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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의 10%인 장애인의 유형은 다양하다. 장애인마다 특수성이 있고 나름대로의 고통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장애 원인은 선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중도에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있다.
모두의 장애는 그 경중을 막론하고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다. 그러나 중도에 장애를 갖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 절망감을 극복하는 데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한다.
창촌(蒼村) 김경배(49)씨, 그는 문단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방송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간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담아서 찾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갑작스런 산재, 송두리째 흔들린 생활
이렇듯 활발하게 인터넷을 통해서 활동하는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장애중에도 양손을 사용할 수 없는 양상박 절단장애인이다. 산재사고로 장애인이 되기 이전에 그는 촉망받는 엔지니어였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는 삼성전자 근무지로 인해 수원으로 이주했고 IMF이후 중소 제조업체의 공장장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중소 제조업체에서 휴일에 쉬지 않고 출근해 외국인근로자에게 업무를 지도하던 와중에 프레스에 양팔이 눌려서 절단을 해야만 했다.
당시 43세, 한창 일해야 할 시기에 당한 사고는 그의 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당시 2남매는 중, 고등학교에 재학중이었다. 한창 사춘기와 예민할 시기에 아버지의 장애는 행복한 가정을 흔들어 놓았다. 장애를 입게 되자 친구들도 멀어졌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도 흔들려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재활훈련도 특별한 시설에서가 아니라 집에서 해야만 했다. 그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기피하게 되었다. 재활 과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수의 가격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전자의수는 2천만원대, 반자동 형태도 3-400만원을 넘어서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의수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전자의수는 잦은 고장으로 돌발상황이 발생해 사용에 너무 신경이 쓰이고 일반 의수도 계속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보통 한 번 수리에 2-3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어머니, 그 힘이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창촌은 2년여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좌절과 절망 속에 있었다. 그런 그가 고통을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힘이었다. 창촌이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님이 고혈압으로 쓰러져 30여년간 어머니는 병간호를 하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의 사고는 청천벽력이었다. 이런 어머니에게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펜을 사용할 수 없었던 그는 아들의 컴퓨터를 귀동냥과 독학을 통해 익혔고 한편 한편 시를 써나갔다. 노모의 7순날 그는 그간 창작한 글을 모아 <구름속에 가리운 둥근달이 그리워 웁니다>라는 책을 자비로 출판했다. 이것을 장애인 문학지인 '솟대문학'에 보냈고 장애인 문인협회 등록이 되고 이러한 사연들이 알려져 불교방송, 교육방송 등에서 시를 낭송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창촌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도 그의 홈페이지에는 장애인보다 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제 그에게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요 문학의 터전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양팔을 사용할 수 없는 양상박 장애인이다.
그는 의수에 막대를 끼워 한 타, 한 타 두드리며 컴퓨터를 사용한다. 그에게 있어 마우스의 사용은 최대의 복병이다. 그러나 그는 수년간 고통의 대가를 통해 수준급의 컴퓨터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전문적 홈페이지 기법들이 구사되어 있다. 그는 다른사람들의 도움 없이 독학과 시행착오를 통해 전문가 수준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운 아버지, 그 그리움에 '창촌'을 씁니다
'창촌'이라는 호는 아버지의 고향이다.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에서 그는 아버지의 고향을 호로 사용하고 있다. 부인과 간호사로 일하는 딸, 군복무 중인 아들, 모든 가족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창 예민한 시기에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남매가 탈없이 잘 자라주었다는 것이다. 딸은 유아교육과를 합격했다가 아버지가 장애인인 점을 감안해 다시 간호학과를 지원해 간호사로 생활하고 있다.
생계를 위한 부인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금도 창촌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협력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질 않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생활의 일부를 감당하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다.
요즘도 창촌은 하루 5,6시간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인터넷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시를 작성한다. 그의 시는 장애때문인지 어둡고 슬픈 내용이 많다고 했다. 평론가들은 글을 시작한 지 단기간에 좋은 글을 쓴다고 말한다. 요즘 그는 밝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도 하고 많은 독서도 한다.
앞으로 장애인을 위로하고 장애인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창촌은 앞으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형편이 나아진다면 장애인과 같은 사람들을 도우려는 계획이다. 지금은 마음뿐이지만 구체적으로 고통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우며 특히 같은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직접 찾아가 만나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에게는 같은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최고의 위로자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안타까움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의 홈페이지에도 글의 제목에 '장애, 장애인'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조회수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말을 수정하면 조회수가 올라간다며 허탈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그는 불교방송에도 가끔 나가는데 그곳에서 거침없이 불교의 장애인에 대한 접근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기독교와 천주교에 비해 불교의 장애인과 함께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서운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창촌은 300여편의 시를 썻고 그중 5,60편을 문예지를 통해 발표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나 문예지에 초대작으로 많이 소개되어 활동을 하는 그의 작품활동은 눈물겹다. 비장애인의 경우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지를 통해 기록을 하지만 그는 시상을 잊지 않기 위해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녹음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버튼을 누르기 힘든 그에게 유일한 메모장은 기억력이다. 시상을 수십번 되뇌이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에 앉아 작성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운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잘봐줘서 이곳 저곳 소개해 활동한다"는 그의 말에서 묻어 나오는 겸손한 모습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더불어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장애가 절망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 장애는 단순한 차이이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창촌의 문학세계를 기대해 본다.
구름속에 가리운 둥근달이 그리워 웁니다.
이 밤 물안개 깊어감은 여명의 새벽 안개로
청명한 아침을 맞이하려 함인데
희뿌연 구름만 무심결 하늘을 오갑니다.
지난밤 둥지 잃은 산새 나무 들걸에 홀로 앉아
긴 밤을 혼자 울어 헤매는데
잎새 스치는 바람은 어디로 가려하나요
님가신 산너머 저 하늘 아래에느
두고 온 님 그리워 우는 님의 님이 계시건만
스산한 억새잎 무심하게 우짖어 밤새우고
흘러가는 구름결에
이내 마음 띄워 보고 겹쳐 보고
그립다 애가 탄다 님의 생각 가슴속에 안아볼 제
날아가는 철새따라 바람결에 마음가네
어느날은 돌아오실 님이기에
밤하늘 구름도 무정한 갈잎의 소리도 짝잃은 산새소리마져
가다리는 시간의 상념속에 묻어두고
밝아오는 여명의 안개에 취하려 할 제에
동구밖 멍멍이 소리에도 놀란 새가슴 되어
희뿌연 밤하늘만 애처롭게 가슴 저려 올려보며
구름속에 가리워진 둥근 달이 그리워 우옵니다.
님그리워 하늘보고 우옵니다.
그냥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