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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학익진 전투대형(역사스페셜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
이순신의 학익진 전투대형(역사스페셜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 ⓒ KBS
지난 6월 14일(토요일), 21일(토요일) KBS-1TV의 역사스페셜 마지막 편 '이순신'을 보았다. 그 1편의 제목은 “불패의 장군, 신화가 되다”이며, 2편은 “영웅의 선택, 급류 앞에 서다”이다. 왜소한 병력과 몇 배로 엄청난 군사력의 왜군을 무찌르는 이순신의 지략과 기개를 내보인다.

그는 어떻게 그런 혁혁한 전과를 세울 수 있었던가? 그는 지형을 적절히 이용한 병술을 바탕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투철한 각오를 다지는 수군들과 함께 영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교양을 얻는 것은 물론 적절한 자료와 함께 컴퓨터로 재현한 전투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재미도 함께 누리도록 배려한 제작진의 성의가 크게 돋보였다.

이순신이 전투시 자주 사용해서 크게 전과를 올렸던 학익진(鶴翼陣: 학이 날개를 편 듯한 전투대형) 전법이 무엇인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왜 왜군이 이순신의 이름 앞에 벌벌 떨게 되었는지 짐작이 가게 만들었다.

우리 학자들만 동원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일본의 학자들, 임진왜란 당시 왜군 장수의 후손들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적장 이순신을 왜 존경하게 되었는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었다.

심지어 2차 대전 때 일본의 한 장군이 이순신의 작전을 응용해 큰 전과를 올렸던 사실까지를 파헤치고 있다. 우리의 장군이라서 영웅이 아니라 진정 영웅다운 영웅의 면모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북한의 문화유산(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인돌, 평양근교, 보현사 8각 13층 석탑, 북한에서 가장 큰 절)
북한의 문화유산(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인돌, 평양근교, 보현사 8각 13층 석탑, 북한에서 가장 큰 절) ⓒ KBS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이제 우리와 작별을 고한다고 한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꼭 그렇게 했어야만 할까?

나는 그동안 역사스페셜의 여러 프로그램을 <오마이뉴스>에 소개한 적이 있다. "이제는 북한 문화유산도 볼 수 있다", "고서 한 권에 담긴 조선의 출판문화", "첨성대는 무엇을 하던 건축물일까?", "포석정은 놀이터인가, 성지인가" 등이다.

그러면서 즐겨 시청하곤 했었다. 그런데 처음엔 나도 약간의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좋은 내용이었으면서도 그것을 너무나 어렵게 설명하곤 해서 시청 도중 졸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자가 보아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문가만 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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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 오면서 이 역사스페셜은 엄청난 진전을 한다. 정말 유익한 주제를 끌어내어 소개를 하면서도 적절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역사스페셜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느끼는 시점에서 폐지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물론 편성책임자가 많은 고심을 했으리라 믿는다.

고서의 강도 실험과 고서들
고서의 강도 실험과 고서들 ⓒ KBS
하지만 KBS-TV의 공영성은 중요한 명분이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방영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KBS 특히 1TV의 지상과제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역사스페셜이 꼭 폐지됐어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민족문화나 우리의 역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정말 KBS-1TV가 만들어야할 당위성이 있다고 할 것인데도 말이다.

지금 KBS는 민족문화 관련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미”, TV쇼 “진품 명품”, “국악 한마당” 등이 있기는 하지만 공영방송으로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개편 전 “한국의 미"도 폐지설이 있었지만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역사스페셜”은 민족문화 관련 프로그램 중 가장 수준높은 것으로, 간판 프로그램 격이었는데 없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소재의 한계, 현대사를 조명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필요성 등도 나름으로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래도 KBS의 공영성을 담보하는 최전선에 위치하는 프로그램의 폐지 이유로는 궁색하게만 들린다면 지나친 말일까?

많은 우리의 국민들은 우리의 역사를, 민족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 한복이 왜 훌륭한 옷인지, 조선왕조실록과 한글 등은 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는지, 판소리와 풍물의 특징은 무엇인지, 조선에 와서 고려청자 대신 왜 백자가 유행했는지 등에 대해서 제대로 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일반 대중의 책임이라고 하기보다는 제대로 알려내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 할 것이다.

첨성대 안에서 위를 보고 찍은 사진,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내부에 창문까지 쌓아진 흙과 모래, 첨성대(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첨성대 안에서 위를 보고 찍은 사진,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내부에 창문까지 쌓아진 흙과 모래, 첨성대(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KBS
전문가들이 올바로 계승하고 알려내지 못한 책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대접하지 못한 점, 학교에서 서양문화 위주로 가르친 것, 언론이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던 문제들이 엉켜서 지금의 상황을 야기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민족문화를 자신들이 스스로 푸대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우리 모두가 반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여기에서 언론의 역할은 정말 소중하다. 우리의 문화에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언론들이 노력할 때 많은 국민들이나 세계인들이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에 찬탄을 보낼 것이다.

최근에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자존심을 상할만한 일이 많았었다. 그러면서 그들을 나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자존심을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에게 대접받기를 원할까?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를 찾아 대접하는 모습을 KBS-TV에서는 보고싶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게 된다면 소재 빈곤을 탓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특히 역사와 관련된 생활문화(한복, 먹을거리, 살림살이, 굿거리 등) 속에서 발굴해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 가을 개편 때는 이 역사스페셜이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우리의 민족문화가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포석정, 실제 술잔이 뜨는 지를 통수실험, 삼국사기, 포석정 부근에서 발굴된 명문기와 포석(鮑石)
포석정, 실제 술잔이 뜨는 지를 통수실험, 삼국사기, 포석정 부근에서 발굴된 명문기와 포석(鮑石)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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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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