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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아파..." 9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신당추진문제와 관련, 회의가 계속 원점을 맴돌자 장영달 의원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골치아파..." 9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신당추진문제와 관련, 회의가 계속 원점을 맴돌자 장영달 의원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4일 신주류쪽의 오후 회의 불참으로 유회된 민주당 당무회의가 9일 오전 다시 열렸으나 모임 장소 문제와 안건 상정 자체에 대한 유·무효 논란을 거듭한 끝에 소모적인 대립만 거듭했다.

민주당은 애초 중앙당사에서 개최하려던 이날 당무회의를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옮겨 진행했다. 장소 변경은 구주류와의 충돌을 의식한 신주류가 당사에서 또다시 격돌하게 될 경우 국민들에게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 그러나 구주류쪽에서는 당무회의 초반부터 장소 변경을 문제 삼아 신주류를 공격해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다.

이후 당무회의에서는 신주류쪽의 '신당추진기구 구성안' 상정과 구주류쪽의 임시전당대회 소집 주장이 맞물리면서 혼란을 거듭했다. 회의 도중 정대철 대표가 두 가지 안 모두를 상정하자, 구주류쪽에서는 원천 무효라며 의안 상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분란의 불씨'를 남긴 채 회의가 마무리됐다. 또한 의안 상정 과정에서 정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아 '의안 상정'의 법적 논란까지 예상된다.

당무회의에서 구주류의 박상천 최고위원과 김옥두 의원이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당무회의에서 구주류의 박상천 최고위원과 김옥두 의원이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대표 '신당추진안' 상정, 구주류 "받아들일 수 없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9시께 당무회의에서 철도산업구조개혁법안에 대한 논의를 연기할 것을 공포하고 경제활성화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통과시킨 후 신당추진기구 구성의 건과 임시전당대회 소집의 건을 전격 상정했다. 그러자 구주류쪽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 "상정되지 않았다"며 의안 전격 상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구주류쪽 김충조 의원은 발언권을 신청해 "이런 식으로 하면 안돼요"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69년 3선개헌 때 헌법을 개정할 때 그 악몽이 떠오른다, 그때 언론은 '환장(換場) 날치기 처리'라고 했는데 헌정사의 더티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반듯한 회의장을 두고 안건을 논의함에 있어 환장(장소를 옮김)했다는 것은 우리 지도부의 저의가 뭔지 가늠케 했는데, 상정 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무시하고 어거지를 발휘했다"며 정 대표의 전격 상정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후 그는 신당추진기구 구성안이 당무회의에 상정될 수 없는 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상정은 무효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좌석에 앉아있던 김경천 의원도 "상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이협 의원도 "현재 당무회의를 국회에서 하고 있다, 이런 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한다는 것은 레닌의 볼셰비키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아울러 "두 안을 동시에 상정하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다.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수 의원은 "신당추진안과 전당대회 소집안이 상정된 것처럼 말하는데 나는 승복할 수 없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어 박상천 의원은 당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형식상 상정됐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있다"며 "의장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해 변칙 처리한 것"이라고 신주류쪽에 일격을 가했다.

이에 대해 정대철 대표는 "신당 추진은 해체·해산을 통해 할 수도 있고, 통합으로 할 수도 있다"면서 "지난해 8월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의 의결로 김영배 의원을 의장으로 한 신당추진기구를 추진한 바 있다"며 김충조 의원의 논리를 반박했다.

우상호 당무위원은 '신당은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당무위원은 '신당은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미경 의원도 "만약 상정 자체가 안된다면 더 이상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건 정말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당무회의 때 회의장 안에 플래카드를 써 붙여 놓았다, 당무위원이 아닌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괜찮다고 하더라"면서 "그런 분들이 진정 당무회의의 장소를 건의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주장을 그때 그때 따라서 하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이 의원은 안건 상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구주류쪽을 겨냥 "당무회의에 상정하는 것까지 막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못 받아들인다면 언제까지 당을 표류시키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의장이 상정한 안건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지적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긴박한 행위라고 판단할 경우 사후 추인을 받은 적이 있다. 특히 의장이 상정했는데 상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억지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우상호 당무위원은 "그만 싸우시고 마음을 열고 후배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신·구주류 격돌을 그만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왜 회의 장소 변경했나" VS "10시 본회의 가야할 것 아니냐"
당무회의 장소 둘러싸고도 신구주류 '격돌'

▲ 9일 당무회의에서는 장소가 당사가 아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신·구주류는 9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회의 장소와 정대철 대표의 사회석 위치를 놓고도 격렬한 대결을 벌였다. 애초 당무회의는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의 하루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회의 장소 변경에 가장 먼저 항의한 사람은 김성순 의원. 회의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김 의원은 "여기는 국회 예결위회의장이다. 예결위원장석에 대표가 앉아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문제제기를 한 뒤 "당무회의인데 왜 국회에서 하나. 회의장을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상수 사무총장이 "회의는 당사에서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10시에 대정부질문이 있고, 시간 절약을 위해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대철 대표도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를 국회에서 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며 양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장성원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 제2회의장에서 당무회의를 여는 것조차도 좋지 않는 것인데 널따란 회의장을 옮기자고 했음에도 왜 무시하느냐"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폭거'라는 표현을 써가며 회의장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오규 당무위원도 "당기가 없는 상황에서 당무회의를 진행해 의안을 상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날 당무회의는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또한 구주류 쪽은 예결위원장석에 앉은 정대철 대표의 좌석 위치를 놓고도 이의를 제기하며 회의진행을 지연시켰다. 이협 의원은 "위원장석은 함부로 앉는 것이 아니다. 예의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고, 김충조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위원장석에서 내려 오세요"라고 고함을 쳤다.

반면 신주류 쪽 의원들은 "그냥 있으라"고 요구했고, 구주류 쪽을 향해서는 "왜 자리 문제까지도 문제를 삼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구주류 쪽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석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 이성규 기자

9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신당추진문제와 관련, 유용태 의원이 "예결위 회의장에서 당무회의를 진행하는게 어디 있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9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신당추진문제와 관련, 유용태 의원이 "예결위 회의장에서 당무회의를 진행하는게 어디 있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재홍 '개혁신당 이념 좌표 7가지'...손혁재 '정당 민주화 7대 방안'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 '6월항쟁과 개혁신당' 심포지엄

개혁국민정당과 개혁 성향 인사들이 모인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는 9일 6·10항쟁 16주년을 맞아 서울 YWCA 강당에서 '6월항쟁과 개혁신당'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재홍 경기대 교수가 '개혁신당의 이념적 좌표',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가 '신당의 정치적 요건과 정당개혁의 과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서구의 정치, 사회적 개혁 이념이 현실정치에서 성공한 68 학생운동의 기수들(토니 블레어나 슈뢰더)에 의해 주도되듯이 한국의 개혁이념도 70∼80년대 민족·민주·민중운동 속에서 정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해방 후 좌·우익의 통합운동과 그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제 4대 신당의 탄생을 위해서는 통합과 배제의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며 "배제와 척결의 기준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개혁신당의 이념적 좌표로서, 첫째 사회개혁과 세력교체, 둘째 한반도 평화정착, 셋째 지역주의 혁파, 넷째 정치개혁, 다섯째 경제개혁과 소득격차 완화, 여섯째 시민참여 활성화, 일곱째 다변화된 대외 협력체제 지향 등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한국 정당이 노선과 정책보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기대어 움직이는 전근대적·후진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이처럼 지역 연고성을 중시하다보니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흔들려 모든 정당에 진보와 개혁, 보수와 수구가 특별한 갈등 없이 공존하는 세계정당사 특유의 감자부대정당(potato-sack party)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 교수는 '정당 민주화를 위한 정당개혁 7대 개혁 방안'에 대해 △중앙당 슬림화 △당 재정운영의 투명성 강화 △정책정당화 추진 △지도체제 개혁 △지구당 개혁 △민주적 후보선출제도 확립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 등을 꼽았다.

또한 그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신당을 창당한다면서 통합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낡은 정치구도를 그대로 끌고 가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며 "바람직한 신당논의의 방향은 눈 앞의 선거를 겨냥한 제 정파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정당의 신당창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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