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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다. 논에 끊임없이 생겨나는 풀을 제거하는 작업이 논농사 중에서 가장 힘들다. ‘피살이’ 기억하는가? 벼와 비슷하게 생긴 피를 제거하는 ‘피살이’는 ‘피난살이’ 이상으로 고달픈 작업이다.
하지만 요즘 풀매는 일은 오리나 우렁이 그리고 참게 등이 도맡아 한다. 사람은 모내기와 수확하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여름 내내 이 놈들은 논바닥을 휘젓고 다니며 풀을 뜯어서 제초를 한다.
‘논에 호랑이 새끼친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풀 청소가 완벽하면 논은 윤기가 난다. 풀 제거는 옛날에도 논농사에서 가장 힘든 고역이었다. 그래서 농민들은 아예 여름 내내 논에서 살았다.
‘풀과의 전쟁’은 이래서 생겨났다. 모내기가 끝나면 한달 뒤 D-day가 시작된다. 온 마을 사람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 잔치를 벌리며 작전논의를 하는데 단결이 우선이다. 일자횡렬 한팔 간격이기에 도저히 풀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만든다. 1차 공격, 2차공격, 3차공격 하지만 돌아서면 풀이다. 그래서 ‘풀과의 전쟁’은 여름 내내 계속된다.
‘풀과의 전쟁’에 강력한 무기는 무시무시한 제초제다.
‘제초제’ 소리는 1960년대 중학교 때 처음 들었다. 제초제-풀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농약. 그 당시 참 신기하게만 생각되었다.
“어떻게 풀만 죽일 수 있지? 믿을 수 없어...”
미국이 지난번 이라크 전쟁을 3주만에 승리로 이끈 이유는 정밀폭격이 가능한 신병기 덕분이었다. 제초제도 풀만 골라 죽이는 신병기? 아닌 것 같다. 풀만 죽이는게 아니라 환경까지 죽인다. 참 고마웠던 제초제가 요즘 오리나 우렁이, 참게에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차별 제초제 살포가 너무 큰 피해와 재앙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초제로 만든 쌀은 요즘 도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했다. 대신 환경과 어울리는 친환경 쌀이 도시인들에게 인기다.
지난 주말 지리산 자락 경남 하동을 다녀왔다. 우렁이를 논에 푸는 행사를 보기 위해서다. 하동은 청학동 일대 87ha 논에 우렁이를 풀어서 ‘풀’을 잡고 있다.
“우렁이요, 먹성하면 우렁이 아닙니까? 정말 먹성이 좋습니다. 벼까지 상할 정도로 풀을 잘 뜯어먹습니다.”
하동군의 김영권 농촌지도사는 요즘 우렁이 때문에 힘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다. 우렁이가 ‘풀과의 전쟁’에서 풀을 잘 잡아 1등 공신 역할을 독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초를 1년 키우면 7년 고생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잡초는 생명력은 센데, 그래도 우렁이는 못 당해요.”
그래서 하동 우렁이는 요즘 뜬다. 재첩의 인기를 만큼은 못 되겠지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무제초제 환경쌀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날 <친환경 우렁이농법 체험행사>에는 조유행 군수도 왔다. 행사규모로 보면 작은 행사이지만 의미는 컸다. 멀리 부산에서 부산환경실천연대와 소비자, 그리고 지역농민들, 그리고 <5℃이온쌀>을 만들어낸 풍년농산에 나준순 대표도 참여했다.
조 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우렁이가 농사지은 하동군의 황새쌀을 기억해 달라”며 지리산 맑은물과 비옥한 땅에서 만들어 낸 친환경쌀은 부산에서 오신 시민들을 만족시킬 것이다"라고 자신해 했다.
우렁이는 모내기가 끝난 후 5일이 되면 논에 뿌려져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논 300평(10ha)에는 6kg의 우렁이가 필요하다. 우렁이 값은 1kg에 5400원. 그러니까 32400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제초제로 풀을 제거하면 300평당 12000-15000원에 경비가 드니까 환경쌀은 2배 이상에 비용이 든다. 이것이 흠이다.
자운영의 보라색 꽃, 모든 이에 감탄사를 자아낸다. 요즘 고급쌀에 이 자운영이 이용된다. 질소비료를 얻기 위함이다. 우리 농촌은 너무 제초제와 화학비료에 휘둘렸다. 중증환자다. 우리 몸에 니코틴이 빠져야 건강해지듯 논에‘화학’ 성분이 없어져야 우리 땅도 건강해 진다. 그래야 진짜는‘유기농’쌀도 먹게 된다.
자운영은 콩과식물. 뿌리 박테리아에서 질소를 만들어 내 화학비료 역할을 대신한다. 9월에(벼가 있는 상태) 씨앗을 뿌리면 5월에 보라색 꽃을 피운다. 날이 더워지면 죽는데 질소질 녹비로서 역할은 충실히 한다.
참게가 쌀농사를 하는 곳도 있다. 나주 세지면이다. 원래 멜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요즘은 참게가 논농사에 투입되어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참게가 우렁이처럼 풀을 뜯어먹는 것이다. 지난 6월12일 22ha 논에 풀었다. 300평에 1800마리가 기준이다.
“농가소득과 환경을 먼저 생각했다”는 박종학 세지농협장의 참게 예찬론, “참게가 환경이다” 그리고 “환경이 돈이기에 참게를 선택했다”고 한다. 3년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 브랜드는 <참게먹고 쌀먹고>이다. 쌀값은 1kg에 3,300원.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참게농사 부수입도 짭짤하다. 1kg에 15마리정도 걸리는데 2만원에 거래된다. 봄에 풀어졌던 참게 치어는 가을이 되어 제초작업이 끝나면 밖으로 기어 나온다. 그래서 꿩도먹고 알도 먹게 된다.
이제 오리쌀은 환경쌀의 대명사다. 오리가 워낙 잡초를 잡식으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오리농법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6년 전 안성에 고삼농협(고현선 조합장)의 오리일꾼들을 방송에 소개한 바도 있다. 홍성 홍동면 오리쌀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100만평 오리쌀은 한 가마에 26만원에 출하된다. 홍성은 유기농쌀 단지를 이끄는 주형로 회장같은 반듯한 노동운동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양평은 대한민국 환경농업의 1번지답다.
“참 오리 부지런해요. 풀을 뜯고 벌래 잡는데 너무 선수예요.”
유기농 오리쌀 농사에 참여한 함규준(44세)는 오리가 너무 고맙다고 한다. 그래서 양평은 올해 우렁이와 오리쌀 논이 600만ha에 이른다. 그중 화전리는 오리쌀 시범단지다. 가보면 “아~천국”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입식된 새끼오리들이 너무 한가롭다. 너무 귀엽다. 이곳에선 100마리당 1곳에 오리집을 만들어 주었다. 그이름은 화이트 덕하우스. 그림같다. 오리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하며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마을 이상용 이장은 이곳 오리쌀은 4년째로 아직 전환 유기농 단계라고 한다. 제초제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오리에게 늘 감사한다고 했다. 그리고 늘 오리에게 부탁한다고 한다.
“오리야, 올 쌀농사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