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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은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독특한 단편 소설이다. 이 책의 성찰적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전세계의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동명(同名)의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 짧은 소설은 1인칭 관찰자인 한 학자가 산에서 바람을 피하기 위해 찾은 어느 통나무집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학자는 산에서 한 노인을 만나고 그의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거기 머무는 동안 그 노인의 독특한 행동에 호기심을 품는다.

별로 말이 없는 이 노인은 밤에 혼자서 깨끗하고 건강한 도토리 100개를 세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재미있게 여긴 학자는 그 노인을 따라 산에 올라가게 되고, 산에서 노인이 도토리 심는 과정을 구경하게 된다. 노인이 그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도토리가 싹이 터서 숲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노인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큰 소리로 알리려 하지도 않으며, 그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큰 성과를 얻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먼 훗날에 그 산이 숲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씨앗을 심는 것이다.

그가 심은 씨앗은 쉽게 죽어 버리기도 하고 절반 이상이 싹을 틔우는 데에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움직임 없이 끈기 있게 씨앗 심기에 열중한다. 그리고는 10년, 20년, 30년 후 학자가 찾아간 산의 모습은 처음의 황폐한 상태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산을 만드는 일이 한 노인인 오래되고 조그만 노력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한다. 그냥 자생적으로 아름다운 산이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산을 보호하자는 명목으로 산을 훼손하려 한다. 하지만 학자의 노력으로 그 노인의 노력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

결국 노인은 30여년 간의 노력 끝에 아름다운 숲을 이루어내고 생애를 마감한다. 그의 노력은 매우 사소한 관심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의 힘으로도 이루기 힘든 커다란 숲을 형성한 것이다. 한 무명 노인이 벌인 오랜 기간 동안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사람들은 무성한 숲 하나를 얻는다.

이 책은 자연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 순간적인 운동이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보여 준다. 끈기 있는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만이 거대한 숲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완성된 숲을 묘사하면서 서술자는 "이 모든 것이 아무런 기술적인 도구도 지니지 못한 오직 한 사람의 손과 영혼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인간이란 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하느님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존재 가치를 자연 파괴적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각이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기만 하는 암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연을 회복하고 재생시킬 수도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능력을 발휘하다 보면 자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인간이 앞으로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 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자연을 생성하고 그와 함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데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를 느긋이 기다리는 여유 또한 필요하다.

이 책을 해설하는 부분에서 편집자는 이 책이 널리 읽힌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그 이유는 이 조그만 책이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이기주의를 버리고 자기의 이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공동의 선을 위해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일하는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불굴의 정신과 실천이 이 땅에 기적 같은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작품이 전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연이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주는 것처럼 우리 또한 자연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이 씨앗을 심는 것처럼 매우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일 지라도, 먼 미래에 아름다운 숲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그 사소한 씨앗 하나를 심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나무를 심은 사람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두레아이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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