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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강의. 강사들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수강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
즐거운 강의. 강사들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수강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 ⓒ 김진석
제18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가 지난 27일∼29일 성남시에 위치한 새마을연수원에서 실시됐다. 이번 기자만들기는 총 92명의 대학생, 직장인이 참가한 가운데 '취재론'에서 '사회진출론'까지 14개의 강연과 기사작성 실습, 분반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강연에는 담임선생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를 비롯, 김은혜 MBC 앵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등 9명의 특별 초청 강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27일 첫 강연자인 오연호 대표는 '기자론' '기사론' '기획론'에 대해 설명하며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의 첫번째 조건은 세상을 향해 발언하고 싶은 그 무언가를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호 담임교사의 진지한 열강
오연호 담임교사의 진지한 열강 ⓒ 김진석
'사회부 기자의 세계'라는 주제로 강의한 양기대(동아일보 사회부 차장) 기자는 "기자로서 기본을 닦는 훈련코스가 사회부"라며 "사회부 기자의 생명은 사건현장의 사실(fact)들을 제대로 취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무영 전 경찰총장은 '경찰과 언론'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면서 "사회적 책임이 큰 기자는 폭로성 기사보다도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더 써야 한다"며 바람직한 언론관을 제시했다.

첫째날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최경준(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는 인터넷신문기자로서의 현장 생중계 경험 및 출입기자실 문제 등을 말하며 "기자는 무엇보다도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신문 손석춘 논설위원의 강의
한겨레 신문 손석춘 논설위원의 강의 ⓒ 김진석
지칠줄 모르는 열정.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강생들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지칠줄 모르는 열정.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강생들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 김진석
캠프 둘째날인 28일 오연호 대표는 '현장 취재론'에 대해 "기사는 때로는 기자의 적극적 행동의 보고서"라며 "사전취재와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현장취재의 성공열쇠"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론'에서 오연호 대표는 "공동인터뷰에서 특종이 나온다"면서 "인터뷰 주제에 대한 장악력이 인터뷰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은 '기자정신과 칼럼'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손 논설위원은 동서양 기자의 기원을 제시하며 "기자란 모름지기 현실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현실의 새로운 규정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강연자는 MBC 김은혜 기자였다. '방송기자의 세계'에 대해 강연한 김은혜 기자가 자신이 여성으로서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체험한 에피소드들을 실감나게 전했다. 김 기자는 "프로듀서에겐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하지만 기자에게 필요한 것은 근성과 빠른 판단력"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강연 후에도 약 20여분간 수강생들의 사인공세를 받았다.

김성준 SBS 기자는 준비해온 뉴스리포트를 자료화면으로 제시하며 선정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방송기자가 느끼는 딜레마를 설명했다. 김 기자는 "사실, 의미의 전달과 더불어 재미 역시 방송의 중요한 요소"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시청률을 의식해 선정적인 화면을 내보내는 것은 방송의 책임성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전영기 중앙일보(정치부 차장) 기자는 자신이 직접 쓴 당일자 중앙일보 기사를 예로 들면서 정치부 기자의 세계를 실감나게 설명했다.

김순배 한겨레 기자와 노경진 MBC 기자는 '나의 취업기 및 사회부 기자의 체험기'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필기, 영어, 논술, 면접 등의 시험과정에서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했다.

한편 수강생들은 강연내용을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으로 직접 쓰거나 강연장인 새마을연수원의 풍경을 현장취재 기사로 써서 오연호 대표로부터 코멘트를 받는 '기사작성 실습'도 했다. 또 첫날밤에는 '나는 왜 기자가 되려 하는가', 둘째날밤에는 '모범적인 기자상'에 대해 열띤 조별토론을 가졌다.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MBC 김은혜 기자.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MBC 김은혜 기자. ⓒ 김진석
6월27일 부터 29일 3일간 분당에 위치한 새마을 연수관에서 '오연호의 기자만들기'가 열렸다
6월27일 부터 29일 3일간 분당에 위치한 새마을 연수관에서 '오연호의 기자만들기'가 열렸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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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I)∼ 우리는 왜 혼자죠?"
새벽까지 이어진 분반 토론

▲ 야외 벤치에서 진행된 'I'조의 분반 토론
ⓒ김진석


"왜 우리만이지?"
"성차별 아닌가?"

새마을연수원의 한 강의실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탄식을 터트린 한 무리 남성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28일 저녁 새마을연수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27일부터 새마을연수원에서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가 열렸다. 장차 종이와 인터넷신문 등 다양한 매체의 기자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열기도 뜨거웠다.

문제는 남녀성비의 불균형이었다. 덕분에 성별로 나눈 조들 중 한 개의 남자조가 남게 되었다. '미운 오리새끼' '아웃사이더'라 불리는 비운의 용병 I조의 탄생이었다.

27일 첫날 I조는 나름대로의 자력갱생을 요구하며 다른 조로의 편입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간 것은 토론실도 없이 모기와 싸우며 비오는 야외벤치에서 조별토론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다른 조들의 경우 남자조와 여자조가 짝을 이루었지만 I조는 외톨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조원들 사이에서는 "남존여비와 남아선호사상이 문제"라는 말부터 "부모님의 성이 문제니 성을 바꿔야 한다"는 등의 푸념이 이어졌다.

28일 이튿날부터는 본격적인 I조의 분해가 이뤄졌다. 낮에 열린 축구경기에서 I조는 용병으로 다른 조를 위해 뛰었고 밤에 열렸던 조별토론 역시 기존의 다른 조로 흡수되었다.

그러나 I조원들은 유일한 '홀애비조'로의 자존심을 지키며 새벽에 다시 방으로 집결했다. 여기저기서 끌어온 술과 안주로 잠을 지센 덕분에 I조원들은 마지막날 늦잠을 잤고 아침식사도 못한 채 강연시간에는 급기야 졸기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I조의 황재성(26)씨는 조원들간의 교류를 아쉬워하며 "19기 때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최측의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민규 기자 hellojmk@hanmail.net

<기자 만들기> 속의 오연호 기자
18기 기자 만들기 과정을 마친 오연호 기자를 만나다

그동안 기자 지망생들은 기자가 되기 위해 영어와 상식을 공부하고, 4-5명이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1998년 12월 '기자다운 기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들의 만남과 교육의 장'을 표방하는 '기자 만들기'가 만들어졌다.

이후 '기자 만들기'를 통해 5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꿈을 키웠으며, 실제 꿈을 실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기자 만들기'는 기자가 되고 싶어도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이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4년이 넘게 이들의 담임 선생님을 자처하고 있는 오연호 기자에게 '기자 만들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6월 29일 기자 만들기 18기 강좌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오연호 기자를 만나보았다.

다음은 오 기자와의 인터뷰 전문.

- 이번 18기 기자 만들기는 이전 기수와는 다르게 2박 3일간의 단기 코스로 구성되었다. 6주 이상 교육했던 이전 기수와의 차이점은.
"교육이 시작되기 전 참가 인원 전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짧고 진하게'란 말을 사용했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교육이 진행되었고, 예정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예정된 강좌를 모두 소화했다는 점에서 설정했던 목표('짧고 진하게')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 2박 3일간 일선에서 활동 중인 기자를 비롯, 9명의 외부강사가 초청됐다. 이들은 어떤 기준에 의해 선별되었는지.
"<오마이뉴스>는 인터넷 신문 혹은 진보적이라는 점에서, 나는 월간지 출신(<말>)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점을 인식해서 다양한 분야의 기자를 초청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방송과 신문을 안배했고, 수습 기자와 경력이 10년이 넘는 기자들을 고루 초청했다."

- 대부분의 강의를 직접 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웃으며) 노코멘트로 하겠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강의를 해준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교육과 합숙은 분당 율동공원내 '새마을 연수원'에서 이뤄졌다. <오마이뉴스>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얘기가 있다. 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70년대의 이미지는('새마을 연수원'은 1970년대 말 새마을 운동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70년대야 뭐 답답하죠. 장소는 이색적이지 않나요? 처음에 장소를 정하곤 70년대와 21세기의 만남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새마을 연수원의 시설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 18기와 같이 합숙을 통한 기자 만들기에 대한 향후 계획은.
"겨울방학 때 다시 한 번 추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기자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기자는 항상 뜨거운 가슴을 갖고 사회를 향해 무엇인가를 말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가슴 관리를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또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적극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점도 뺄 수 없겠다."

인터뷰를 하기 전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금전적인 이익도 없고, 그의 입장에서 귀찮기만 할 기자 만들기를 왜 계속 하는지 궁금했다. 비록 대답을 듣진 못했지만, 2박 3일간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 속에 이미 대답이 숨겨져 있었다. 사제지간에서 졸업 후 선-후배 기자로 변모한 후배들이 그를 '오 선배'라고 부를 때 느껴지는 동지애 때문 아닐까? / 이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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