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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격미사일 발사 장면.
요격미사일 발사 장면.
한동안 잠잠했던 미사일방어체제(MD)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MD에 사활을 걸어온 부시 행정부는 막대한 예산과 기술적인 결함, 그리고 새로운 군비경쟁을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북한위협론'을 최대의 명분으로 삼아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참여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근태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한국의 MD 참여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문제삼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네티즌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노무현 정부가, MD를 사실상 수용하는 한미공동성명 채택, 미국의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 300기 배치 요구 수용, PAC-3를 도입하는 SAM-X 사업 재추진 등을 하면서, "DJ 때 지켜온 반(反) MD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대중 정부 때 이미 MD 참여에 한발을 걸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집권 초기에는 TMD(현재는 MD로 통합됨) 불참을 공식화했으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치적으로는 최대한 모호성을 유지하되,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미국은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보다는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미사일 위협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부시 행정부에게 권고하기도 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보존·강화하는 데 합의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ABM 조약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 전부터 MD 구축을 위해 '파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는데, 미국의 종속적 동맹국인 한국 정부가 ABM 조약의 보존·강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물론 국내의 대다수 언론조차도 "김대중 정부가 MD를 반대해온 러시아의 편을 든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해, 방미를 앞둔 김대중 정부를 궁지에 몰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DJ 때리기'에 앞서...

2001년 3월초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ABM 조약 파동이 일어나면서, 김대중 정부는 "MD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그렇다면 성의를 보여달라"며, "MD 배치 의사를 공식 발표하고 나서 워싱턴에 방문하면 정상회담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했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 단단히 삐진 부시 행정부는 군사정보 제공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유무형의 보복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는 한국의 MD 참여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양립할 수 없다는 '평화지향적인 자주적 판단'을 내렸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관계가 긴장관계로 빠져드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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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무시하면서 한국에서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를 기다렸고, 김대중 정부는 남북관계를 계속 유지·발전시키면서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대표로 한 EU 대표단의 평양방문(2001년 5월)과 북일정상회담(2002년 9월) 등을 막후 중재하면서 미국을 우회하는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불쾌하게 생각했음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계승·발전과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하고 나온 노무현 정부는 지난 5월 방미 이후 "전임 정부 때 한미동맹이 불안했다"며, 한미간 신뢰회복과 동맹 강화를 핵심적인 목표로 설정하면서 'DJ 때리기'를 통해 친미외교를 정당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주장처럼, 그리고 노 정부가 보여주고 있듯이 부시 행정부와 갈등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체제와 통일 기반을 구축하며, 동북아 중심 국가가 되겠다는 노 정부의 국정 목표와 양립할 수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국내외 냉전세력으로부터의 정치적 공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틈만 나면 '튼튼한 안보'와 '강력한 한미동맹'을 주창했던 김대중 정부가 왜 부시 행정부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거부했는지, 노 정부는 DJ를 때리기에 앞서 이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DJ 때 이뤄진 MD 참여 요소들

그렇다고 일부에서 오해하고 있듯이, 김대중 정부가 단호하게 MD에 대해 반대하고 불참 입장을 견지했던 것은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자주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반면에, 군사적으로는 MD 참여의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종속적으로 짜여진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기형성'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이뤄진 MD 참여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2001년 12월에 그 실체가 확인된 한미동맹 차원의 MD 작전기구인 '합동·연합전역미사일작전기구(CJTMOC)'의 신설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7월말 KDX-Ⅲ의 전투체계로 구매하기로 결정된 이지스 체계이다.

CJTMOC는 미국 본토-주한미군-한국군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반도에서 MD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져 오산 미공군 기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기구 창설에 깊숙이 관여한 한 대령은 "이로써 한국의 TMD 기여분을 높였다"며, "이는 다른 지역의 TMD 조직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의 한국 포섭 작전이 치밀하게 전개되었고, 그 첫 단추가 비밀리에 끼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목해야할 점은 CJTMOC 창설과 거의 동시적으로 KDX-Ⅲ 작전요구성능(ROC)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군에서는 98년 8월말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실험 발사로 미사일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99년 6월 합참회의 때 ROC에 탄도미사일방어 기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리고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의 유도·통제가 가능한 이지스 전투체계 3척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KDX-Ⅲ가 최신형 이지스 전투체계를 한국, 일본, 미국 해군이 '공동 구매'해 부시 행정부가 MD 구상의 요체로 삼고 있는 한-미-일 삼각 해상 MD체제를 뒷받침하는 사업이라면, PAC-3을 도입하는 차기방공망(SAM-X) 사업은 지상 MD체제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때 추진된 이 사업은 타당성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미국 업체와의 가격협상 결렬이 겹치면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 사업의 조기 재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의 MD 참여 계승·발전(?)

이처럼 한국의 MD 참여 문제와 관련해 그 책임을 모두 노무현 정부에게 돌릴 수는 없다. 가격협상 결렬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었었지만 SAM-X 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이고, KDX-Ⅲ에 탄도미사일요격 기능을 추가해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구매하기로 한 것도 김대중 정부 때 있었던 일이다. 또한 한미동맹 차원의 MD 작전기구라고 할 수 있는 CJTMOC도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MD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한국에 MD 무기체계 배치를 동의해달라는 부시 행정부의 압력을 뿌리쳤지만, 노무현 정부는 PAC-3 한국 내 조기 배치를 수용했다. 김대중 정부 때 무기 연기된 SAM-X 사업을 노무현 정부가 서둘러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위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MD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차이에서 드러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대중 정부는 한미관계의 갈등까지 감수하면서 'MD에 참여해달라'는 부시 행정부의 거센 요구를 뿌리쳤다. '종속적' 군사관계에 따라 군사적인 측면에서 MD 참여 요소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정치적·정책적 차원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출범 3달만에 사실상 MD 참여를 수용하고 말았다. 새로이 대두되는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한 한미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나, 뒤이어 바로 PAC-3 배치를 수용한 것은 한국의 MD 참여가 검토와 검증 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으로부터 MD 참여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3만 7천명의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고, 지리군사적으로 한국만큼이나 MD 배치 최적지를 찾기도 쉽지 않으며, '북한위협론'을 MD 구축의 최대 명분으로 삼아온 부시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MD 참여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공개로 묶여 있다가 <워싱턴타임즈>의 빌 거츠 기자가 입수·공개한 '국가안보 대통령 행정명령-23(NSPD-23)'를 보면 부시 행정부가 MD 구축 과정에서 동맹국의 참여 여부를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과학자협회 홈페이지(www.fas.org)에 공개된 이 문서에서는 "MD 협력은 미국과의 긴밀하고 장기적인 동맹 관계의 주안점이 될 것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동맹 관계에서 한미동맹이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MD 참여 문제, 공론화 되어야

물론 MD 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출범 석달만에 국가적, 민족적, 국제적으로 대단히 중대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검토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하는 것은 더 더욱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차라리 노무현 정부는 부시 행정부로부터 배워야 했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직후, 대북포용정책을 지지·동참해달라는 김대중 정부의 요구에 대해 "정책적으로 재검토해야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양해(?)를 구했었다. 그리고선 제일 먼저 단행한 일이 북한과의 협상을 중단하고는 MD 구축을 선언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도 부시 행정부가 2001년 초 내세웠던 논리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MD 참여에 대한 정책적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며, 먼저 시간을 벌었어야 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너무나도 아쉬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PAC-3 배치가 완료된 것도 아니고, SAM-X 사업 조기 재추진이 결정된 것도 아니며, 공식적으로 MD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아니다. 기술적 결함과 개발비용 과다로 취소되었던 SM-2블럭Ⅳ를 대체할 요격미사일이 개발된 것도 아니다. 이 미사일은 한국이 3척을 도입하기로 한 이지스 전투체계에 장착될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이었으나, 개발이 취소되면서 미국은 다른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더 늦기 전에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의 정신을 살려 MD 문제에 대한 지혜를 모으고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빠져들고 있는 함정은 다름 아닌 노 정부 스스로가 파고 있다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닫고 더 늦기 전에 함정에서 나와, 비판 여론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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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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