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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이 다되어 가니 이제 제법 제 생각 표현을 합니다. 아이가 몇 마디 말로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비록 그것이 단순하다 할 지라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은 놀랍습니다.
아내나 저나 낮이면 일터에 나가야 하는지라 부모님께 맡겨 놓았는데 하루는 어머니께서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이가 이제 큰 것 작은 것을 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그만 것이 "또옹, 또옹"하며 엉덩이를 부여잡고 종종걸음 치는 것이 부모님께선 대견하셨는지 연락을 하셨던 것이지요.
아내와 저도 그 이야길 듣고 머리 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그 상상에 덧붙여 지출항목에서 기저귀 값이 빠진다는 생각에 더욱 흐뭇한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기저귀 값이 한 달에 적게 잡아도 5만원은 들었는데 그것이 쏙 빠지니 아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사실 육아비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 워낙 품이 커 압박 아닌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그나마 기저귀 값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아내는 여유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이제는 우유도 줄이고 밥도 곧잘 먹으니 우유 값도 줄고 이제 아내는 기분 좋은 일만 생기는 셈인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변수의 연속이라는 것은 22개월 그 짧은 기간에도 깨닫고도 남음이 있었으니까요.
잠시 이야기가 곁가지를 쳤습니다.
대소변을 가린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아이가 곤히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평소에 하던 대로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은 까끌까끌한 얼굴로 뽀뽀를 해줬더니 아이가 화들짝 눈을 뜨며 "아빠 미오, 싫어, 가~"라고 또록또록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화들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아빠, 아빠~"만 할 줄 알았는데 금새 '미워', '싫어', '가' 새로 배운 세 단어를 '아빠'에 붙여 말하며, 아빠의 얼굴을 발로 밀어내는 아이를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이가 이제 정확한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 단어들을 어디서 듣고 배웠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아마 텔레비전에서 그 말들을 배웠지 싶습니다.
'아이 앞에선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이 머리 속을 스쳤습니다. 이제 아이도 그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 앞에선 말도 가려서 하고 행동도 조심해야겠습니다.
제법 말도 정확히 하고 무엇이든 제 손으로 제힘으로 하려는 아이의 행동이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하지만 아슬아슬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 마음은 부모가 평생 가지고 가는 마음이겠지요. 부모님께서도 절 보면 항상 그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그러고 보면 제 나이 서른이니 부모님께선 벌써 30년 그 마음을 품고 계셨을 테니 전 아직 초보일 따름입니다.
이번 주말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에게 또 어떤 미움(?)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엔 확실히 수염을 깎고 가야겠습니다. 일주일동안 참았던 뽀뽀를 하며 아이에게 밉다는 이야길 들을 순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