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목포시청 앞에서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회장 장기철) 회원 4000여명이 몰려와 항의시위를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지난 5월 목포장애인복지관에 대한 운영자 심사결과 지체장애인협회가 탈락한 것에 대한 항의표시였다.
이 단체 회원들은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전태홍 시장후보(현 목포시장)가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단체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운영자 선정 백지화와 시장 사퇴’를 요구하며 준비한 상여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시위 도중 장기철 지체장애인협회 회장과 전태홍 목포시장과의 면담결과 목포시가 의외로 △ 자활작업장 마련 △지체장애인협회 목포지회사무실 확보위해 적극 검토한다는 것을 골자로 합의해 3시간 넘게 계속됐던 시위는 끝났다.
문제는 지체장애인협회가 이날 항의시위를 벌인 이유는 신청했던 목포장애인복지관 운영자 선정결과 탈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목포시장과 합의결과는 핵심은 사라진 채 지체장애인협회의 다른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특혜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항의시위 목적 벗어난 요구사항 수용
국내 장애인단체는 지체장애인협회 뿐 아니라 농아인협회와 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여러 단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장애인단체의 요구만 들어주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목포시가 특정단체 회원들의 집단행동에 굴복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렇게 될 경우 다른 장애인단체에서도 집단시위 등 물리력을 통해 사무실과 자활작업장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됐다”며 행정불신을 걱정했다.
더구나 목포시는 다른 장애인단체와는 달리 지체장애인협회 목포지회에만 수년간 목포사회근로복지관에 사무실과 자활작업장을 사용하도록 해 왔었다. 따라서 시 당국이 그동안 지체장애인협회 목포지회가 운영해 왔던 자활작업장에 대한 평가나 검증없이 요구한데로 다른 곳에 다시 마련해 주겠다고 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지체장애인협회는 겉으로는 복지관 위탁자 선정 백지화를 내걸었지만 목포시지회 사무실 마련 등 실리를 챙긴 셈이다.
결국 목포시장이 이날 행정행위의 하나인 장애인복지관 선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만 밝히면 됐을 면담자리에서 이 단체의 요구사항을 무원칙하게 수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시장 부적절한 발언 도마 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태홍 시장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이 이날 전국에서 몰려와 시위를 벌인 직접적인 계기는 "전태홍 시장이 지난해 6월 선거기간에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선거 당시 전태홍 후보와 이 단체회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목포장애인복지관 운영권을 지체장애인협회에 주겠다"는 발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에 대해 목포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해 선거 때 위탁운영권을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장애인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시장 취임 후 확인해 보니 장애인복지관 위탁은 공개 모집하게 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전태홍 후보와 이 단체 관계자들과 면담자리에 함께 있었던 김아무개(44)씨는 “그때 발언내용으로 봤을 때 마치 운영권을 장애인단체에 준다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목포시 개청 이후 처음으로 전국규모의 대규모 집단시위가 발생하게 된 원인도 전 시장의 발언이 화근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시장의 공개적인 발언내용을 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출입 기자들 대상 시정브리핑 자리에서도 문제가 됐다. 사스 때문에 휴항에 들어간 중국 상해 뱃길 정상화대책 등 시정현안을 전 시장이 직접 설명했다.
시장이 외국까지 가서 건강진단
그런데 이 자리에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 시장은 며칠 전인 4월말에 일본을 다녀온 온 적이 있었다.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전 시장은 “이번에 일본에 가서 건강진단을 했는데 노인성 질환 외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역일각에서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 떠도는 소문을 일축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목포는 지난해 9월 전남서남부 지역의 최대규모 병원인 목포가톨릭병원이 노사대립 끝에 문을 닫았다.
특히 목포지역은 대학부속병원이 전무할 정도로 의료시설이 열악한 실정이며, 가톨릭병원이 폐업하자 지역 의료공백과 병원정상화를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시장이 공개적으로 서울도 아닌 외국까지 날아가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발언은 적절치 못한 것이었고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전 시장은 가톨릭병원 사태와 관련 “시 차원에서 할만큼 했다”고 설명하고 “재야단체가 개입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목포시 북항동 횟집 주변 불법노점행위에 대한 민원과 관련해 전 시장이 주민들 앞에서 합법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며칠 뒤 시 당국이 강제철거에 나서는 등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기 며칠 전 전태홍 시장은 지역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장애인복지관 운영자 선정과 관련해“대통령도 공약을 못 지킬 수 있는데...”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목포경실련은 시당국이 특정장애인단체 사무실과 자활작업장 마련대책을 검토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집단시위에 일선 행정이 굴복한 것이라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