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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혈병환우회와 글리벡 공대위는 10일 글리벡 복제약 '비낫' 직수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글리벡 공대위는 10일 글리벡 복제약 '비낫' 직수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박신용철
10일 오전 11시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실에서는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 복제약 '비낫' 직수입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되었다.

백혈병환자들은 올해 1월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바티스사가 판매하는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약가 인하와 보험적용 확대 등을 요구하는 점거농성을 진행했고 2년간의 글리백투쟁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글리벡 투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급성림프구성백혈병(Ph+ALL)과 급성골수성백혈병(Ph+AML) 그리고 기타 다른 환자들은 또다시 좌절해야만 했다. 이들은 글리벡의 보험적용이 확대되는 성과에서 제외되어 한 달에 최소 300만원-최대 75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부담하며 고통을 당하고 있다.

글리벡 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높은 글리벡 약가와 보험적용에서 제외되어 고통을 당하고 있던 급성림프구성 백혈병환자들은 인도 나코사의 글리벡 복제약 '비낫'이 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통해 자가치료용으로 '비낫'을 직수입했다.

이들과 같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백혈병환자들은 150여명(전체 백혈병환자의 2~3%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해 7개월 동안 글리벡을 복용해온 A군(17세)의 어머니는 "그동안 글리벡을 먹어왔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 조금이라도 싸게 먹는 방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백혈병환우회의 도움을 받아 비낫을 수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A군은 백혈병이 발병한 후 매일 4캡슐의 글리벡(한달에 120캡슐, 한 캡슐당 2만 3045원)을 복용했고 매월 300만원~400만원의 약값을 지불해왔다.

비낫은 한 알당 2달러로 통관세를 포함하더라도 한달 약값이 35만원가량이다. 이는 글리벡 약값의 10%에 불과하다. (캡슐로 된 오렌지색이 글리벡, 파란색 통이 비낫)
비낫은 한 알당 2달러로 통관세를 포함하더라도 한달 약값이 35만원가량이다. 이는 글리벡 약값의 10%에 불과하다. (캡슐로 된 오렌지색이 글리벡, 파란색 통이 비낫) ⓒ 박신용철
비낫 수입을 신청했던 또다른 환자 L군은 고가의 글리벡과 골수이식 사이의 갈림길에서 글리벡의 바싼 약값에 견디다 못해 골수이식을 선택했다. 골수이식 수술을 한다고 생명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권성기 사무국장은 "보험적용에서 제외된 150여명의 백혈병환자들은 한달에 300만원~750만원을 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인도에서 비공식적으로 글리벡 복제약을 자가 수입하는 환자들이 7-8명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환자들은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성기 사무국장은 "글리벡의 보험적용이 확대되면서 글리벡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하루에 글리벡 6캡슐-8캡슐을 먹는 150여명의 백혈병환자들은 여전히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높은 약값을 지불해야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기 사무국장은 특히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 당사자들이 결국엔 치료약을 직수입해야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글리벡 투쟁은 끝난게 아니라 제2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낫' 직수입은 살아야 한다는 환자의 절박한 몸부림이다"

서울시청으로부터 '수입요건확인면제 추천서'를 받아 지난 6월 9일 직수입된 글리벡 복제약 '비낫'은 글리벡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백혈병환자 2명이 신청한 것으로 임상실험 결과 글리벡과 동일한 성분으로 나타났다.

비낫이 글리벡과 동일성분이라고 해도 글리벡과 동일한 효능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시판된 지 3년이 된 글리벡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환자들은 비낫이라도 복용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글리벡 공대위 최인순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글리벡 공대위 최인순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박신용철
자가치료용으로 직수입된 글리벡 복제약 '비낫'을 직수입하기 위해서는 자가치료용 목적으로 수입요건확인을 면제해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우선 미화 2천달러 이하여야 하고 주치의의 진단서를 첨부해 사·도지사나 한국희귀의약품센터 소장에게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을 받아 제약회사에 보내면 된다.

인도에서는 원제품과 같은 방법으로 대체물질을 만들면 특허권에 위반되지만 다른 과정을 통해 동일성분의 물질을 만는 것은 가능하도록(일종의 '방법특허') 되어 있기 때문에 글리벡 복제약을 만들 외적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

'글리벡 복제약 비낫 직수입을 환영한다'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글리벡 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 최인순(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집행위원장) 집행위원장은 "한 달에 최소 300만원이 넘는 약값 부담으로 고통스러워하던 환자들에게 비낫 수입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라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약값과 치료비는 아픈 것만으로도 서러운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버거운 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값을 내리거나 정부가 강제실시를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최인순 집행위원장은 "당장 생명으로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인 의약품 '글리벡'에 대한 접근이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 '비낫' 직수입은 환자들이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다"면서 "결국 우리는 멀리 인도의 제약회사 나코사에서 생산하는 글리벡 복제약 비낫을 자가치료용 목적으로 수입요건확인을 면제해주는 직수입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인순 집행위원장은 또 "비낫 직수입은 약값부담으로 약을 먹을 수 없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해주지 않는 환자들은 속수무책"이라며 "건강과 질병은 개인의 문제지만 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것은 정부의 몫이고 사회적 문제이며, 이를 환자 개인에게 떠넘기고 스스로 챙기도록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직무유기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 다국적 제약회사의 영향력에 굴복했다"

'비낫' 직수입 관련 기자회견에서 글리벡 공대위와 백혈병환우회는 "환자들의 마지막 자구책임에도 그들은 비낫 직수입 절차를 지연시키고 시장진입을 저지하려 했다"며 한국희귀의약품센터와 노바티스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낫'을 직수입하기 위해서는 시·도지사나 한국희귀의약품센터로부터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한국희귀의약품센터는 추천요청서를 접수받고도 답변기한인 1주일을 훨씬 넘긴 3주 후에야 답변을 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김상덕 간사가 비낫의 성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김상덕 간사가 비낫의 성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신용철
한국희귀의약품센터는 답변과정에서 '노바티스사와 상의해보라' ,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추천서를 발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서울시청에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요청서를 접수시킨 지 일주일만에 결과가 나온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백혈병환우회 김상덕 간사는 "한국희귀의약품센터는 국민들이 구하기 어려운 희귀의약품을 보급하기 위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고 정식절차에 의해 추천서를 요청했는데 제 기일내에 답변도 하지 않고 '노바티스와 상의해보라'는 식으로 답변한 것은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영향력이 들어간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노바티스사는 시장성이 높은 인도에서 글리벡 무상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왔으나 '비낫' 등 복제약이 시판된 후 무상지원 프로그램에 신규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인도정부에 복제약 시판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인도에서 철수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없이 했다.

"글리벡 투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전지구적 연대 절실하다"

글리벡 투쟁 백서를 발간할 계획인 글리벡 공대위 김동숙씨는 "비낫 직수입은 의약품 특허시장에서 복제품이 들어오면 독점체제가 깨지고 경쟁체제로 돌입되면서 높은 약값이 저하되어 시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 자가치료용 비낫'의 직수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한국백혈병환우회 권성기 사무국장도 "비낫 직수입 전에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150여명의 백혈병환자들 문제가 사회적으로 표면화되지 못했다"며 "비낫 직수입 확대에 이어 150여명의 환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을 글리벡 무상지원군으로 묶어 무상지원받을 수 있도록 협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신용철
마지막으로 글리벡 공대위 최인순 집행위원장은 글리벡 투쟁은 골리앗과 다윗을 싸움에 비교하면서 "글리벡 투쟁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추구에 맞서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투쟁 사례"라며 "의약품특허권에 우선해 사람의 생명이 우선한다는 인식을 갖게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최인순 집행위원장은 "대상인 환자가 의약품 사용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면서 "의약품 공공성 투쟁은 전 지구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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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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