발해서 마케팅에 나선 동포업체가 있다. 뉴욕 맨해튼 23가에 있는 누리비전이 그 일을 해냈다. 결혼을 미루고 투입한 자금으로 그동안 IT회사를 꾸려왔던 심동호(33) 사장. 린하이라는 중국계 수재를 비롯해서 몇몇 젊은이들을 엮어 모아서 이 일을 해냈다.

특허출원도 끝냈고 투자자만 확보되면 전세계 최고기술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는 것이 심 사장 얘기다. 뉴욕 일원 동포들 중에는 누리비전은 잘 몰라도 KSANY는 생소한 단체가 아니다. 뉴욕 일원에 거주하는 한국유학생 단체가 KSANY인데, 그동안 이 모임의 웹사이트를 제작해서 관리해 왔기 때문에 KSANY하면 심동호, 심동호 하면 KSANY로 통해 왔다.

요즘에는 KSANY가 KSAUSA로 확대됐고 회원수가 2만8천명에 이르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 KSANY회원만도 8천명이라고 그러니까 결국 뉴욕 일원의 한인유학생모임이 미국전국 한인유학생 모임의 모태가 된 셈이다.

어떤 의미에서도 필요는 발명의 어머닌가 보다. 심동호 사장이 스팸메일 방지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KSANY.com을 운영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니까 저장되는 스팸메일로 인한 용량이 장난이 아닌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매달리다가 자연스럽게 스팸메일방지 프로그램 개발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스팸메일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동포독자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스팸메일이 무엇인지 설명을 붙여두고자 한다. 스팸메일은 보내는 쪽에서 수십만명 심지어는 백만명이 넘는 수신자에 대해서 무차별로 이메일, 대부분 광고메일이 주를 이루지만, 무차별로 이메일을 보내는데, 이때 보내어진 이메일을 통칭 스팸메일이라고 부른다.

2000년 후반부터 본격적인 이메일 추출기가 시중에 나오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 스팸메일인데, 여기서 다시 이메일 추출기란, 이메일주소에는 이메일 서버 이름 중에 반드시 @라는 표시가 들어가는 것에 착안해서, 인터넷 글 중에서 이메일주소를 모조리 추출해서 이메일 주소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이메일 추출기라고 한다. 그래서는 무차별로 이메일을 보내고 통에, 앞으로 인터넷-이메일로 특징지어진 전자 디지털 방식의 개인 통신 방식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것이 스팸메일로 인식되기 시작했었다.

전통적인 스팸방지 프로그램은, '알아채고서 배제하는'(Opt-out)방식으로, 제목을 보고 스팸메일 여부를 결정한 다음에, 해당 메일을 거부하는 방식이다. 물론 일단 한 번 스팸메일 딱지가 붙으면 다음부터는 자동적으로 차단되는 방법을 사용한다.

낙인을 찍고 그 다음부터는 멀리하는 방식을 쓰는데, 이게 또 소용없는 것이 이걸 피해갈 요량으로 수를 쓰면 속수무책이다. 사후조치 방식이라서 사후약방문이 되기 십상이라는 단점이 있는 것이 또 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가령 제목에 'Sex'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일단 요주의 이메일로서, 약간의 스크린을 거쳐서 그냥 쓰레기통이나 스팸메일박스로 보내게 돼 있는데, 보내는 쪽에서 제목에서 'sex'를 빼버리고 가령, "오빠 오랜만이야" 이런 식으로 써서 보낸다거나, "지난주 연락드린 껀인데요" 식으로 밑도 끝도 없는 제목을 붙여서 능청을 떨고 이메일을 보내 놓으면, 어쨌든 속을 값에 열어보는 네티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방 스팸메일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고.

누리비전이 개발한 방식은 이런 방식하고는 거리가 멀다. 우선 사전차단방법을 쓴다. 당하고 나서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나쁜 메일은 거부하는 방식, Opt-out방식과는 반대인 Opt-in방식을 사용한다.

굳이 말하자면 좀 거창하지만 "Preemptive Strike"방식이랄까? 누리비전이 개발한 스팸메일 방지 이메일을 '마음메일'이라고 하는데, 문자그대로, 이메일 수신자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하고만 이메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스팸메일이 끼어들 소지가 완전히 '0'으로 떨어진다.

심 사장은 누리에서 내놓은 마음메일의 두 가지 특징을, (1) 내가 원하는 사람들 메일만 받는다, (2) 한차례 일차 반송한 다음에 받아들이는 마음 확인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두 가지 특징을 들었다.

한차례 반송한 다음에 다시 온 메일에 대해서는 마음메일이 이런 사실을 기억해뒀다가, 두 번 다시 불편함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원리는 의외로 쉽고, 가까운 데 있었던 셈이다. 사실 이런 방식은 그동안 멤버십 사이트에서 회원을 모집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확인반송이 되면, 발신인 이메일 주소를 엉터리로 입력한 사람들은 확인반송 이메일 자체가 도달하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식이 되고, 발신주소가 어쨌든 거짓이 아닌 경우에는, 10여만통, 심지어는 백번 양보해서 천통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반송메일을 받아서 일일이 대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사장이 말한 대로 100% 스팸메일이 방지된다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심동호 사장은 마음메일 마케팅에 대해서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우선 현재 KSANY나 KSAUSA에서 이메일주소를 무료제공하듯이 약간의 사용료를 받고 일반에 널리 풀어놓는 것이 그 하나요, 기왕에 중소규모로 이메일 관리를 하는 회사들이 있다면, 아예 이런 회사들에 대해서는 턴키방식으로 씨스템을 셋업해서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 그 둘이요, 마지막으로, 또 궁극적인 목표로서, 핫메일이나 야후 같은 일류 포털회사에 솔루션으로 판매하거나 제휴하는 일이다.

첫번째 경우, 회선요금이 엄청나게 나갈 수 있어서 투자가 필요한 경우고, 둘째 경우는 손이 많이 가는 게 흠이고, 셋째는 가장 바람직하지만 첫째나 둘째 경우에서 창출된 어느 정도의 시장활동이 가시적일 때나 가능한 일이라서 현재로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심사장으로서는 매일 80명 가량이 신규로 가입하는 KSANY나 KSAUSA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시스템 확산과 홍보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큰 힘이 된다.

또 이번에 투자유치를 위해서 계획한 한국 출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심 사장 말이 아니라도 기자로서도, 이런 시스템이 힘을 받아서 비지니스적으로 상승기류를 타기 위해서는 스팸메일로 골치를 썩고 있는 학교나 교육기관 쪽에 수직적인 영업활동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전라도 송정리 출신인 심동호 사장이 스팸메일 방지에 뜻을 두게 된 것은 중학교시절 총학생회장을 했던 경험이 또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도 있다. 개성이 윤곽을 잡고 굳어지기 시작하는 나이에 줄곧 사람들을 모으고 만나고 같이 움직여 왔던 것이 서울 유학 상경을 해서 한양공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닐 때부터는 천리안에서 문학동호인 시샵(SysOp)을 맡게 됐고, 여기서 다섯명짜리 동호인회를 단기간에 1200명으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보이게 됐다.

맨 오른 쪽에 서있는 이가 중국계 린하이 - 망명비자 소지자라고.
맨 오른 쪽에 서있는 이가 중국계 린하이 - 망명비자 소지자라고. ⓒ 장 크리스토퍼
이때부터는 하는 일마다가 컴퓨터를 이용한 인간들 모임관리였고, 그것이 미국에까지 와서 KSANY와 KSAUSA의 활성화였던 셈이다. 그러니 당장에 부딪히는 문제가 스팸메일이었던 것 아닌가. 앞을 막는 물건이나 상황을 피해 가는 성질이 못된 심동호 청년 곁에 또 린하이라는 중국계 수재가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린하이는 중국 천안문 사건 당시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북경대출신 수재로서 중국역사상 첫번째 인터넷범죄관련 수형자다. 인터넷을 통해서 민주화운동을 추진했던 것이 발단이 돼서 옥고를 치른 린하이는 현재 미국망명을 허용 받아서 누리비전의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데, 바로 이 린하이가 스팸메일 때문에 해결책을 고민하는 심에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개발에 동참했던 것이다.

한양공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심동호 사장이 어학연수차 뉴욕에 온 것이 96년 2월 마지막 날이었다. 자신의 말마따나 '영어 좀 배워보고 하니까, 눈도 넓어지고, 그래서 아주 미국에 둥지를 틀었고, 학교는 많이 옮겼지만, 결국 팔리텍(PolyTech)에서 씨티칼러지로 옮긴 것을 마지막으로 컴퓨터싸이언스 매스터를 끝냈다.

그러고는 누리텍을 만들었는데, 역시 자신의 말대로, '한번 말아먹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세운 것이 누리비전이다. 23가 매디슨공원 건너편에 있는 누리비전의 비좁은 사무실에는 풀타임 직원만 여섯명이 머리를 싸매고 일에 몰두중이다. 뭔가 나올 것 같기는 한데, 9.11이후 얼어붙은 투자마인드는 아직은 이들 얼굴에서 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도무지 솟아오를 것 같은 기미조차가 없는 심비디움 오키드도 어느날 꽃줄기를 쭈욱 뽑고 올라오는 것이다. 준비하고 기다리면, 몸단장을 예쁘게 하고 마음을 더욱 예쁘고 가꾸고 기다리면 백마탄 왕자가 유리구두를 가지고 성큼성큼 다가서지 않겠는가.

비좁은 누리의 사무실이 온누리를 비추는 누리비전이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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