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고객 행사차원으로 자신이 이번에 구입한 핸드폰 모델을 상대로 업그레이드 행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A씨는 심각한 문제도 아니고 구입한 지 얼마 안된 제품을 단순히 행사차원에서 업그레이드 받으라는 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평소 좋아하는 음악파일을 받기 위해 다운로드 항목으로 들어가 미리 듣기를 시도했던 A씨는 자신의 핸드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미리 듣기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자신의 핸드폰을 교환하기 위해 용산에 있는 대리점을 다시 찾았던 A씨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SCH-V330 제품의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견돼 6월 4일과 5일에 나왔던 제품 전량이 회수되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시작한 업그레이드 행사도 이미 판매된 SCH-V330의 문제를 몰래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전시성 행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9일부터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아 있던 SCH-V330 5000대를 긴급 회수했다. 또 지난 3일부터 이미 판매된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휴대폰의 결함 사실은 숨긴 채 단순히 업그레이드 행사를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업그레이드를 했을 경우 사은품으로 단말기 배터리 1개를 준다고 유혹하면서 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CH-V330는 5월말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약 7000대 이상 판매됐지만 출시를 시작하자마자 오류를 발견해 긴급조치를 하게 된 것이지 이를 숨긴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면서 "신제품에 버그는 흔히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품에 결함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도 삼성의 이미지를 생각해 소비자를 속이려 한 것은 국내 최고 기업이 할 일이 아니다"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에도 개인휴대단말기(PDA) '넥시오'의 중대결함을 숨기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공개리콜을 실시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떤 제품이건 문제는 발생할 수 있지만 후속조치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공개적인 리콜의 사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문제점을 솔직히 밝히고 해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말 출시를 시작한 SCH-V330 모델은 국내 최초로 음성이 담긴 동영상을 촬영·저장·재생하고, 촬영한 동영상을 상대방 휴대폰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최첨단 제품으로 삼성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휴대폰으로 평가받고 있다.
| | 삼성전자, '넥시오'도 몰래 처리하다 결국 '공개 리콜' | | | |
| | | ▲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출시한 무선 개인휴대단말기(PDA) '넥시오' | | '넥시오'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100만원 대 무선 개인휴대단말기(PDA)다.
'넥시오'는 문서작성, 일정관리, 게임은 물론 무선으로 인터넷과 음성통화까지 할 수 있는 무선핸드PC 개념의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5인치 대형 VGA급 가로화면(800×480)을 채택, 화면을 좌우로 옮기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넥시오'가 일부 지역에서 음성이나 데이터 수신이 안 되는 등 기능상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로부터 항의가 이어지자, 삼성전자가 이를 개별적으로 회수해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개 리콜도 없었고, 소비자들에게 기능결함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소프트웨어 기능향상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으라는 내용의 우편물을 보내고, 홈페이지를 통해 업그레이드 공고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3월 일부 언론에 공개되고 문제가 확산되자, 그 다음달인 4월 4일 삼성전자는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리콜을 실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측은 "넥시오 통신모듈 가운데 1% 정도가 무선통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1~3월에 판매된 3069대 모두에 대해 무상수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공희정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