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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판을 들고 즐거운 아이들
ⓒ 이철용

"여기 한 마을에 학교가 있습니다.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닙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명 한명 귀한 존재로 인정받으며 '세상의 이치'와 '더불어 사는 기쁨'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쩌면 더 큰 학교인 가정과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성장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학교에서 만나면서 배움과 가르침을 아이들과 함께 주고 받으며 성장합니다.

먼 훗날 어른이 된 아이들이 '내 삶의 귀한 가르침'을 얻은 곳으로 학교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고향을 물어올 때, '내 마음의 고향은 이곳이야'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보낸 어린시절을 미소지으며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안내서> 중에서


14일 토요일, 화창한 날에 과천의 한 귀퉁이 문원동의 작은 동네가 요란스럽다. 꽹과리가 울리며 수십명의 사람들이 흥겨워 어깨를 들썩인다. 모두의 얼굴은 함박웃음이 걸려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작은 골목을 채우고 있다.

골목의 전봇대엔 "무지개학교 개교기념 잔치가 열려요! 모두모두 오셔서 잔치음식 맛있게 드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명난 개교잔치

▲ 모두가 함께 만든 '무지개학교' 현판
ⓒ 이철용
꽹과리를 든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아담한 양옥 주택인 학교의 이곳 저곳과 마을 골목을 신명나게 돌며 풍물을 통해 축하를 나눈다. 이어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손수 만든 학교 현판을 대문에 걸자 행사는 절정에 달한다. 이어 학생들이 만든 솟대를 상징으로 내다 걸었다.

개교기념 행사는 학교에서의 1부 행사에 이어 문원동 1단지 윗놀이터에서 본격적인 행사들이 치러졌다. '무지개학교'의 개교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소개와 덕담, 전통적 예에 이은 학생들의 공연, 전체 식사 등 모든 것이 넘치는 하루였다.

과천의 또 하나의 대안학교인 '무지개학교'는 "다양한 색이 어울려 눈부신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무지개처럼, 한명 한명의 아이들이 온전한 제 빛깔을 찾아내고 그 빛깔들이 모여 어울림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학교, 우리가 바라고 만들어나갈 학교의 모습입니다"라는 정신을 갖고 출범했다.

'어떻게 살 건인가', '아이가 바라는 즐거움이란 뭘까?'

ⓒ 이철용
그러나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 한켠에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안학교를 당당하게 선택했다. '무지개학교'를 선택한 부모들의 생각은 남다르다.

5살 준호 엄마 김수미씨는 잠든 아이을 보며 "세상이 정해준 행복을 향해 눈 감고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두 눈 똑바로 뜨고 제 마음에 귀 기울이며 한 순간 한 순간을 제 의지로 선택하여 온 삶을 기울여 행동하며 산다면 그 후회나 고통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대안학교 선택의 마음을 말하고 있다.

5살 찬이, 4살 민이 아빠 강재구씨는 "이젠 '어떻게 살 건인가'와 더불어 '아이가 바라는 즐거움이란 뭘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공부한다. 이 공부의 끝은 어디쯤일까? 끝날 수 있는 공부인가? 이런 고민과 공부가 지금 나를 대안교육이란 길 어디쯤에 서 있게 한다. 제 길에 서 있는지, 가는 방향은 맞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치열한 고민이 아이보다는 나에게 많은 지혜를 주고 있는 것 같다"라며 선택의 고뇌를 말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함께 배우는 공동체

▲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만든 '솟대'
ⓒ 이철용
현재 '무지개학교'에는 17명의 초등학교 과정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무지개학교는 지난해 7월부터 '튼튼 어린이집'과 '두근두근 방과후학교'에서 대안학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임을 갖고 민들레, 산어린이학교 등 대안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대안학교 준비모임이 결성되었다. 본격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무지개학교'의 구체적인 그림과 계속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무지개학교'는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함께 배우고 생활하는 작은 공동체를 지향한다. 학교의 뜻에 동의하고 아이의 삶과 부모, 교사의 삶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참여에 있어 특별한 자격과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현재 초등학교 과정의 대안학교는 광명 볍씨어린이학교, 부천 산어린이학교, 고양 자유학교, 안양 벼리학교, 포천 어린이학교, 서울 고척동 참좋은기초학교, 성남 큰숲학교, 과천 자유발도르프학교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주말학교, 계절학교 등이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안교육연대'도 결성되어 서로 교류와 연대를 통해 대안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한자리에 모인 '무지개학교' 어린이들
ⓒ 이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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