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두려움
그것과는 달리 투어 첫날인 오늘의 일정은 총 76km (가리왕산 장전리/업힐13킬로-마항치-임도일주-마항치-장전리)로 만만치 않은 장거리였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인지 엉덩이 부위가 아파 왔다. 그래서 중간에 먼저 되돌아오기로 하고, 걱정스런 동아리 회원들을 등뒤로 먼저 하산하였다.
시속 50키로에 가까운 속력으로 신나게 다운힐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순간 익숙하지 않은 길에 접어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감돌았지만, 이미 다시 올라가기엔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다운힐을 해서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산아래 도착해 보니, 죽 뻗은 도로와 관광차가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답답해 왔다. 지갑도 없고, 핸드폰은 여전히 통화불능지역으로 되어있어 전화가 가능할 때까지 패달링을 계속하였다. 대로변 왼편 끝자락에 있는 집이 눈에 띄었다. 큰 나무 옆에 아기자기한 작은집, 그리고 3마리의 강아지들…. 왠지 모르게 나는 그 집이 끌렸다.
기묘한 만남
문을 두들기고 사정을 얘기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으로 원래 도착할 곳과는 차량으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놀라면서도 아주 친절히 길을 알려주셨다. 아저씨는 안심이 안 되시는지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같이 길을 나셨다. 아저씨는 참 신기한 일이라며 말씀하셨다.
"어떻게 우리집에 왔는지? 대로변에 집들을 두고서.."
"우리집에 전화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핸드폰이 연결되는지.."
"내가 한 달에 한번 집에 오는데 내가 있을 때 오다니.."
꿈속에서 찾던 그곳
아저씨는 이왕 대화에 왔으니, 대화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대화 성당으로 안내하셨다. 대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이란 소설의 무대가 되었고, 동대문 밖에서 가장 컸다는 우(牛)시장이 설 정도로 번화했었다고 한다.
차안에서 바라본 대화는 정말 아름다웠다. 가지런한 밭 사이에 보이는 그림 같은 집들과 잘 정돈된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작은 시골 성당인 대화성당에 도착하였다.
십자가 모양의 입구부터 성당 지붕의 십자가는 물론, 성수대와 마리아상 등 안팎의 모든 것이 예술작품 같았다. 성당 안에 벽들은 도예가가 직접 굽고 쪼갠 분청 조각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며 자랑하셨다.
신자가 200여명도 채 되지 않는‘대화 성당’은 1931년에 건립, 무려 68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너무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던 성당을 신자들이 10여 년 전부터 나물과 옥수수 따위를 팔아 성당 건립 모금에 나서기도 했지만, 턱없이 부족함에 실망스런 마음을 챙겨 하나 둘 성당을 떠나게 되었다가 다시 96년, 황인찬 신부(세례명 베네딕또)가 97년 4월, 무작정 기공식을 하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성당을 돌며 모금강론을 벌려 새 성전을 짖게 되었다고 한다.
아저씨와 대화투어를 마친 후, 꼬불꼬불 비포장 도로를 지나 장전리 대궐토로 향했다. 숙소까지 데려다 주신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였다. 우리 산악자전거동아리 회원들은 앞으로 가리왕산에서 대화까지 가는 코스를 내 닉네임인 아미코스라 일컬었다. 다음 번엔 아미코스로 투어를 가서 다시 한번 아름다운 대화에서 인심 좋은 아저씨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동안 나는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대화를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