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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나들목 입구에 가로막힌 상경 차량들
비아 나들목 입구에 가로막힌 상경 차량들 ⓒ 안현주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등 광주전남농민연대 소속 농민 2000여명은 차량 1000여대를 동원해 오전 10시부터 광주전남 15개 시·군 곳곳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상경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원천봉쇄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16개 중대 1800여명을 동원 고속도로 길목 등 주요 도로를 차단해 농민들의 상경을 원천봉쇄했다.

광주시농민회 등 농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은 오전 11시 광주역 앞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결의대회'를 갖고 국회비준을 강행 처리하려는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으라는 농사 지은 죄 밖에 더 있느냐"

김광옥 전국농민회광주전남연맹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한국 농업은 이제 파산 직전에 놓여 있다"며 "농촌의 마음의 고향이 아니라 젊은 사람이 떠나 빈 집만 남고 평균연령 60이 넘는 황폐한 곳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농민은 정부가 지으라는 농사를 착실히 지은 죄 밖에 없다"며 "나라의 먹거리를 내주고 어떻게 큰 소리를 칠 수 있겠느냐"고 정부를 규탄했다.

광주역 앞에서 국회비준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광주역 앞에서 국회비준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 안현주
김정길 광주전남 상임의장은 "농민은 지금 평소 마시던 막걸리 잔에 농약을 따르는 심정"이라며 "농민들은 잘 살아 보겠다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먹거리를 지키고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이라도 하겠다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200여명의 농민과 시민학생은 차량에 분승해 비아 나들목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나주농민회 회원들과 합세했다.

경찰은 비아 나들목에 4개 중대 450여명을 배치하는 한편 광산구청 소유 5t트럭 2대를 동원 왕복 4차선을 모두 막아 농민들의 차량진입을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 이 일대 교통이 5시간 정도 마비되는 교통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왜 합법집회 가로막느냐" 곳곳에서 마찰

농민들은 도로가 막히자 동광주 나들목과 운암동, 비아 방면으로 나뉘어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곳곳에서 대치하기도 했다. 비아 나들목에서는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는 농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간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져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1시 30분경에는 트럭위에서 농민들의 진입을 막는 경찰들을 밀쳐내는 과정에서 농민과 경찰이 충돌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방패로 밑에 있는 농민들을 내리찍거나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해 농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농민들이 비아 나들목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농민들이 비아 나들목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안현주
또 학생과 경찰 30여명이 4m 아래 언덕으로 굴러 서로 뒤섞여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경찰에 둘러싸여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상황이 격화되자 경찰 수송버스 5대를 추가로 배치해 이중 차단막을 형성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합법적으로 신고 된 집회를 왜 가로막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농민회 한 관계자는 "5·18행사로 전남지방경찰청장이 직위해제 된 것을 두고 이에 민감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고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후 2시경 장성농민 130여명은 나주와 광주시 농민회와 합류하기 위해 비아 나들목으로 이동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히자 500여m 떨어진 호남고속도로를 한 때 점거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언덕을 타고 넘어온 농민 30여명이 차도에 드러누워 농성을 벌이자 10여분 후 비아 나들목 방면의 길을 열어 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강진 성전과 진도대교, 순천 나들목과 화순 너릿재 등 15곳에서 경찰과 농민들의 대치는 계속됐다.

경찰 바리게이트용 트럭 2대 4m 수로에 빠뜨려

오후 3시 40분경 서해안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던 무안농민회원 120여명이 비아 나들목으로 합류하면서 20여분동안 경찰과 격한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분노한 농민들은 경찰들이 있던 트럭 위로 뛰어들어 경찰 20여명을 밀어낸 뒤 '광주8고 1107'호 차량 등 트럭 2대를 4m 언덕 아래 수로에 빠뜨린 뒤 경찰을 5m가량 밀어붙이기도 했다.

이날 경찰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져 1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날 경찰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져 1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나주 노안에서 올라왔다는 정상문(76)씨는 "'늙은 사람이 나선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농민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게 됐다"며 "농민들은 다 죽게 생겼고 이제 살길이 없다"며 긴 숨을 내 쉬었다.

광주 평동에서 과채류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길동(42)씨는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수매가를 동결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농산물 값이 말이 아닌데 더 수입하겠다는 것은 농사짓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며 불만을 쏟았다.

농민 학생 등 400여명은 자리를 옮겨 광천동 기아자동차 앞에서 민중연대 결의대회를 갖고 오후 6시경 해산했다.

한편 결의대회를 마친 전국농민회광주전남연맹 김광옥 의장 등 지도부 10여명은 "한·칠레 FTA 철폐"를 주장하며 천주교 광주대교구 임동성당에 천막을 치고 오늘부터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농민생존권이 아니라 민족생존권을 위한 투쟁이다"
[인터뷰] 배삼태(45) 광주전남농민연대 준비위원장

ⓒ오마이뉴스 강성관
- 국회에서 올해 추곡수매가가 동결된 것을 두고 정부에서는 농업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데?
"농업이 무너지면 농민이 죽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가 어렵게 된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업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논리와는 근본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FTA가 체결되면 농업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농업이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도 지금처럼 농산물이 싸게 들어오겠는가."

- 일부 언론에서는 이기주의적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
"무력으로 침공했던 이라크 상황이 아니더라도 FTA체결을 통해 농업뿐 아니라 한국경제는 무너지게 돼 있다.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는데 이것은 농민생존권 투쟁이 아니라 민족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농업은 농업 이외에 공익적 기능이 몇 배 더 크다. 지금도 산간 다랑치 농사를 포기해 200㎜ 비만 와도 홍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농사를 안 짓게 되면 이러한 홍수조절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이 나라 농업기반이 붕괴되고 식량이 무기화 된다면 이라크 상황이 되는 것이다."

- 정부에서는 특별법이 마련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4월 임시국회에서 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가 미뤄진 것이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특별법 초안도 내 놓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농사를 폐기하고 전업하는데 비용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은 농업을 아주 붕괴시키자는 것이다. 농사를 짓지 말라고 지원해주겠다는 것인데 농업기반이 무너진 다음 지원한 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 사과, 배, 포도 등 일부 품목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하는데.
"밀가루 소비가 늘면 쌀 소비가 줄어들 듯이 일부 품목이 유예된다고 하더라도 연쇄적인 피해는 면치 못하게 된다. 오렌지가 수입되면 다른 과일 소비는 그만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한·칠레 FTA가 비준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농업은 사망선고가 아니라 사형이 집행되는 것이다. 이후 DDA(도하 개발 아젠다) 협상에서도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불리하게 된다. 과수농가는 90%이상 무너질 것이다. 축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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